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신의 아들로 믿는 이유] 7편
성경이 만들어진 과정과 형식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 살펴봤으니 이번엔 성경의 내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의 내용에 대한 내용이 아이러니한 것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성경의 내용도 모르고 반기독교적인 경우가 있고,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성경을 전체적으로 읽어보지도 않고 부분, 부분을 쪼개서 자신들 멋대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경우가 많단 것이다. 이 중에서 성경을 읽어보지 않고 반기독교적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선 넘어가자.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니까.
그런데 성경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자신들 입맛대로 편집해서 좋은 것만 받아들이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왜 잘못되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그들의 그런 패턴이 잘못된 것은 성경의 '장'과 '절'은 처음부터 그렇게 분절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경을 구성하는 모든 책들은 각각 따로 존재했을 뿐 아니라 1551년에 스테파누스의 '그리스 신약'이 나오기 전에 성경은 문단으로 구분되어 있었을 뿐, 지금처럼 숫자로 장, 절이 구분되어 있지 않았다. 영어성경 중에서는 '제네바 성서'가 1557년에 신약, 1560년에 구약까지 장, 절로 구분해서 나온 것이 처음이다.
따라서 성경은 각 장과 절만 따로 떼어놓고 해석하거나 이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잘라서 신앙의 일부로 삼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예를 들어보자 마태복음 7장 7절에서 11절은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는 이 내용을 근거로 '내가 달라고 하면 하나님께서 다 주신다. 내가 정성을 다하면 주실 것이다.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나님께 그렇게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판단하고, 비판한다. 이게 샤머니즘과 뭐가 다른가? 성경은 정말 그렇게 말하고 있을까? 아니다. 이 바로 직전인 마태복음 6장 19절에서 20절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 거기는 좀과 동록이 해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고 도둑질하느니라 오직 너희를 위하여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 거기는 좀이나 동록이 해하지 못하며 도둑이 구멍을 뚫지도 못하고 도둑질도 못하느니라
성경은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라'라고 하고 있다. 이는 세상의 것, 무엇을 먹고 입고 누릴 지에 대한 것에 삶의 목적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성경은 '보물을 하늘에 쌓아 두라'라고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7장에 나오는 '구하라'는 '이 땅의 것'이 아니라 '하늘의 것'에 대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논리적이다. 따라서 7장의 내용은 무엇이든지 구하면, 정성을 보면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선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이 땅의 가치가 아니라 그걸 초월하는 것을 구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이런 예시는 성경에서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요한복음 14장에서 "너희가 내 이름으로 무엇을 구하든지 내가 행하리니 이는 아버지로 하여금 아들로 말미암아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라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라는 말씀을 위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해석하는데, 요한복음은 그 바로 위에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는 내 안에 계신 것을 네가 믿지 아니하느냐 내가 너희에게 이르는 말은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셔서 그의 일을 하시는 것이라 내가 아버지 안에 거하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으라 그렇지 못하겠거든 행하는 그 일로 말미암아 나를 믿으라"라고 말하고 있다.
이 내용은 우선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하나님 안에서 거하면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으로 구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는 구하는 것보다 하나님을, 절대자를, 신을 제대로, 인격적으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말하는 '좋은 것'을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해석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아이가 독약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려고 하면 막지 않을 부모가 없듯이 사실은 본인에게 좋지 않은 것을 구한다고 해서 신이 그것을 그대로 들어줄 리도 없다.
인간이 무엇을 얼마나 아나? 우리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것인 줄 알았던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서 돌아오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성경에서 말하는 '좋은 것'은 그런 맥락을 전제로 하고 해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돈을 정말 많이 벌었다고 치자. 하지만 돈을 관리할 줄도 모르고, 돈에 대한 결핍이 있는 상태에서 많은 돈이 주어지면 그 사람은 지인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돈을 탕진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런 경우에는 많은 돈을 버는 게 복이 아니라 독이다.
성경은 이처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모든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그 성경이 쓰여진 시대의 문화, 관습뿐 아니라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이해는 단순히 책을 읽고 책상에 앉아 있는다고 해서 그냥 생기지 않는다. 그런 이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해야만 한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수록 성경이 다르게 읽히고 해석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에 대해서도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가장 큰 오해는 '성경이 현재와 사후세계에 대해 동시에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오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구호가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다. 이는 성경에서는 사후세계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사후세계의 천국과 지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성경은 천국과 지옥이라는 사후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다. 언급을 하고 있는 부분들도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 들일뿐이지 교리적으로 사후세계는 이렇고, 누구는 지옥에 가고 천국에 간단 내용은 없다. 박진영 씨가 말하는 '구원'에 대한 관점이 잘못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사후에 천국에 가는' 의미로써 구원을 말하고 있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구원'은 직접적으로 그런 인과관계를 말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은 '하나님 나라'라는 표현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천국'이고 '구원=천국 가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론 성경에서 그 두 표현이 그런 함의를 갖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사후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원리를 회복시켜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땅에서, 지금, 현재에서 하나님의 원리, 가치를 구현해 내는 것 말이다. '구원'은 그런 원리와 가치를 모르고 다른 것들에 종속되어 사는 삶, 소위 말하는 '세상적 가치'에서 자유로워지고 하나님의 원리,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지는 삶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성경은 이처럼 '현실'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만, 성경은 철학이나 도덕처럼 '이런저런 것들을 해라'라고 직설적으로 나열하고 설명하지 않고 인간과 신의 관계를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면서 그 가치와 원리를 설명한다. 그 안에 인문학적인 요소들이 녹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사후세계가 어떤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냐고? 이는 천주교에서 '연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에서 알 수 있다. 천주교에서는 죽은 사람들 중에서 가벼운 죄나 용서받은 죄를 저지른 사람은 천국이나 지옥이 아니라 연옥에 가서 일정 기간 단련을 받는다고 주장하는데, 이런 개념을 만든 것은 성경의 내용만으로는 누가 천국에 가고 지옥에 가는 지를 분명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옥이란 개념은 그들 나름대로 '하나님을 모르면 무조건 지옥에 가나?'에 대한 자신들 나름대로의 타협안을 만들어낸 것이지만 그에 대한 내용은 성경에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런 인위적인 개념에 동의하지 못한다. 이 지점도 내가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개신교 신자로 남게 된 큰 이유였다.
이 외에도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중간세계에 있다가 최후의 날이 오면 모두 살아난다는 식의 '설'들이 제기되지만 그 내용은 성경의 구석을 비집고 들어가 억지로 해석해낸 '견해'들일뿐이다. 성경은 사후세계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언급도 하지 않고, 철저히 현실에, 현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성경에 의하면 인간은 그걸 알 수 없고, 사후세계는 절대자의, 신의 통제 하에 있는 것으로 맡겨져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이는 마가복음 10장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의 누가 예수님의 좌우에 앉는지에 대한 논쟁에 대하여 '내가 정할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는데서 알 수 있다.
성경은 이처럼 오늘을, 현실을, 인생을 어떤 방식으로, 어떤 가치를 위해서 살아야 할지, 신은 인간을 어떻게 만들었고,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성경은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이해'를 위해 쓰여진 것이지 사후에 어떻게 되는지,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가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먹고살 수 있을지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성경에 담긴 비밀은 신비롭고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인간의, 인간사회의 모습에 대한 것이다. 신비롭고 초월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입증되는 것이지 우리가 예상하고 해석해서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기독교가 신을 놓고 섬기는 일반적인 '종교'라기보다는 신이 인간을, 이 세상을 어떻게 만들었고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시사점을 주는 'way of life'에 대한 방향성을 주는 종교라고 생각한다. 인생과 세상에 대한 답안지 말이다. 그 답안지의 '결론'은 다른 고등 종교들과 비슷하지만, 기독교가 다른 종교와 다른 것은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 그것을 현실에서 구현해 내는 방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독교만이 진리라고 내가 믿는 것은 수학 문제를 주관식으로 풀면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으면 답이 나올 수 없듯이, 그 과정에서 방향성의 차이는 결론 또는 답에 이를 수 있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인으로 산다는 것은 사후세계를 보장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순신이나 세종대왕은 지옥에 갔냐고? 모른다. 지금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은 지옥에 가냐고? 모른다. 교회에 다니면 무조건 천국에 가냐고? 아닐 것이다. 내가 천국에 가냐고? 모른다. 그건 전적으로 신만 알고, 결정할 영역이다. 그게 기독교적인, 성경적인 세계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건 모른다고 인정하고 현실을, 작은 부분들부터 최선을 다하고 살면, 나의 욕망과 욕정과 욕심과 세상이 말하는 가치가 아니라 성경적 가치대로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살면, 인간에게 선택할 자유를 준 신이 그의 길을 도울 것이고, 그 인간의 길을 인도해 줄 것이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게 내가 믿는 '믿음'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그 길이 우리가 '진짜 행복'을 찾는 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그 사람을 위해 세운 계획이 이뤄질 때 그 사람이 가장 행복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과 행복한 삶을 욕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성경도 그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을 만들고 주관하는 신의 인도하심을 따라 사는 삶. 성경은 우리에게 그렇게 사는 것이 우리의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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