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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록 Oct 30. 2022

순간을 사는 사람

남해에서 만난 사람, 누구도 모르는 아름다움을 찍는 B

올해 서른 두살인 그는 스물 일곱살의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정하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  건너온 그는 다섯   자신이 찍은 사진을 다시 꺼내보며 추억을 더듬는다. 흐려진  억에 색을 입히고 빛을 조절하며  시절 그가 보았던 풍경을 다시 되살려내고 있었다.  둘은 같은 사람일까.  풍경은 같은 풍경일까.


사진집을 준비중이라는 B 흐린 기억에서 먼지를 털어내며 5  캐나다에서 자신을  롯한 타지에서  손님들을 살뜰히 보살펴준 호스트 아줌마를 사진 속에서 다시 만난다.    아줌마는 여전히 따뜻하고 품이 넓은 사람이다. 산책을 하다 곰을 만나도 전혀 어색 하지 않은 캐나다의  외딴 시골마을에서 각국의 여행객들에게 집을 내어주던 집주인  줌마는 쉬지도 않고 이별에 아쉬워하셨다고 한다. 그의 외장하드 속에는  여행객이 떠날  집주인 아줌마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별인 데도 사진을 보는 내내 가슴이 아려왔다. 이별은 언제나  공간을 남긴다. 한동안 먹먹하 더라도 별수 없다.  먹먹함이 마음  빈공간을  채울 때까지 그리워하는 수밖에.


 시절 그의 눈에 담긴 캐나다는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풀밭에 누워 작은 아이를 들어올  비행기를 태워주는 아버지,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사진 중엔 군데 군데 하얗게 날아간 사진이 있었다.


"왜 이렇게 된 거예요?"

"아, 이건 일부러 필름을 조금 열고 햇빛을 받게 해서 필름을 태웠어요."

" 이렇게  거예요?"

나는 물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모험을 해봤어요. 사실 사진이 다 날아가버릴 수도 있고, 현상을

하기 전까진  수가 없는데... 이런 우연이 만드는 것들을 좋아해요."


그는 거리로 나가 하루종일 서성이곤 했다. 햇빛이 태운 필름에 찍힌 사진처럼   없는 무언가를 담기 위해서,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로 셔터에 손가락을 얹고 기다린다.  울을  때나 사진을 찍힌다는 것을  때의 얼굴이 아닌 우연이 만드는 것들을 담기 위해 실례를 무릅쓰고 셔터를 누른  동의를 구할 때도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얼굴을 그의 카메라 안에서 만난 사람들은 백이면  웃으며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반가워했다.  군가가 발견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우리 안에는 너무 많다.


"저는 아직  시선에 자신이 없어요."

그는 주저하며 말했다.


회사를 그만 둔 날, 그날로 그는 서울의 한 필름 카메라로 유명한 가게로 향했다. 그곳에 서 무언가에 홀린 듯 필름 카메라 하나를 들고 가게를 나섰을 때부터 그는 그가 무엇을 보 는지 찾기 시작했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라도 자신이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그는 알고 싶었다.

햇빛에 다 날아가버릴 지라도 꿈을 꾸고 싶었다.


  "꿈은  눈물벨이에요."


B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얼마를 주면 꿈을 포기할  있겠냐는 질문을 던진  사람 들의 대답을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영상을 만든 이는  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노래로 만들기도 하는 사람이었는데,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그가 만든 노래가 흘러나왔다. 노래  흐르는 동안에는 입만 벙긋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지다 노래가 끝나자 '얼마를   꿈을 포기할  있겠냐?'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  . 그리  얼마를 주더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지막 대답에 B 혼자 울었을 것이다. 그는 사람들의, 그리고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사랑한다.


B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에 대해서 들려주었다. 그는 40 동안 보모로 일하며 남는  간에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카메라를 사고 필름을 사서 고심 하고 고심해 셔터를 눌렀다. 그런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살다 방대한 양의 필름만을 남기고 세상에서 영영 사라졌다. 우연히  필름을 동네 경매장 에서 낙찰받은 사람이 그의 사진을 세상에 알렸고, 그렇게 사람들은 카메라  자체였던  예술가를 알게 되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군중속에서 끈질기게 자신의 시선을 쫓았다. 카메 라에 자신을 비롯한 모든 것을 담았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모든 것을 본다."


비비안 마이어는 말했다. 누구도 읽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해서 글을  것이냐고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나는 그럴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아도 나는 그저   밖에 없다. 내가  것들, 내가 느끼는 것들,  눈에 아름다운 것들을   밖에 없다.  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우연이 만드는 아름다운 것들을, 사람들의 무방비한 여유로운 표정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밖에 없다. 그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B 그럴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는 셔터를 누를 것이다.


B 사진에서 피사체가 주변 배경과 비슷하거나 아주 다를  돋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피사체가 놓여있는 상황이 사진을 보는 사람의 상황과 아주 다르거나 비슷할   피사체  눈길이 간다고 한다.  눈길이 가는 것들은 나와 아주 닮아있거나 아주 다르다는 것인 , 무언가를  보기 위해  다양해지고 싶어졌다.


B  라이더의 'Tiny Riot'(: 작은 폭동) 매일 듣고 있다. 반대이거나 비슷한 것에 끌린다고 하니, 그는 아주 작은 폭동을 일으키고 있거나 아무런 폭동도 없는 잔잔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속에 있건 그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서 한참을  성이며 기다릴 것이다. 그와 아주 닮아 있거나 아주 다른 무언가를. 그렇게 그는  순간 속에 영원히 남는 법을 배울 것이다.



"이제, 여기까지 하고, 빨리 다음 작품을 하러 가야겠어요."

- 사진가 비비안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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