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충영 Apr 11. 2021

(머릿말)주말산책러의 탄생

[주말산책러의 동네 만보길]

나는 운동삼아 주말에 산책하기를 좋아한다. 산책만으로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생활습관이 걷는 것조차 하지 않는 것에 비하면 산책은 건강관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 있다. 꾸준히 산책을 하다 보니 1만 보 이상은 걷는 게 몸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매번 동네의 같은 산책길을 걷는 것보다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서울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금방 갈 수 있는 곳에 가서 1만보 정도의 거리를 1시간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 걸어보기로 했다. 별 생각 없이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결과는 너무 좋았다.



인터넷에서 서울지도를 펼쳐놓고 어디에 가서 산책을 할까 살펴보다 보니 서울에는 어느새 동네마다 공원과 함께 멋진 산책로가 준비되어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북한산, 관악산, 불암산, 청계산 같은 서울 시내의 조금 큰 산에도 둘레길이 잘 정리되어 있어 조금 시간여유가 있을 때에는 좀 긴 거리를 걸을 때에도 매우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산책로가 있는 산의 숲을 잘 관리하고 있어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초록의 숲과 야생화, 단풍 등 멋진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지난 몇 년 간 매주 서울 시내 동네 산책을 다니다 보니, 서울둘레길 150km를 몇 번이나 돌았고 시내 동네 구석구석마다 숨어있는 멋진 공원을 몇 번씩 가볼 수 있었다. 여기에 소개한 곳은 좋은 산책 코스 순위가 아니다. 나의 개인적인 취향이 평지보다 조금 오르내림이 있는 길을 좋아하고, 포장된 길보다는 흙 길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보게 된 곳이다. 그리고 걷는 동안 사계절과 자연의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면서,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 입구에서 걸어서 바로 갈 수 있는 곳을 골라 산책을 했다. 한 번 가보고 마음에 들면 몇 번을 더 가본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러 오기도 하고, 맑은 날, 비오는 날, 구름이 멋진 날처럼 날씨마다 가서 산책을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큰 산을 오르는 것도 아니고 동네 산책길에 무슨 정보를 알려주고 무슨 준비를 할 게 있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혼자 산책을 하면서 혼자 이 생각 저 생각 했던 내용을 일기처럼 적어보았다. 그러나 그것이 깊은 수준의 고민이 아닌 개인적인 수준의 생각들이라, 작은 산책을 하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또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는 간단한 등산이라도 하려고 하면 인터넷지도를 이용해서 가는 길을 자세히 알 수 있고, 블로그에도 산길을 가는 방향과 중간에 구경할 만한 곳을 사진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막상 내가 동네 산책을 나서려니 산책길이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산의 등산로는 조사를 해서 표시하고 있지만, 동네 공원의 산책길은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아직 지도에 표시되어 있지 않는가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공원 내의 산책코스와 지하철 출구에서 산책로까지 가장 가깝게 갈 수 있는 길 정도만 간단히 설명하고, 나머지는 되도록 내가 산책길에서 만났던 작은 즐거움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작은 산책길에서는 대단한 명소를 소개하는 것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멋진 풍경과 볼거리를 찾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네 공원에서는 조금 놓친 볼거리가 있더라도 쉽게 다음에 다시 가보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까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요즘 말로 TMI(Too Much Infomation) 이라고 할까?


또 한 가지 이유는 큰 산이든 동네 뒷산이든 산길은 한 개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등산로든 산책로든 지도에 표시된 길을 걸으면 된다. 하지만 표시되지 않은 곳에도 많은 코스가 있다는 것을 산길을 걷다보면 누구나 알게 된다. 마치 인생길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생의 성공을 위해 거쳐야 할 지도에 표시된 길이 있겠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가능성의 길이 있다는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인생길을 걷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게 된다.


여기에서는 너무 많은 내용을 적기 보다는 시간을 많이 내기 힘든 분들을 위해 공원입구까지 가는 길 정도와 어느 정도 길이의 산책로가 있는 정도만 정리해 보았다. 어느 코스로 어느 정도 거리를 어느 정도 시간 동안 산책을 하고 어떤 멋진 풍경과 볼거리를 구경할 지는 독자 스스로 정해보기를 권한다. 이 글을 통해 주말에 1,2시간 정도의 시간을 활용해 인생의 소확행을 찾아 출발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으면 좋겠다.


혹시 푹신한 흙길의 감촉과 건강관리, 계절의 풍경, 시원한 바람,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싶다. 산책은 나에게 매주 행복과 건강을 주었다. 이 글을 읽고 산책을 나서는 모든 분들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직도 서울 시내 동네마다에는 내가 가보지 못한 공원 안에 멋진 산책길이 숨어 있다. 다음 주에 새로운 곳을 구경하는 재미를 찾아 나는 또 산책을 나서고 있을 것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