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회사원의 허와 실

프리랜서로 살 이유. 4화.

by Simon de Cyrene


우리나라에는 취업을 해서 임금을 받는 형태로 근로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80%,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는 임금을 받는 회사원이다. 이는 정부에서 가지고 있는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임금 근로자와 자영업자 통계-통계청 자료


그런데 회사생활은 영원하지 않다.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말하지만 IMF 이후에는 '안정적'인 직장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이는 IMF 이전까지만 해도 어지간하면 '우리 식구'라는 개념을 가지고 직원들을 끝까지 끌고 가고, 연차가 차면 승진과 임금인상을 시켜줬지만 IMF와 그 이후에 개인화되어가는 사회문화로 인해 그런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가정'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일터'가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의 필요에 따라서는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그만두도록 권고 또는 압박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생겼다.


회사생활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은 임금 근로자의 수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2022년 7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20대는 6,531,636명, 30대는 6,647,003명, 40대는 8,134,712명, 50대는 8,651,892명, 60대는 7,279,621명, 70대는 3,807,864명, 80대는 1,918,134명, 90대는 273,603명, 100세 이상은 8,533명이다.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60대 이상이 가장 많은데 임금 근로자 중에서는 60대가 가장 적고, 50대가 40대보다 많음에도 불구하고 임금근로자의 수는 40대가 50대보다 많다. 이는 우리나라 회사원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50대부터 회사를 떠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연령별 회사원 숫자

이처럼 회사생활은 영원하지 않다. 이에 대해서 '출산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40대를 포함하여 그보다 젊은 사람들은 회사를 더 오래 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다. 이는 사람은 노화로 인해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짧은 시간 안에 압축적으로 일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한 회사는 피라미드 구조가 되어서 관리자가 적고 현장에서 실무를 뛰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실무를 뛰는 건 젊은 사람들이 훨씬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잘한다.


여기에 더해서 사회, 문화, 기술은 계속 바뀌고 기업은 그 안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데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은 그런 트렌드와 변화에 약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생물학적 한계가 작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감당해야 할 책임이 늘어나고, 어울리는 사람들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를 현실적으로 쫓아가기가 힘들기 때문에라도 이러한 한계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요즘 같이 변화가 빨리 일어나는 세상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은 그런 변화에 발맞춰나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나이가 많이 든 사람들이 조직에서 할 일이 없다는 게 아니다. 그런 현실적인 변화가 일어나도 어떤 업종이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고,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와 지식이 반드시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다만, 그러한 일들은 대부분 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데 회사는 그 구조상 필연적으로 관리직이 실무를 하는 사람들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데 관리직을 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높은 연봉을 주면서 실무와 현장일을 맡길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회사들은 나쁘지 않은 퇴직 패키지를 통해서 퇴사를 유도한다. 그리고 아직 정년이 되지 않은 사람들도 후배들 밑에서 눈치 보면서 회사에 뭉개고 있는 것보다는 지금 당장 어느 정도 금전적 보상을 받고 나가는 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희망퇴직 또는 명예퇴직을 선택한다. 이런 식의 퇴사는 일면 회사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고, 퇴사자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모으기 힘든 금전적 보상을 단기적으로 받기 때문에 윈-윈으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일단, 이직시장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선호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정황상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업계에서 알려진 사람이 아닌 이상 '이전 조직에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기가 쉽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사람들을 잘 받으려 하지 않고, 그렇게 퇴직한 사람들은 결국 자영업이나 어떤 형태로든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데 회사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것과 사업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능력을 요구한다. 너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회사원은 회사라는 거대한 돈 만들어내는 기계의 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부품과 같은 존재다. 이직을 해본 사람이라면 회사 안에 있을 때는 본인이 일정 부분을 책임지고, 본인만 할 수 있는 업무인 것 같지만 막상 퇴사를 하고 나서보면 그 공백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경험을 한 번쯤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일 잘하는 사람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진 않지만 그게 불가능하진 않다.


왜 그럴까? 그 사람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회사는 태생이 그렇게 운영되도록 만들어진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이는 대기업일수록 그런 성격이 더 강하다. 회사는 누가 그만둬도 다른 사람이 금방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도록 업무를 쪼개고 분업시켜놔야 하는데, 이는 한 사람이 이탈했을 때 그게 조직 전체에 대한 리스크로 돌아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회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그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에 [대체 불가능]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담당자가 바뀌면 잠시 혼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조직 전체의 생존에 위협을 주진 않는다.


기업에서 보내주는 연수나 사내 복지는 사실은 이탈을 막기 위한 장치이고, 기업에서 만들어 놓은 경영이념이나 가치, 기업문화들도 사실은 그 구성원들을 회사의 시스템에 맞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장치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예를 들면 나의 첫 직장은 '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구성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조금 더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을 줬는데 퇴사한 지 10년도 더 지난 지금도 나는 '직원'이라는 표현보다 '구성원'이란 표현이 익숙하다. 이런 작아 보이는 장치들은 그 구성원들을 회사에 맞는 부품으로 다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표준화되어야 회사라는 기계가 더 잘 돌아가기 때문에.


개인에게 정말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조직의 부분으로만 일하던 사람들은 조직에 오래 머물수록 그렇게 일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서 그렇게 밖에 일할 줄 모르게 된다는데 있다. 사람들이 이직한 후에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회사들마다 그 업무분담이나 사내 문화, 가치, 경영이념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회사에서 회사로 이직하면 새로운 체계에 익숙해질 수는 있는데,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완벽하게 시스템화 되어 있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좋은 회사에서 일을 많이, 잘하던 사람이면 무조건 작은 조직이나 자신의 사업에서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작은 조직에서 일하는 내 지인들은 대기업 사람들을 몇 번 채용해 봤지만 그 사람도, 기존 사람들도 힘들어져서 그 사람이 그만둔 후에는 절대 대기업 출신은 뽑지 않는다고도 하더라.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까지 하신 분들도 대부분 퇴직하고 나면 대부분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의 부품을 자동차에서 빼내면 그것만으로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처럼 회사생활을 오래한 사람일수록 회사에 맞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회사원들은 대부분 회사 밖에서 혼자 할 수 있는게 없다.


상황이 이런데 과연 회사원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면이 분명 있기는 하다. 중간만 해도 40대 중반까지는 잘리진 않기 때문에 20년 정도는 분명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살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열심히 일하면 임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임원이 되는 순간 더 쉽게 해고될 수 있는 신분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애초에 임원이 되는 것도 능력과 성과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회사를 어느 정도 이상 다녀 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승진과 임원이 되는 건 높은 곳으로 갈수록 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누구도 언제까지 회사생활을 할 수 있을지를 장담할 수 없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는 것을 군대의 장군에 비유하는 것은 그만큼 임원이 되기도 힘들뿐 아니라 여러 변수가 영향을 미칠 수 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왜 회사원, 그중에서도 대기업 회사원을 선망하게 된 것일까? 그건 아마도 대기업이 많지 않았던 70-80년대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당시 대기업 회사원들은 그 시대의 기준으로 '힘들게 몸으로 뛰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월급이, 그것도 많이 들어오는 좋은 곳'이었다. 모든 것이 불안정한 자영업을 하시던 부모님은 그러한 회사원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때는 대기업에 다녔으면 잘 모으면 서울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고, 당시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으니 그렇게 보는 게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너무나도 잘 안다. 그렇다면 회사원으로 사는 것에 대한 시선도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나는 회사원들을 여러 가지 이유로 진심으로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회사원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고, 동생도 회사원인데 내가 어떻게 회사원의 삶을 폄하하겠나? 여기에 더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첫 사회생활은 회사원으로 하는 게 필요하고, 좋다고도 생각하는 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 첫 사회생활이 대기업이었던 것이었던 덕을 많이 봤고, 지금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똑같이 회사를 다니더라도 지금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면서 다니는 것과 내가 어떤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왜 이 회사에 다니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계획에 따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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