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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Nov 19. 2017

연인에 대한 가장 큰 착각

당신은 상대를 모른다.

연인은 서로를 모른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연인들의 다툼의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그걸 유형화 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걸음만 물러서서 다툼의 패턴을 살펴보면 연인들이 싸우는 가장 큰 이유는 두 사람 모두, 혹은 최소한 두 사람 중 한 명은 본인이 상대에 대해서, 또는 상대가 본인에 대해서 대부분을 안다고 착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한걸음만 더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연인들이 서로를 잘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인들이 감정적으로 불타오를 때 평균적으로 하루에 상대방과 몇 시간이나 대화를 할까? 카톡이나 문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아니, 몇 십분 혹은 몇 분이나 대화를 하냐고 묻는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얼굴을 보고 무엇인가를 같이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연애 아주 초기면 횟수가 조금 더 많겠지만 직장인은 집이 가깝지 않은 이상 보통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정도가 아닐까? 한 번 만날 때 평균적으로 3-4시간? 그보다 짧을 때도 있고 길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그 정도가 되는 듯한데 그 시간 중에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시간은 얼마나 되나? 4시간 만난다고 치면 영화, 연극, 공연, 미술관에서 한시간 반 정도, 밥 먹으면서 40분에서 1시간을 날리면 남는건 정말 길어야 2시간 정도다.


자, 정말 연애 초기에 서로가 정말 좋아서 어쩔 줄 모를 때라고 가정하고 정말 비현실적으로 3시간을 통화한다고 하자. 그리고 데이트 할 때 2시간 정도 대화를 한다고 치자. 그러면 일주일에 두 사람이 '대화'를 하는 시간은 6일*3시간+2시간=20시간이다. 일주일이 168시간이고, (보통 그보다 적게 자지만)하루 평균 8시간을 잔다고 치면 우리는 112시간을 깨어 있게 된다. 그러면 정말 엄청나게 친밀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연인도 많아야 자신이 깨어 있는 시간의 1/6을 공유할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데이트 패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중에 얼굴을 맞대고 하는 대화는 2시간 정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연인이 대화를 하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그렇기 때문에 연인은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이 정상이다. '오빠는 왜 그것도 몰라?'라고 묻지 말자. 오빠가 모르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너는 왜 그것도 이해 못해주니?'라고 여자친구에게 묻지 말자, 그녀가 어떻게 당신의 모든 것을 안단 말인가?


내 눈을 믿지 말자

물론 내가 여기에서 '당신은 연인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라!'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당신은 연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연애 초기일수록 아마 당신의 눈에 보이는, 당신이 아는 연인의 모습은 당신이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조금 더 냉정하게 얘기하면 때로는 그런 당신의 연인의 모습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당신이 그렇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고, 내 주위 사람들도 자주 그러더라.


그래서 우리는 우리 눈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사실 상대가 좋을 때는 위험 싸인이 지나가도 우리는 '에이 이번 뿐일꺼야'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고는 한다. 상대의 좋은 면이 너무 부각되어서 보이기에. 그리고 또 위에서 설명했듯이 연인이 대화를 하는 시간도 우리 일상에서 생각보다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시간은 엄청나게 적기 때문에 그 정도 시간 동안은 사실 두 사람이 상대가 원하는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다. 나쁜 의도에서가 아니라 상대를 좋아하기에, 상대도 나를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내 친구는 5년 동안 연애하면서 한 번도 싸우지 않았었는데 결혼을 준비하면서 싸우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하더라.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예전에는 연애 기간이 길었던 사람들이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서 이혼하는 것도, 2-3달 연애하고 결혼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도 이해가 안됐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니 그렇게 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연애 기간이 길었던 사람들은 오래 알았던 만큼 서로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혼 이후에 발견하는 새 모습 중에 실망하게 되는 것이 있으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급격하고 강하게 들어 금방 이혼을 하기도 하고, 연애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내가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끼는 지점'외에는 상대를 잘 모른다는 것이 전제되기에 오히려 서로 조심할 뿐 아니라 알게 되는 새로운 모습에도 배신감을 느끼기보다는 그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러니 어느 순간 알람이 울리게 되면 그걸 혼자 해석하려 들려는 것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려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그걸 대화로 풀려고 하다가 헤어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정도의 대화도 서로 통하지 않는 사이라면, 헤어지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아직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결혼을 한다고 해서 상대방을 다 알게 될까 싶다. 물론 연애를 할 때보다는 많이 알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일단 각방을 쓴다고 해도 잠자는 시간을 포함하면 하루에 최소한 8-9시간은 같은 공간에 있고 무엇보다 아침에 제일 먼저 보게 되는 사람이 배우자니까... 그 시간만큼은 상대를 잊기는 힘들고, 심하게 싸운게 아니라면 하루에 최소한 한 끼에서 많으면 2-3끼를 같이 먹기에 서로를 더 알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시간이 1-2시간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시간은 7-14시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각자 직장 또는 가정에서 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훨씬 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결혼을 하더라도 상대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얼굴을 마주보고 지내는 것이 전화나 메시지로 의사소통하는 것보다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해준다고 해도, 결혼 후에도 부부가 서로를 완전히 알 수 없는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말 신기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부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집에서 하루를 묵었었는데, 그들은 내가 봤던 어떤 부부보다 서로의 일상과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잘 알더라. 그런데 하루를 묵으면서 보니 그 부부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부부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성경말씀을 한장 같이 읽고, 그 날의 기도제목을 공유하더라. 그리고 그 기도제목에서 자신이 살아낸 하루가 자연스럽게 나눠지더라. 그렇게 매일, 매일의 시간들이 모이다 보니 두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서로를 잘 알 수밖에 없더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부부 중 한 명이 최근에 SNS에 '친구로 20년, 그 중에 부부로 산 시간 7년, 그래도 이 사람은 나를 모른다ㅋㅋㅋㅋㅋ'라고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어떻게 누군가에 대해서 완전히 다 알겠는가?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잘 모르지 않나? 매일 매순간을 내 자신과 함께 지내는데도 말이다. 그러니 내가 상대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것도, 상대가 나를 완전히 알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연인은, 부부는 서로를 더 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래서 연인과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가 아닐까? 그리고 내가 상대를 다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상대가 나에 대해서 모르는 면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두 사람 사이에서 다툼은 확연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래도 티격태격은 계속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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