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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Sep 17. 2018

연애는 쉬우면 안 된다

'연애의 풍경'에 대한 아쉬움

[연애의 풍경] 매거진을 위클리 매거진 연재 신청했다 낙방했다. 예상을 못한 것은 아니다. 그 매거진의 내용이 특별난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내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아주 높은 편도 아니기에. 소위 말하는 '상품성'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그냥 넘어가 버릴 주제들이 많기 때문에 선택되지 못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엄청 낙담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담담했지만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더라. 사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특별한 건 없지만, 내 나름대로 내 시선에 비춰봤을 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을 그 매거진의 글들에서 다루고 있기에. 어떤 이들은 연애에 대한 글을 연재하는 매거진에 대해서 뭘 그리 거창하게 생각하냐고 할지 모르나, 사실 나는 우리나라에서 연애와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관념만 제대로 잡혀 있어도 사회 문제들 중 상당수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연애와 스킨십에 대한 관념이 바로 서 있으면 성폭행, 성추행이 일어나는 빈도가 확연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건강한 연애를 통해서 자신이 수용받는 지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반응을 훨씬 덜 보일 것이기에.


물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하며, 그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상황들로 인해서 가정에서 제대로 전해져 내려오지 못했고, 그에 따라 깨어진 가정 속에서 사람들이 사랑을 제대로 배우고 익힐 기회가 없었던 경우가 많다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의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 줬지만, 일제 치하에서 태어나 6.25를 경험한 부모님을 두신 우리 부모님 세대가 갖는 한계는 분명했다.


그런데 사실 진짜 사랑과 상처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읽듯이 [연애의 풍경]에 있는 글들을 읽으면 그 글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나도 잘 안다. 하지만 부족한 문장력과 빨리 써 내려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몇몇 문제들을 이해해주면서 같이 고민하면서 읽으면 그 안에 있는 작은 차이들이 보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그 작은 차이가 내는 나비효과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고도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쉬웠고, 또 그래서 브런치에서 연재를 마친 이후에 글과 내용을 더 다듬어서 독립출판으로라도 내는 것을 처음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 여러 가지 이유로 유튜브 채널이 미뤄지고 있듯이, 그것 역시 미뤄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사실 [연애의 풍경]은 내가 지난 일 년 반 동안 사랑, 연애, 결혼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그때그때 이 매거진에 썼던 글들 안에 심겨 있는 전제와 생각들을 정리해서 쓰고 있는 매거진이다. 내가 관련 글 목록을 밑에 만드는 것도 그 때문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 매거진의 글들은 내용이 추상적이고 인터넷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글을 스쳐 지나가면서 읽듯이 읽기 때문에 그 글들은 메시지가 없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항상 들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글을 썼고, 앞으로도 연재를 마칠 때까지 기술적이거나 노하우를 말해 주는 것 같은 글을 최대한 지양할 것인데, 이는 난 연애는 절대로 쉬울 수 없고, 쉬워서도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연애는 사람이라는 두 세상이 만나서 하나로 만들어져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사실 유치원을 가기 시작하면 가족도 하루에 같이 보내는 시간이 몇 시간 되지 않는데, 얼핏 비슷해 보일 수는 있어도 조합에 따라서 엄청나게 다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 모여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인 연애가 어떻게 쉬울 수 있단 말인가? 이뿐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며, 그에 따라 말과 행동을 자신의 방식대로 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연애는 쉬울 수가 없다. 그리고 연애가 쉬워서는 안 되는 이유는, 이렇게 어려운 연애라는 것이 쉽게 느껴진다면 그건 그 관계가 상대방의 엄청난 희생 위에서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는 건강하지 않고, 오래갈 수도 없으며, 오래간다 해도 그런 연애는 한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애는 쉬워서는 안 된다.


어려운 것은, 어렵게 해야 한다. 육아도 사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하면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 않았나? 그런데 내 주위에 부모들을 보면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지에 대한 공부를 하더라. 그 이유는 분명하다. 육아는 한 사람에 대한, 그 아이에 대한 사랑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애에 대해서도 그렇게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연애에 대한 수많은 글과 강연이 넘치지만, 그 안에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에 대해서 말하는 글이나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연애 기술 등에 대한 글과 강연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왜일까? 그런 글과 강연들이 오히려 건강한 연애를 망치는 건 아닐까?


어떤 이들은 연애가 이처럼 어렵기 때문에 행복을 위해서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고, 난 그런 생각이 이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가, 사랑이, 결혼이 중요한 이유는 내 브런치에서 내가 이미 너무 자주 써왔던 것 같다. 그 글들을 읽지 않으신 분들이 더 많겠지만 읽으신 분들도 계시고, 나도 그런 내용을 너무 자주 써서 질린 느낌이 있어서 일단은 여기에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세상에 참 쉬운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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