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작은 산을 골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자연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말에 만나볼 뿌연 안개, 연두색 새싹, 젖은 단풍잎, 노란 오후 햇살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서울현충원은 예전에는 동작동 국립묘지라고 불렀다. 초등학생 때 현충일에 학교 별로 모여 묘비를 닦는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봉사활동인지 뭔지도 모르고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있는 것만 좋았다. 지금도 현충원에 가면 초등학생들이 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서달산은 서울현충원을 안고 있는 산이다. 지도에서 보면 현충원 전체를 날개를 펼치듯 둥그렇게 감싸안고 있다. 현충원 담장을 따라 걷는 이 코스는 동작역에서 내리면 바로 오를 수 있다. 3번출구로 나오면 바로 몇 걸음 앞에 입구가 있어 시계 방향으로 돌면 되고, 8번 출구로 나온다면 담장을 따라 조금 가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산책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현충원 정문을 바라보고 양쪽에 모두 오르는 입구가 있으니 시계방향이든, 시계 반대방향이든 마음에 드는 대로 돌아볼 수 있다. 나는 가끔 현충원 안으로 들어가서 산책삼아 돌아보기도 하지만, 포장된 길보다는 흙길을 걷는 게 좋아서 주로 외곽 산책길을 하게 된다.
서달산은 높지 않은 산이라 정상까지 올라도 경사가 높지 않고 그리 힘들 않는다. 시작하는 입구에서 잠시 계단을 오르면 한등성이를 따라 평평한 길이 끝까지 이어진다. 산책길은 멍석과 데크가 잘 설치되어 있어 걷기에도 좋다. 한바퀴 돌면 거리가 7km 정도로 나처럼 1만보 이상을 걸으려는 사람에게는 적당하다.
산책 중에 벤치를 만나면 잠시 앉아본다. 힘이들어 쉬어가는 목적보다는 경치를 구경하고 싶어서다. 그 중 달마사 뒷편의 벤치는 위치도 멋스러운 데다가 앞이 탁트인 전망이라 커피까지 꺼내 들고 한동안 앉아있게 된다.
서달산에는 동작정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2개가 있다. 하나는 충효길 코스의 인기 있는 출발점인 인공폭포 위에 있다. 동작역 바로 옆인 이수교차로에 있는 인공폭포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로 주변을 시원하게 식혀주어 산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나 끝내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폭포 옆에는 시설 좋은 화장실이 있는 것도 주민들이 애용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서달산 정상에 있다. 이곳에는 이층으로 된 동작대가 있어 전망을 보기도 좋고 서달산 정상에 오른 인증샷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출발점과 정상에 있는 정자에 같은 이름을 붙인 것에서 작명가의 감각에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서달산의 산책코스는 크게 한 바퀴 돌아보는 것 외에도 충효길이라는 이름으로 7개 방향으로 코스가 이어진다. 노량진, 노들역, 상도동, 까치산 등 그날 여유시간에 따라 여러 곳으로 코스를 바꿔가며 산책할 수 있어 자주 가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