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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Apr 19. 2019

연애의 속도

사람마다 속도는 다르다

언제부터 '연인'임을 공식화해도 될까? 그리고 언제부터 '사랑'이란 말을 해도 될까? 언제부터 연인 간에 속을 어느 정도까지 털어놔도 될까? 


어쩌면 쓸모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이는 세 질문에 모두 답은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공식적으로 연인일 수 있는 수준의 신뢰와 편안함은 다르고,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 말을 너무 쉽게 쓰기도 하고 너무 쓰지 않기도 한다. 그리고 연인이 되어도 상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게 처음에는 부끄럽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도 됐으면...'이라든지, '사랑이란 말을 너무 안 하는 것 아냐?'라든지,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한다고 핀잔을 줄 필요도 없다. 다만 상대방의 속도와 나의 속도가 다르다면 본인의 속도는 다르다고 상대에게 말해주면 되고, 두 사람은 서로의 속도를 맞춰나가면 된다. 


모든 게 내 속도에 맞을 수는 없다

그 속도는 절대로 완벽하게 맞을 수가 없다. 이는 사람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서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며 그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굉장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나의 속도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니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두 사람이 속도를 맞춰가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두 사람이 어느 순간에는 같은 지점에 서 있을 테니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연애의 속도는 남자들이 훨씬 빠르다. 남자들은 조금 더 시각의 영향을 많이 받고, 호르몬 작용이 빠르게 오는 편이다 보니 모든 면에서 보통은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연애의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리고 남녀 간의 많은 문제들은 남자들이 자신의 속도를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강요함으로써 발생한다. 하지만 상대를 정말 아낀다면, 소중하게 여긴다면 상대방의 속도를 봐가면서 어느 정도는 맞춰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속도가 더 빠른 사람이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속도가 빠른 사람들은 보통 감정적인 면에 충실하거나 생각이 정말 많고 빨라서 그렇게 움직이는데,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감정과 생각을 통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상대가 자신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이지 당연하게 여길 것은 아니다. 


상대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대화를 해보지도 않고 자신도 그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보지 않고 관계를 정리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결정은 좋은 사람을, 잘 맞을 수도 있는 사람을 그 순간의 결정으로 잃어버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속도가 느린 사람도 상대에게 최대한, 본인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상대와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게 맞다. 여기에서 그 노력은 상대의 말을 듣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애의 속도와 나이

이러한 '속도'는 통상적으로 남자들이 더 빠르지만, 그 속도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하나 있으니 그건 '나이'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연애의 속도가 빨라진다. 사람들은 빨리 만나고, 자신을 상대에게 빨리 열고, 그 사람과 언제까지 함께 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빨리 내린다. 어렸을 때 느렸던 사람들도.


그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본인에 더 잘 알아가고, 그에 따라 본인이 맞추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그러기 힘든 것에 대해서 잘 알게 되기 때문이다. 좋게 표현하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람들은 연애의 시작도, 진행도, 끝도 빨리 낸다. 물론 여기에서 '끝'이라 함은 꼭 이별을 의미하진 않는다. 결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니...


두 번째 이유는 결혼 생각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한 사람을 어느 정도 이상 만나는 것이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 대한, 상대에 대한 그리고 가정에 대한 생각이 명확하게 지는데 본인이 상대와 함께 하는 게 그려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별을 선택하고 다른 사람을 빠르게 찾아나간다. 냉정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결혼할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그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남자와 여자 모두 나이가 어느 정도 이상 들면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어지니까. 


속도의 일관성은 중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지부조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는 본래 굉장히 연애의 속도가 느렸던 사람이 머리로는 사람이 빨리 만나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아닐까? 자신은 변하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고 관계를 형성하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 본인도, 주위에서도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어지겠다고 할 때 그런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아직 나의 내면은 느린데 머리와 주위 상황은 빨라야 한다고 할 때.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할까? 난 그에 대해서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모든 것에서 같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단 것이다. 빨리 가기로 결정하고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그 만남에서 자신을 상대에게 여는 것도 빨리 열어야 한다. 빨리 시작했는데 본인은 상대에게 자신을 느리게 열려고 하다가 그 관계를 빨리 정리하게 되면 상대의 입장에서는 그 상황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본인이 느리게 가기로 했다면, 연애의 시작과 끝도 느리게 가야 한다. 상대가 예측 가능하게 말이다. 


그리고 본인이 연애의 속도가 느린 사람이라면, 상대에게 본인에 대한 얘기를 하는 속도는 느리더라도 본인이 연애의 속도와 관련하여 무엇이 어떠한 지는 최소한 솔직하게 상대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걸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걸 말해서 떠날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았어도 관계가 본인 마음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떠날 사람일 것이고, 본인이 그걸 말해보지도 않고 관계를 정리한다면 그 성급함이 좋은 사람을 놓치게 만들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편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상대에게 호감이 있더라도 아직 본인이 정식으로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솔직히 말하고 더 알아가는 기간을 가져가도 된다. 이는 남녀 간에 속도로 인한 문제는 보통 어느 한쪽에서 무리를 했을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장 안타까운 상황은 자신의 속도를 지키지 못함으로 인해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지 않아도 될 갈등과 문제가 생기고, 그로 인해 두 사람이 헤어지는 것이 아닐까? 서로 어떤 사람인지 오해만 남긴 상태로 말이다. 


http://m.podbbang.com/audiobook/channel?id=177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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