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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22. 2017

이상형은 이상에만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상형은 반드시 가져야 하는 이유

소개팅을 시켜주기 가장 어려운 사람

소개팅 주선을 100번 넘게 하면서 사람을 소개시켜 주기가 가장 어려웠던 사람은 이상형이 없는 이들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본인이 이성에게 있어서 어떤 점을 중요시 여기는 지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순전히 나의 감,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개팅을 주선해야 했는데, 그런 경우 애프터 조차도 진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람들 중에 정말로 힘든 사람은 그렇게 잘 안되고 나서도 왜 그 사람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혹은 두 사람이 왜 잘 안 맞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요소라도 있다면 '00가 없는 사람'을 조건으로 해서라도 사람을 소개시켜줄 수가 있는데, '그냥 느낌이 안 왔어'라고 하면 그 이후 다시 소개팅 주선을 해주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그 사람과 소개팅을 시켜주는 상대도 나랑 어떤 방식으로든 엮여 있는 사람이다 보니...


내가 이상형을 물어보는 이유

물론 이상형을 말한다고 해서 내가 누군가를 항상 소개시켜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이상형을 물어본다. 그리고 반드시 이상형은 생각하고 있으라고 한다. 가능하면 최대한 디테일하게. 그리고 전제조건을 한 가지 붙인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상형을 물어보는 이유는 상대가 만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느낌'의 사람인지를 파악하기 위함이다. 사람은 보통 소개팅을 부탁할 때 본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을 먼저 말한다. 그것이 학벌이든, 나이 든, 키 든 지 간에. 그렇다면 나는 보통 그런 '객관적'인 조건들은 가능하면 맞춰서 상대를 스캔하고, 그 이외 '주관적'인 요소들은 느낌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그에 가까운 '느낌'의 사람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이상형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말이다.


모든 걸 가진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보통 '소울메이트'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믿고 기다리는데 나는 '소울메이트'는 존재한다고 믿지만 '이상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소울메이트라 함은 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사실은 같이 있을 때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을 의미하지, 물리적으로 영혼이 통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이 있을 때 마치 영혼이 통하는 것만큼이나 편안한 그런 사람 말이다. 그래서 소울메이트는 서로가 달라도 되는 점은 다르고, 같은 점은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현실에서 찾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형은 조금 다르다. 사람들은 이상형을 말하라고 하면 공존이 거의 불가능한  조건들을 대고는 하는데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한 사람' '똑똑한데 자기가 똑똑한 건 모르는 사람' '이쁜데 주위의 이목은 끌지 않는 사람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상적인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사람은 인류 역사상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진지하다는 것도, 유머러스하다는 것도, 똑똑하다는 것도, 똑똑한 것을 모른다는 것도, 이쁘다는 것도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본인 기준으로 그런 요소들을 모아 놓은 사람은 정말 세상에 한 개인이 그리는 가장 이성적인 이상형은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이 저렇듯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형을 표현하는 것은 사실 그런 '느낌'을 추구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상대가 실제로 그런 지와는 무관하게 본인이 상대가 그렇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를 가지면 하나는 잃게 되어있기 마련이기에. 


그러니 이상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좋지만, 정말로 이상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지 말고 함께 있을 때 자연스럽고 편안한 소울메이트 같은 느낌의 사람을 찾자.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조건 몇 가지와 함께. 그게 훨씬 현실적이다. 


물론, 그래도 이상형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게, 상대에 대한 아무 조건도 갖고 있지 않은것보다는 짝을 찾을 가능성이 높을 수는 있을지 모른다. 두 경우 모두 상대를 찾기가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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