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

결혼과 가족에의 이유. 12편

by Simon de Cyrene

나는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이혼은 죄라고, 잘못된 것이며 결혼하면 무조건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생각이 조금 다르고, 종교가 다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 내용이 종교가 다른 분들께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 그런지를 성경에 나온 내용을 통해서 살펴보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 교회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이혼을 죄악으로 여긴다. 성경에 그러한 구절이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성경에는 사실 이혼이 허용되는 경우에 대한 내용도 있다. 그리고 성경에 있는 모든 규칙과 원칙들을 다 지키는 게 기독교인의 삶이라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돼지고기도 먹어서는 안 되고, 범죄를 저지르면 손을 자르고 눈을 뽑아야 한다. 그런 말씀은 지키지 않으면서 이혼에 대한 부분은 왜 편집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내용으로 여기는 것일까?


성경에서 원칙적으로 이혼을 하지 말라는 것은 결혼은 신의 인도하심으로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지켜내라는 의미다. 종교적으로 해석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이 말은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면 '결혼한 직후에는 서로의 다름으로 인해 힘들고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겠지만 결혼을 결심하고 실제로 그걸 해낼 정도의 관계라면 두 사람이 함께 맞추기 위해 노력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면 관계는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이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사실 많은 장애물들이 있고, 고민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모두 통과해 낼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두 사람이 맞지 않는 것도 아니고, 노력하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르신들 표현을 빌리자면 '그놈이 그놈이야'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성경에서 정하고 있는 예외에 해당하는 사유로는 오늘날의 표현으로 하면 '상대가 간통했을 때'인데, 성경이 쓰여진 당시의 사회, 문화적 특성과 구조에 비춰 봤을 때 이 역시 오늘날에는 물리적으로 성적 부도덕만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나 다른 것에 마음을 두고 상대와 맞춰가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을 때'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즉, 부부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상대와의 관계를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할 의지가 아예 없는 경우에는 이혼을 할 수 있단 의미란 것이다.


종교적인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그리고 사실 이 글의 결론은 이미 나왔다. 난 이혼을 해야만 하는 게, 하는 게 맞는 상황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노력할 의사가 전혀 없을 때, 본인을 돌아볼 생각도 없을 때, 상대가 노력을 의지를 갖고 있고 본인을 돌아보기는 하지만 본인이 감당하고 있는 그대로 품기 힘든 절대로 바뀌지 않는 부분을 갖고 있을 때는 두 사람이 이혼을 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아이가 있을 때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 '아이가 있을 때는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건 부모가 함께 살면서 아이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때에 해당하는 얘기다. 서로 맞추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없고, 본인을 돌아볼 생각이 없는 사람과 산다면 두 사람이 아이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상대의 특정한 부분이 도저히 품어지지 않는다면 그 부분이 나올 때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런 모습과 반응을 본 아이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이런 부분들을 고려한다면, 두 사람이 차라리 따로 살면서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배려하면서 최대한 좋은 모습들만 보여주는 게 나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모르는 사이에 부모의 관계와 모습들을 보고 있기 때문에 한 공간에 살면서 완벽하게 괜찮은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애초에 왜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런데 그 이유도 사실 싱거울 정도로 뻔하다. 상대와 자신을 모르고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결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경우는 [사랑]이란 말에, 그 표현이 붙은 감정에 휩싸여서 결혼을 한 경우일 것이다. 이런 케이스들은 젊다고 하기에도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경우가 많다. 호르몬 작용이 활발하다 보니 감정에 끌려가듯이, 본인은 '이게 맞을까?' 싶다가도 상대가 주도하면 뭔가에 홀린 듯 결혼하게 되는 경우에는 본인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결혼을 하게 되기도 한다.


살짝 곁가지를 치자면, 나는 그래서 계획되지 않거나 의도되지 않았던 아이가 생겨서 결혼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 생명을 책임지기로 한 결단은 높이사야 한다. 하지만 아직 본인의 마음도,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가 생겨서 결혼을 하는 것은 마치 수영할 줄 모르면서 바다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와 결혼을 하기로 어느 정도 이상의 의사의 합치가 없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생기지 않을 수 있도록 모든 예방조치들을 철저히 해야만 한다.


다시 돌아가서, 그렇게 '감정에만' 충실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 중에도 정말 잘 맞춰갈 수 있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운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충분히 고민하고 자신과 상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혼 후에 갈등을 심각하게 겪을 확률이 높다. 더군다나 사회생활을 아직 해보지 않은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은 것이 부부관계에도 그대로 드러남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도 굉장히 많을 수 있다.


'사랑한다'는 감정이 곧 사랑은 아니다. 아니, 우리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말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상대를 갖고 싶다는 소유욕이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구와 욕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너는 내 거, 나는 네꺼'라는 식의 말을 우리는 사랑한다면서 하지 않나? 그런데 사랑은 누군가를 그렇게 소유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내면의 욕구와 욕정이 사랑은 어떠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한 생물학적 호르몬 작용이지 그게 '사랑'은 아니다. 그게 사랑이라면 매력적인 상대를 보고 설레이는 것도 사랑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런 감정과 사랑에는 어떤 차이가 있단 말인가?


물론, 사랑은 그런 감정들을 포함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인간이 그 벽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촉매제이지 그게 곧 사랑은 아니다.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사용되는 촉매제가 그 화학반응의 주체는 아니지 않나? 사랑은 그러한 감정과 이성적인 노력들이 결합되어서 두 사람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과정과 그 결과물을 총칭하는 표현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노력에는 상대와 나를 알아가는 과정도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해서 결혼할 때'도 감정을 잠시 옆으로 두고, 브레이크를 잡고 본인이 어떤 사람이고, 상대는 어떤 사람인지, 두 사람이 하나의 공동체를 꾸려서 평생을 사는 그림이 어떨지를 생각해 보는 과정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도 두 사람은 다를 것이고 갈등은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과 상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만 확실히 알 수 있어도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조금은 달라지고, 최소한 도저히 맞출 수 없어서 갈라서야 할 지경에 이르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혼하면 달라질 거야'라는 잘못된 기대를 갖고 결혼을 하는 경우에도 이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은 달라지지 않는다. 아니, 달라질 수는 있는데 사람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굉장히 힘든 시간을 지나야 만 한다. 이는 인간이란 존재가 극단적으로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고서는 본질적인 문제까지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혼하면 달라질 거야'라는 생각은 '결혼한 후에 정말 힘든 일이 우리에게 닥칠 거야'를 전제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일이 생길 때 본인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고, 그런 일이 닥칠지 여부도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고민을 해도 본인이 품어줄 자신이 없는 모습이 상대에게 있다면, 그 사람과의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맞다. 이혼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결혼한 후에 발견한 새로운 모습 때문에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기 전에 어느 정도는 알았던 면이 결혼을 하고 나서 더 큰 문제가 되어 이혼을 하는 듯하더라.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걸리는 큰 것이 있다면, 그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고 상대가 그것을 인지하고 고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


어떤 이들은 결혼 직전에 고민하는 상대에게 실망하거나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라며 섭섭해하기도 하는데, 결혼식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이는 고민이 된단 것은 본인과 상대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을 하고 있단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부분 때문에 고민을 하는 사람과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에는 결혼하기 전에 상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결혼을 한다는 건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인 만큼 결혼하기 전에 서로에게 최대한 솔직한 게 맞을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예비 배우자에게 그럴 수 있다고, 우리 같이 잘 맞춰가자고 하면 불안감을 어느 정도는 중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자동차 하나, 집 한 채를 살 때도 얼마나 고민을 많이 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결혼에 대한 결심이 쉽지 않은 건 당연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는 건 그만큼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단 의미이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고민이 안되고 확신에만 찬 게 이상하고 위험한 징후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경우가 아닌 경우도 있다. 결혼 후에 두 사람이 너무 달라져서 되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진 경우도 있는데, 두 사람이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달라진 건 결국 두 사람이 그런 노력을 안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로 두 사람이 갈라설 수밖에 없게 된 건,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 아닐까?


이혼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썼지만, 이혼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맞다. 결혼해서 잘 사는 커플이라고 갈등이 없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결혼한 후에 상대와 맞지 않는 지점들로 인해 갈등을 경험한다. 다만, 그에 대한 대화를 하고 타협점을 함께 찾아갈 뿐이다. 두 사람이 한 걸음씩 물러나서 상대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는, 유치원 때부터 배우는 그런 노력만 할 수 있어도 사실 결혼한 사람은 갈등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이는 대부분 사람은 '결혼'이라는 관문을 지나기까지 엄청난 고민과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 관문을 통과할 정도로 서로에게 호감과 신뢰가 있다면 두 사람은 문제를 해결할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결혼해보고 아니면 이혼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혼한 지인들의 깊은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말,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기성세대들은 '요즘 애들은 너무 쉽게 이혼해'라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이혼은 없다. 이혼하는 과정에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서로에게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도 많고, 많은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입은 상처로 인해 새로운 만남을 갖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심사숙고한 끝에 결혼을 결심했는데 그런 상대와 갈라서게 된다면 어떤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 그래서 이혼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혼한 후에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적 치료를 받는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그 속은 그렇지 않단 것이다.


이 글에서 이혼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글을 쓴 것은, 결혼에 대한 결정을 신중하게 하고, 결혼생활 중에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이 이혼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찌할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있지만 이혼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게 최선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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