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14화

by Simon de Cyrene

우린 마음에서 우러나는 친절을 베풀 때 그걸 굳이 티를 내진 않는다. 자신이 친절을 베푸는 것을 드러내는 사람은 사실 그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 "내가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걸 좀 알아라"라는 식의 메시지를 던질 때가 훨씬 많다. 그렇다면 그건 사실 친절이 아니라 자신이 인정받거나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대가를 은근히 원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만약 누군가가 자신이 상대에게 생일선물을 줬다는 이유로 자신의 생일을 어떻게 깜빡할 수 있냐며 따진다면 그 사람이 줬던 선물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건 일종의 물물교환을 위해 선금을 지급한 것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게 따지는 사람들 중에서는 심지어 상대가 선물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본인이 준 선물에 비해 작거나 약소하다며 따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게 어떻게 '선물'인가.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란 말은 자신이 티를 내려는 친절, 그리고 대가를 원하는 선물 같은 말이다. 이는 우리가 정말 누군가를 위해서,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서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의 마음부터 헤아릴 텐데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상대를 하대하고 본인이 더 우월함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실패하거나 넘어져서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상대를 하대함과 동시에 상대를 위한 말을 할 수 있을까?


물론, 그 사람이 하려는 말이 정말 상대에게 필요한 말일 수는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해도 속이 비어있지 않으면 그걸 먹을 수 없듯이, 위와 장이 이미 음식물로 가득 차 있다면 산해진미가 눈앞에 있어도 입으로 들어가지 않듯이, 아무리 좋은 말도 그 사람이 그 말을 들을 마음의 준비와 상태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 말은 상대에게 흡수되어 영양분이 되는 게 아니라 체하게 만들거나 토하게 만들 것이다. 그게 과연 상대를 [위한] 말일까?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놀랍게도 본인이 뱉고 싶은 말만 뱉어놓고 본인은 상대에게 친절했고 상대를 위한 말을 해줬다고 말한다. 그건 트러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트러플을 선물해 주고 본인이 상대에게 얼마나 대단한 것을 선물해 줬는지를 자랑하는 것과 같은 행위다. 그리고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면서 하는 말들이 트러플만큼 가치 있는 경우도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경험과 지식이 전부인 줄 알고,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상대를 채찍질하려 드는 경우가 많은데,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니라 당근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든지 간에 시대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경험과 지식은 현시대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설사 그게 현시대에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상대가 처한 모든 상황을 입체적으로 다 알지 않는 이상 그가 하는 말은 상대의 상황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거의 100%에 가까울 것이다. 이는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의 일에 그렇게 세밀하게 관심이 없고, 관심이 있어도 상대가 처한 모든 상황들을 완벽하게 아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조언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조언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내가 너의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는...'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고 조심스럽게 본인의 생각을 말하면서 본인이 상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고민해보라는 정도의 조언이 그나마 유의미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조언의 한계치일 것이다.


사실 굳이 조언을 하고 싶다면 그렇게 상대에게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본인이 상대가 처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을 공유하고 본인은 그 과정에서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했는지를 말해주면서, 당신도 헤쳐나갈 길이 있을 것이라는 정도의 얘기를 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이는 그런 말을 들으면 그나마 귀가 조금이라도 열려있는 사람은 자신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있는 게 아니고, 그런 상황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단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조언이 그나마 유용할 수 있는 건 이런 얘기는 사실 조언보다는 공감의 성격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조언은, 누군가에게 현실적인 말을 하는 건 상대의 마음이 열려있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해야, 상호 간의 신뢰가 어느 정도 있어야 의미가 있다. 상대가 물어보거나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면서 하는 말들은 절대로 상대를 생각해서, 상대를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그런 얘기들은 자신이 높이고 드러내기 위한 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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