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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록 Oct 30. 2022

얼룩말처럼 섹시한 사람

남해에서 만난 사람, 섹시한 J

남해에서 만난 J 핸드폰에는 '얼룩말 사진' 앨범이 따로 있다. 얼룩말 사진을  장도   찍었다는 그는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얼룩말을 보고  눈에 반해버린 , 한동안 얼룩말만 그릴 정도로 얼룩말에  빠졌었다. 얼룩말이  좋냐는 물음에 한참을 눈을 굴리  J


"얼룩말은... 굉장히 섹시해."


라고 답했다. 남해로 아주 내려오기    동안 그는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에서 버스를   다섯시간을 달려 남해의  게스트 하우스로 여행을 떠나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남해에 올 때마다 한 게스트 하우스만 계속 간 거야?" "응."

"왜? 다른 데도 가보고 싶지 않았어?"

"... 굳이 이미 좋은 데가 있는데 다른 곳에 가야하나 싶어."


J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뛰어 들어가 버리곤 다른 것에 곁눈질 하지 않는다. 확실한  복을 만나면 그것을 놓지 않고 뜨겁게 사랑해주는 사람이다. 아프리카에서 찍어온 얼룩말  진을 보여주던 J 자신이 그린 얼룩말 그림을 찾아 보여주었다. J 눈에 비친 얼룩말은   바탕에 검은 줄무늬를 가진 동물이 아니었다. J 얼룩말은 그의 애정을 만나 채도 높은 선명한 색으로 가득했다.


J 얼룩말 사랑을 알게  , 그는 쉬는 날이라며 간식을 사들고 작업실로 찾아왔었다.  야기를 나누다 보니 일을 마친 그의 애인도 J 데리러 작업실로 왔다. J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했더니, 그도 J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모습이  예뻐보였다. 그의 눈에도 J 다채롭게 빛이 났다.


남해에 처음 왔던 날이 떠올랐다. 노을이 깔린 남해대교를 지나며 한눈에 이곳과 사랑에  졌었다. 필터라도 씌운듯 붉게 빛나는 남해의 지족 거리를 지나칠  무슨 이런 로맨틱한  골이  있느냐고 썼었다. 그러고보면 무언가를 정말 좋아할 때는 생각이 끼어들 틈이 별로 없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일 정도로 화려한 곳도 가보고, 차도 없이 배를 타고 다니는 신기한 곳에도 가보았지만 남해만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는데, 이제 어디로도 떠나고 싶지 않은 것을 보면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었나 보다.


 J 인도에 길게, 그리고 깊게 다녀왔다. 처음엔 6개월 동안, 그리고 다시 인도로 떠나 3개월 동안 머물렀다. 류시화 작가가  '인도방랑기' 읽고 인도로 떠났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은 인도의 가기 전과 후로 나뉘는  같다며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떠나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인도는 어떤 것이 좋았어?"

나는 물었다.

"인도로 오는 사람들이 좋았어. 그곳에 있는 내가 좋았고." "인도로 오는 사람들이 어떤데?"

"...  다른데... 하여간 특이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는 J 다양하게 빛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어디에도 끼지 못할  같은 독특한 모양의 퍼즐 같은 사람들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게 끼어들어갈    인도를 사랑한다. 푸른 초원에서 혼자 특이한 줄무늬를 갖고 태어나 온갖 맹수들의 표적이 되면서도 섹시하게 빛나던 얼룩말을 사랑하듯 그런 당당하고 섹시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J에게  그런 섹시한 당당함이 있다.


"맞아.  , '그리스인 조르바' 좋아해."


J는 덫붙였다. 책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라는 사람은 책으로만 세상을 배우던 주인공과 는 다르게 몸으로 부딪치면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다. 우리는 다 겪으면서 살아내고 싶은 사 람들이라고 생각했다.

J 남해로 떠나온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모아서 쓰고 싶다는 내게 '언니가 하는 거라  나는 할래.' 하며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내게 좋아하는 것들을 술술 털어 놓았다. 내가 전에 크로와상을 좋아하는  같았다며 크로와상이 맛있는 베이커리에서 내게 연락을 해온다.


"언니, 크로와상 좀 사갈까?"

나도 J 눈에는 특이하게 빛나는 사람일까. 얼룩말처럼 섹시하다고 생각했으면 하지만,  사진을   가지고 있진 않으니 그것은 아닌  같다. 크로와상을 보고 떠올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


'구석구석 사랑하고 티끌까지 고심하느라 최선을 다해 살아 있게 된다.'

 - 책 '아무튼 피아노' 중, 김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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