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이유. 2화.
'프리랜서로 살 이유'에 대한 시리즈를 쓰면서 왜 세대 갈등 얘기를 하나... 싶을 수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세대 간 갈등으로 작용하는 원인들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살아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세대 간 갈등은 꽤나 심각하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0% 이상이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하니 이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세대갈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나 조사,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글이나 연구들이 놓치는 것이 있다. 그건 세대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은 역사적으로 항상 있었단 것이다.
그렇다. 세대차이로 인한 세대갈등은 항상 있었다. 기원전 1700년 경에 쓰인 수메르 점토판에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지금은 MZ세대라는 말로 특정 연도에 태어난 사람들을 규정하지만 그 전에도 X세대란 말이 있었고, X세대 후에는 Y세대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 전에는 산업화 세대, 베이비부머 세대 같은 표현을 사용해서 특정 세대를 구분했었다.
여기에서 잠깐. 그러한 세대차이는 정말 존재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닐 확률도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4천 년간 쓰여온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은 실제로 세대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에 사용된 표현이라기보다는 기성세대가 본인의 현재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젊은 세대를 판단하기 때문에 사용된 표현일 확률이 매우, 매우 높다. 그도 아니라면 자신과 다른 부모와 환경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을 보고 '요즘 애들은 다 저래'라고 성급하게 일반화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생각해보자. 기성세대들은 너무 쉽게 '요즘 젊은 애들은 성적으로 너무 개방적이야'라고 말하는데 내가 태어나기 전인 1979년 3월 8일 중앙일보 기사에 의하면 국립가족계획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혼전 임신율은 50년대에는 5% 안팎이던 것이 20여 년이 지난 76년에는 26%인 것으로 드러났다. 추측컨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에 비춰봤을 때 이 통계는 매우, 매우 보수적인 수치일 것이다. 이는 70년대에 결혼한 사람들 중 '최소한 26%'는 혼전임신을 해서 결혼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모두 성적으로 개방적일까? 아니다. 개방적인 사람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다보니 본인들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싫어 목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지 오히려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20대들도 적지 않다. 스스로를 '유교 보이'나 '유교 걸'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유튜브에서 20대 초반의 남녀가 나누는 대화를 보면 남녀관계에 있어서 나보다도 훨씬 보수적인 사람들을 가끔씩 발견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X세대가 엄청난 일탈을 많이 한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1960-80년대까지 국가적으로 단속했던 장발, 밀주, 미니스커트 등은 그만큼 그런 문화가 작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과거에 그렇게 별종 취급을 받았던 X세대들이 지금은 MZ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드는 것은 또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처럼 '세대차이'와 '세대갈등'으로 규정지어진 차이와 갈등은 많은 경우 기성세대가 본인의 젊은 시절의 생각과 감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발생해 왔다. 과거에는 분명히 그랬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두 세대가 살고 있는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세대 간의 차이는 사실 크지 않았다.
현재에는 어떨까? 이 시대의 세대차이와 갈등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 이는 모든 면에서 변화의 속도가 과거에 비해서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지만 그 표현은 더 이상 맞는 표현이 아니다. 강산은 1년 안에도 몇 번씩 바뀌는 게 21세기의 삶이다.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정보의 양이다. 인터넷은 1960-70년대에 처음 개발되기 시작했지만 당시 일반인들은 그런 개념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2년 5월 15일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중형 컴퓨터와 구미의 전자기술연구소의 중형컴퓨터가 전용선으로 연결되었는데, 1983년 1월 카이스트의 중형 컴퓨터가 SDN에 연결되어 TCP/IP를 사용한 것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개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는 1987년에. kr이라는 국가도메인이 처음 생겼고, 1986년에는 천리안, 1988년에는 하이텔이 생겼지만 일반 사람들은 1990년대 중반에서야 '인터넷'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됐다.
지금의 20-30대들의 부모님은 그 시대에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모두 보냈다. 우리나라는 심지어 1989년에서야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게 해 줬다는 것을 감안하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 20-30대들의 부모님은 그 시대에 글로벌한 관점에서 봤을 때는 완전한 '우물 안 개구리'로 살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그들 중 대부분은 한국이, 조금 더 정확히는 본인 주위 사람들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사고할 수밖에 없었고 사람의 사고의 틀은 성인이 된 후에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기성세대의 사고방식은 '나와 같은 일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데서 드러난다. 우리나라 부모님들은 놀랍게도 대부분이 그런 얘기를 한다. 농사를 짓는 게 힘들었기 때문에 자식은 대학교에 가서 회사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데, 회사를 다녔던 부모들은 또 회사원으로 사는 게 힘들고 뻔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회사원으로 살지 않기를 바라기도 한다. 기성세대가 그럴 수밖에 없는 건 그들이 성장하고 자란 환경에서는 정보의 양이 워낙 적어서 다른 삶이 어떤지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은 심지어 책도 귀한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온라인 서점이 넘치고, 포털에서 검색하면 작가와 책이 검색될 뿐 아니라 도서관들 홈페이지에 가면 도서관에 특정 책을 소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시대에는 어떤 책이 출판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았고, 도서관에는 직접 가서 카드를 확인해야 책이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들이 보는 세상은 필연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우리나라가 기성세대가 살았던 시대와 현재의 사회적 분위기나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경제적으로 침체기를 지나고 있는 일본, 전 세계의 중심축이 되는 미국, 거기에 EU로 통합되어 가는 것 외에는 큰 변화는 없는 유럽에서의 삶의 방식은 80년대와 지금이 아주 큰 차이는 없다. 물가가 올랐고, 기술의 발달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그 내부적인 변화의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국가들에 따라 특정 지역의 변화가 큰 경우는 있지만 그게 전국가적인 변화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1997년에 IMF사태를 맞으면서 금융시장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바뀌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들로 대선이나 총선에서 승리하고 나면 온갖 정책들을 바꿔가며 계속 나라의 틀을 바꿨다. 이런 급격한 변화들은 우리나라의 사회구조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사고체계와 가치관과 문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2002년에 '부자 되세요~'를 외친 한 카드회사 광고가 당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저렇게 천박하게 대놓고 부자가 되라고 말하지?'라는 생각을 일으키기도 한 것과 달리 2021년에는 조사가 이뤄진 17개국 중 우리나라만 물질적 풍족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가족은 3순위에 머물렀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20년 동안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뿐인가? 우리나라는 형식적으로는 1987년에 민주화가 되었지만 독재 시절의 법제도들 중 상당수가 1990년대까지 유지되었다. 이게 큰 차이가 아닌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독재 시절에는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항상 강조되었고, 기성세대는 그런 사고의 틀을 지금도 가지고 있는 반면 민주화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런 메시지나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단 것은 가치체계에서 큰 차이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서 사실 90년대, 아니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구조는 지금과 매우 많이 달랐다. 단적인 예로 IMF 이전에는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996년 4월에 9.46%를 찍은 것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96년 이전에 예금이나 적금을 넣었으면 최소한 연 10% 이상의 이자는 받을 수 있었단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상황에서는 굳이 힘들게 공부까지 하며 주식투자를 할 필요가 없었다. IMF 이후에는 금리가 굉장히 낮아졌지만 그래도 2000년과 2008년에는 기준금리가 5.25%를 기록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금리가 3%를 넘어간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전세를 줘도 은행 이자 수익이 나쁘지 않았기에 월세가 많지 않았지만 은행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바라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나마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대출을 받으면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준의 집을 서울 안 어딘가에는 마련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연봉이 1억 원이 넘어도 그러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기성세대가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던 시대에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빈 공간'들이 있었다. 정보가 지금처럼 빠르게 공유되지 않았다 보니 좋은 정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면 최소한 사업 초기에라도 그 아이템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룰 수 있었고, 경제상황이 안정적이다 보니 기업들은 한 번 직원은 평생 가족처럼 여기는 문화도 있었다. 이는 아마도 당시에 '국가'를 개인보다 중요시하던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기성세대가 집에 들어가지 않으면서까지 회사에 충성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IMF시대를 지나고, 저금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직원을 가족으로 여기던 문화는 사라졌고, 저금리 시대에는 예적금을 넣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인터넷 관련 인프라가 전세계에서도 가장 빨리 구축되면서 사업 아이템을 베끼거나 빨리 따라하는 사람들도 많아져 경쟁은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전세보다는 월세가 많아졌고, 물려받은 재산이 많지 않은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울 안에서 '벌어서 갚을 수 있는 수준의 대출'만을 낀 집을 사기가 힘들어졌다. 그리고 직장도, 사람도 수도권 지역에 워낙 많이 집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 내려가 산다고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성세대가 20-30대, 아니 40대를 보낸 시대와 지금의 20대에서 40대가 사는 시대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불리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빠른 경제발전은 그 속도만큼이나 한 공간에 사는 다른 세대의 사람들이 같은 나이에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서 IMF와 기술의 발전까지 더해지니 지금의 20-30대들이 사는 세상은 물리적으로 한반도 위에 산다는 것 외에는 그들의 부모가 산 세상과 닮은 것조차 없게 되었다.
이런 세상에는 세대 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한 세대갈등도 생길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성세대'가 본인이 살았던 시대와 현재가 얼마나 다른 지를 돌아보면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이 자신들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존중해 주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는 두 세상을 모두 경험했지만 20-30대는 기성세대가 20-30대였던 시절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는 커녕 접할 수 있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