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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Mar 24. 2017

연애, 상대를 바꾸려 들지 마라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외모, 스펙, 연봉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형이 있었다. 클럽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여자 친구도 만나고, 본인 일은 철저하게 하면서도 정말 잘 놀고 잘 나가는 형이었기에 우리는 모두 그 형이 당연히 결혼을 늦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이 청첩장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30을 갓 넘긴 나이에 말이다.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당황해하며 도대체 왜 벌써 결혼을 하냐고 물었고, 그 형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 사람은 내가 죽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의 단점은 없어'라고. 20 중후반이었던 내게 그 대답은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니 내가 생각하는 조건을 갖춘 사람이 아닌, 단점의 유무로 평생을 살 배우자를 선택한다니 이는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자유분방했기에 화려하고 자유분방한 여인과 결혼할 줄 알았던 이 형과 결혼하시는 형수님은 너무나도 차분하고, 안정되고, 모범적이며 선한 인상의 소유자셔서 후배들은 두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형은 지금까지도 너무나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런데 너무나도 의외의 형수님과, 의외의 시기에 결혼을 한 이 형과 달리 모두들 당연히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커플들이 가끔 있다. 5년 이상, 오랫동안 연애를 하면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된 커플들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결혼한 이들 중에는 '생각보다는' 빨리 이혼을 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첫 번째 케이스는 그 긴 연애기간 내내 서로 연애 기간에 서로에게 솔직하지 않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만 보여준 경우이며, 두 번째 케이스는 상대가 결혼하면 바뀔 것이라고 믿었던 경우다. 연애를 하면서 정말 둘이 맞지 않는 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갖는 장점이나 본인이 중요시하는 점이 그 부딪히는 지점을 가렸거나, 결혼을 하면 그러한 문제는 별 것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넘겼던 것들로 인해 결국 이혼을 선택하게 되는 부부는 생각보다 많다. 


모두를 당황하게 한 결혼을 하고 매우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 형과, 긴 연애 끝에 한 결혼을 연애기간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끝낸 부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는지 여부에 있다. 그 형은 형수님의 부족한 점까지 본인이 안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에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후자는 애초에 본인이 갖고 싶은 것만 가지고 상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꾸려고 (혹은 바뀔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마음을 갖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갈라서게 된 것이다.


이는 어쩌면 사람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온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람이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말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어리석은 일이며, 상대가 바뀌지 않는다고 상대에게 화를 낼 필요도 없다. 상대에게 '나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좀 바뀌고 맞춰줘야지!'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당신이야 말로 나를 사랑한다면 이 정도는 이해해줘야지!'라고 반박한다면 그 사람은 뭐라고 반박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상대에게 맞춰주기를 요구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얼마나 맞춰주고 양보하고 있을까?


사랑은 상대방이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취하고 싫은 것은 상대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욕심이다. 지구가 본인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생각과 그러한 기대가 다를 바가 있는가? 물론 연애를 하면 서로가 어느 정도는 양보하고 상대와 맞춰가야 하지만 누구나 맞출 수 있는 능력과 범위에는 한계가 있고,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맞출 것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연인이 아니라 몸종을 찾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런지...


사랑은 상대방의 부족한 점, 단점, 모자란 점들까지도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의 장점으로 그것이 가리어져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까지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단 얘기다. 있는 모습 그대로. 그래서 사실은 어쩌면 연인이나 배우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더 중요한 것은 상대의 그러한 불편한 점들이 거슬리기는 해도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지 여부일 것이다. 그 불편한 점과 거슬리는 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혼까지 가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것이 그때는 이해되지 않았던 그 형의 말에 이제는 완전히 공감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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