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게 알려준 것들 .
어릴 때부터 엄마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멋들어지게 차려진 육첩밥상은 아니었지만 매번 제철 나물 요리가 밥상에 올랐다. 나는 나물보다 계란반찬을 더 좋아해서 계란을 더 많이 먹었지만.
초등학생 때 소풍날이 떠오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열었는데 내 도시락은 왠지 거무죽죽한 김밥이 보였다. 건강한 흑미밥으로 싼 김밥이었다.
우리 집은 흑미밥이 섞인 김밥을 먹는 게 당연했고 맛있어서 불평한 적은 없었는데 막상 친구들의 오밀조밀 하얀 김밥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좀 입술이 삐쭉댔다.
오색이 찬란한 뿌요뿌요가 친구들 가방에서 나왔을 땐 좀 기대했다. 마트에서 이걸 꼭 넣어달라거 했었기 때문에 하지만 역시 나의 가방엔 데미소다 사과맛이 들어있었다. (언니는 늘 오렌지 쌕쌕이 었다고 한다.)
아무도 내 김밥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조금 달라 보이는 것이 불편했다.
"그냥 튀지 않게.. 좀 예쁜 걸로 똑같이 해주지 ㅠㅠ"
우리 엄마에게도 고민 거리였을 테다. 아예 안 먹일 수는 없고 피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걸로 선택하면 좀 더 쉬웠는데
어린아이의 기를 살려주는 음식 모양새가 아니라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엄마는 늘 옳은 선택을 했다.
누군가의 가치는 눈으로 보이지 않아서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항상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선택하는 엄마의 기준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내 선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나도 내 몸에 이로운 제철 음식과 가까운 삶이 좋다.
화학 비료 없이 유기농 땅에서 자란 모양이 삐뚤어진 채소를 보고 있노라면. 유기농법을 선택한 농부의 투박한 손길에서 느껴지는 진심이 나에게 오래 남았다.
건강하고, 이롭고, 오래오래가는 것
먹는 것을 너머 내 삶에서 채우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