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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팥님 Nov 01. 2020

서로 도우며 살자

조카를 부탁해 고군분투기_10

밤톨이를 처음 본 건 3살부터였습니다. 어느새 내가 하는 말에 대답하고 이야기도 하다 보니 제일 말 안 듣는다는 조꼬미 4살이 되었습니다. 귀여운 밤톨이를 보면서 좋은 추억들도 많이 만들었고, 덩달아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을 수도 있었습니다. 주변에서 많이들 했던 말, 지금이 제일 좋을 때다. 나는 어느새 서른을 바라보는 이십 대 후반인지라 나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었는데 인생 선배들은 하나같이 지금이 제일 좋을 때라고 했었습니다.


밤톨이가 아파트 어린이집에 다니게 된 후로, 모든 것이 조금은 안정적이게 바뀐 것 같습니다. 그런 시기와 맞물려 저도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면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항상 데리러 오는 젊은 이모가 궁금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내가 이 근방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는 줄 알고 있기도 했고, 재택근무를 하는 이모인가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나는 밤톨이랑 함께 있어주면서 할 일을 했을 뿐이지 언니의 육아를 대신한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의 소통, 장보는 것, 챙기는 것, 주말에 놀러 가는 것 등등 기본적인 모든 것을 부모인 언니와 형부가 다 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놀아주는 이모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내일부터는 이제 퇴근한 언니가 데리러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1년 정도보다 더 길었으면 나는 힘들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20대 끝자락에 밤톨이를 통해 느낀 삶의 지혜와 가치관이 조금씩 잡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서른이 되면, 좀 더 성숙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일이 전부이고, 일이 그냥 나이고 그래서 쓸모 있는 인간이 되려고 아등바등.

달라진 건 많지 않지만, 아이를 키운다는 건 혼자 하는 일이 아님을 더욱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금 밤톨이는 6살이고, 길쭉해졌습니다.

요즘 밤톨이는 캠핑 갈 때, 엄마 아빠 이모랑 다 같이 가는 게 제일 좋다고 할 만큼 이모도 가족 구성원으로 스리슬쩍 껴주니 제 마음이 날로 풍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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