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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충영 Apr 11. 2021

②무지개 너머까지 이어지는 노란길

[주말산책러의 동네만보길]매봉역|매봉산(도곡공원) 3km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작은 산을 골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자연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말에 만나볼 뿌연 안개, 연두색 새싹, 젖은 단풍잎, 노란 오후 햇살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매봉산은 도곡동에 있는 작은 산이다. 산의 한쪽 모퉁이에 영동세브란스병원이 있으니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영동세브란스병원 쪽에서도 올라갈 수 있는 곳이지만 지하철로 쉽게 갈 수 있는 코스를 우선 설명해 둬야겠다. 지하철 3호선 매봉역 2번출구를 나와 직진하면서 대로변의 왼쪽 첫 번째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지도에서처럼 아파트 단지 옆에 매봉산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매봉산은 서울에서 흔한 이름의 산이다. 매봉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도 여러 개이고, 매봉재산, 응봉산(매가 한자로 '응'이니 ^^), 매봉 등의 이름의 산이 더 있다. 이곳은 도곡공원이라고도 불리는데 사실 매봉산과 공원이 같은 곳이다. 공원 둘레를 한바퀴 도는데 3km 정도이니 나의 목표인 1만 보를 걷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럴 때는 이리저리 구불구불 구석구석을 걸어서 2바퀴를 돌면 된다. 산 자락을 따라 낮은 곳을 도는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나서 산정상을 가로지르는 산등성이 길을 걸어준다. 매봉산 정상이라고 해서 올라가기도 했지만 그다지 올라간다고 할 만한 느낌도 없는 정도로 걷기 좋은 길이다.


산책길에는 새로 깔아 놓은 멍석이 노란색이 선명하다. 멍석은 시내의 공원 산책길이나 둘레길에 많이 깔려 있는 것인데, 푹신한 것이 걷기에도 좋고 신발에 흙이 많이 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길게 이어지는 노란 색의 멍석길은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노란벽돌길'을 생각나게 한다. 멍석길은 노란 색과 푹신한 촉감 등으로 나에게 산책의 감성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시설이다. 나는 멍석이 보이면 되도록 그 코스를 따라서 걷는 걸 좋아한다.


매봉산은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경사가 별로 없어 비오는 날에 산책하는 곳으로 꼽아두고 있다. 비가 올 때 산책을 하려면 우선 미끄러지지 않도록 경사가 적으면서, 신발이 많이 젖지 않게 멍석이 깔린 것 같은 시설이 잘 갖추어진 곳이 좋다. 신발이 다 젖어 축축해지면 여유있게 산책하기 보다 얼른 마치고 돌아가고 싶어지게 된다. 빗속의 풍경을 여유있게 감상하러 산책을 나온 것인데 마음이 조급해서는 소확행을 얻기 어렵다.


비오는 날 매봉산의 산책로는 생기가 넘친다.
정상을 올라도 그다지 올라온 것 같지 않는 느낌. 편안한 길이다.


매봉역은 매봉산 외에도 옆으로 양재천이 흐르고 있고, 그 건너편으로는 구룡산까지 이어지는 달터공원이 최근에 새로 조성되어 동네 환경이 아주 좋아졌다. 예전에는 동네를 고를 때 교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서울 시내의 교통상황이 다 좋아져서인지 '숲세권'이라고 해서 동네의 자연환경을 더 중요하게 쳐준다. 나도 생활하는데는 공원, 숲, 강 같은 자연환경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만 해도 이렇게 풍경 좋은 산책길을 찾아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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