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안 되는 위로의 말들. 13화
다른 사람들이 위로랍시고 던지는 말들은 보통 특정한 상황에서 주로 들었다면 '다들 그래'란 말은 조금 달랐다. 이 말은 위로인지 비아냥 거림인지 알 수 없는 그 사이 어딘가 또는 비아냥 거림, 그도 아니면 본인 나름대로 위로의 의미로 쓰이는 정말 다의적인(?) 표현인 듯하다.
비아냥 거림의 의미로 '다들 그래'란 말을 할 때 사람들은 보통 [적당히 해] 라거나 [왜 너만 튀려고 그러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이 표현을 쓰더라. 그런데 다들 그런다고 해서, 평균적인 사람들이 그런다고 해서 그게 나 역시 그래야 하는 건가? '평균적으로' 그렇단 것은 반대로 말하면 평균밖에 있는 사람들이 있단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난 왜 내 삶의 무엇인가를 반드시 평균에 맞춰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남들이 그렇다고 해서 나도 그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말을 할 때 쓰이는 '다들'의 기준은 보통 그 말을 뱉는 사람 중심적이란 면에서 심지어 객관성이 담보되어 있는 말도 아니다. 그 사람의 지인들 중에서 상당수는 정말 그 사람 말과 같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연구나 객관적으로 증명된 자료나 수치가 아닌 이상 정말 '다들' 그러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 어머니는 지인들의 자녀들이 얌전하게 회사도 잘 다니고 결혼도 서른 전후에 안정적으로 해서 잘 사는데 난 왜 그렇게 유별나게 사냐고 하시곤 하는데, 흥미로운 건 내 주위에서 마음 편하고 즐겁게 회사 다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딴짓으로 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도 딴짓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사는 사람들도 우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잘' 또는 '아무 탈 없이 행복하게' 살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머니께서 그런 느낌을 받으시는 건 사람들이 보통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만 말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의 지인들이 자신의 자녀의 치부를 얼마나 많이, 심각하게 말하겠나? 우리가 때때로 얼마 전까지 행복하게 잘 산다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혼한단 소식을 듣게 되는 건 그들 간에 문제가 있었어도 그들이 굳이 그걸 입 밖에 내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사실 어떤 경우에도 [다들]이란 말은 다분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다들] 어떻게 살고 있다고 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심층 인터뷰(상담)와 통계를 갖고 뒷받침해야 할 텐데 그렇게 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들 그래'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다들 그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려 할 때 주로 쓰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표현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 사용할 때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데 있다.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로하기 위해서 '다들 그래'라는 말을 종종 쓰는데 그 말에는 사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그러니까 유별 떨지 마.'라는 말이 끌려 있는 것이다.
너무 심하게 비꼬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자, 다른 사람들이 힘들지 않은 것이라고 해서 나도 힘들지 않아야 하나? 아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약점을 갖고 있고 다른 것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통증을 엄청나게 심하게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둔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또 어떤 사람들은 면역질환이나 뼈의 문제로 똑같이 넘어져도 더 많이 아프고 응급실에 실려가야 할 수도 있다. 생물학적인 육체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의 마음과 관련된 영역은 더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 않을까?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힘든 상황을 버티면서 가고 있다고 해서 그게 꼭 다른 사람에게도 가능한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들 그래'란 말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를 위한 말일 수 없다. 이는 그 사람이 아프고 힘들다면, 그건 그냥 본인이 아프고 힘든 만큼 힘든 것이지 다른 사람이 같은 상황이나 상태로 인해 더 아프거나 덜 아프다고 해서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애매하게, 상대를 달래고 위로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비꼬는 의미로 '다들 그래'란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실 이런 사람들이 최악의 부류이고 착한 척을 하는 나쁜 놈들이다. 비꼬려면 비꼬고, 위로를 해주려면 정말 위로가 되는 표현을 찾아야지 애매하게 '다들 그래'라고 하는 건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말 뒤에 숨기는 것이 아닌가?!
'다들 그래'란 말이 안 좋은 가장 근본적이고 큰 이유는 이 말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고통이 마치 절대화, 객관화될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은 주관적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고통의 크고 작음을 정해서는 안된다. '다들 그래'가 어쩌면 위로한답시고 쓰이는 최악의 표현일지도 모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브런치에서 다양한 주제의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감사하게도 '구독해야지!'라는 생각이 드셨다면, 2021년에 제가 쓸 계획(링크)을 참조하셔서 결정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 구독'이라는 좋은 시스템이 있으니, 관심 있는 매거진만 구독하시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