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산에서 한걸음 떨어져 공중을 걷는 기분

[주말산책러의 동네만보길]독립문역|안산자락길 7km

주말에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시내에서 쉽게 가볼 수 있는 작은 산을 골라 한 바퀴 돌며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운동은 아니지만 건강을 챙길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것은 자연의 풍경을 흠뻑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주말에 만나볼 뿌연 안개, 연두색 새싹, 젖은 단풍잎, 노란 오후 햇살 같은 풍경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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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자락길은 서대문독립공원 뒷편에 있는 안산을 한바퀴도는 산책로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부분은 산허리에서 바깥쪽으로 한걸음 떨어진 공중을 걸어가며 구경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점이다. 그것은 안산자락길의 산책로 대부분이 데크길이라고 해서 산허리에 매달려 있는 '잔도' 형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산에서는 숲 속의 풍경을 구경하며 걷는 산책과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신선이 되어 공중을 걷는 기분과 비슷할까?

지하철3호선 독립문역 4번출구에서 나오면 곧바로 독립문을 볼 수 있다. 독립문이 있는 독립공원 안으로 들어가 공원을 가로지르면 뒷편에 안산자락길로 오르는 입구로 이어진다. 서대문독립공원 자체도 크기 때문에 한 바퀴 돌며 구경하고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독립문역 4번출구를 나와 독립공원을 가로질러 안산자락길에 들어선다.

안산자락길. 이름부터 멋스럽다. 많은 곳에서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안산자락길을 작명한 사람은 작명센스가 있는 분이었나 보다. 내 마음에도 쏙 든다. 또 둘레길이라는 이름을 쓰기 보다 자락길이라는 새 이름을 고심 끝에 넣은 이유는 이 산책코스는 경사가 거의 없이 평평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길은 동네 어르신 분들도 무리하지 않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좋은 코스다. 나는 주말에 비가 오면 이곳 안산자락길로 산책을 온다. 비가 올 때는 바윗길은 더 미끄럽지만 흙길인 산책로도 상당히 미끄럽다. 운동신경이 살아 있는 날렵한 나이도 아니니 이런 날씨에는 경사가 없는 산책길을 고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입구의 지도를 보는 것이다. 코스의 거리를 살펴보고 오늘 산책할 시간을 가늠해보고 나면 바로 출발이다. 안산자락길은 7km의 코스로 1만보(5km) 정도를 걸을 생각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상당히 긴 편이다. 그렇다고 전체를 다 걸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날의 몸 상태와 여유시간에 맞춰 걷는 방향과 거리,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산책의 재미가 여기에 있다.

안산의 나무들은 하늘로 곧게 솟아 있다. 메타세콰이어숲 구간은 그중 가장 꼿꼿한 곳이다.

안산의 정상까지도 얼마 멀지 않다. 길에는 계절마다 화려한 꽃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나도 몇 번을 안산자락길을 왔지만 항상 다른 코스로 걸어본다.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중간에 가로질러 절반만 돌면서도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한다. 때로는 독립문역에서 시작했지만 반대편인 연세대학교 교정 안으로 내려가서 신촌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기도 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독립문역 길건너편의 전통시장인 연서시장을 구경하며 저녁을 먹고 오기도 한다. 컨디션이 좋은 날은 조금 힘들게 산 정상 방향으로 올라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