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이유. 9화.
사람들은 하나로 묶어서 '프리랜서'라고 부르지만 프리랜서만큼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이면서도 모두 성격이 다른 집단도 드물다. 그 일과 돈을 버는 원리에 따라 프리랜서들은 수입은 물론이고 일을 받는 법과 프리랜서가 되는 법도 다르다.
가장 대표적인 프리랜서는 배우, 가수, 운동선수와 인플루언서들이다. 다른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제공하는 결과물에 대한 비용을 받는 반면 이들은 '일반 대중'이라는 추상적인 집단의 존재에 의해 가치를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다른 프리랜서들과 다르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 지식에 따라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 배우나 가수가 아무리 실력이 특출 나도 그들은 대중에게 인기가 없으면 수입이 극단적으로 적기도 하고, 실력이 부족해도 어떤 이유에서든 인기가 있으면 이들은 몸값이 높아진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이들은 돈을 능력이나 경험이 아니라 '광고판'으로서 받기 때문이다. 연기가 부족해도 인기가 많은 배우들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광고를 하면 효과가 높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광고모델로 사용하거나 그들이 있는 곳에 광고를 붙이기 위한 경쟁이 붙게 되는데 시간이나 공간은 제한되어 있다 보니 경쟁이 붙으면 비용은 올라가게 된다.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 실력이 부족해도 인기가 있는 가수가 등장하면 그 공연의 표는 더 비싸게, 많이 팔릴 수 있기 때문에 가수들의 행사비용과 출연료도 인기가 있을수록 높아지게 되어있다. 여기에 더해서 SNS와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광고 자체가 주 수입원인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했지만 사실 인플루언서들이 아니더라도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이 '매력적인 광고판'이 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받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행을 따라가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자신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사회적 특성상 배우, 가수와 인플루언서들이 실제 시장규모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
이렇듯 배우, 가수와 인플루언서들의 수입은 상당 부분 '대중의 관심'에 따라 그 수준이 결정되다 보니 배우, 가수와 인플루언서들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대중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 '인기'라는 것의 이면에는 '내가 원하는 방식의 상대 모습'을 원하는 소유욕이 그 이면에 있고, 그렇다 보니 적지 않은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가 자신이 원하는 말과 행동을 하고 그런 모습을 갖기를 원한다. 사생팬이 생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연애나 결혼을 하면 분노하거나 실망하는 것은 그 마음에 소유욕이 있단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연예인들은 그에 대해 솔직하게 대응하거나 반응하지 못하는데 이는 그들이 자신들의 수입이 전적으로 그 인기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의 경우에도 자신이 뭐라도 된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내 싸인의 희소성 때문에 사인을 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을 한 전직 운동선수는 지금까지도 그 꼬리표가 붙어 다니는데,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운동선수들이 자신들도 '좋은 광고판'이기 때문에 높은 연봉을 받는단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스포츠의 경우 그 종목과 경기장 자체가 광고판으로 작용하고,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구단들의 경우 수입이 대부분 광고적인 성격을 갖는다. 구단이 성적이 좋아야 하는 것은 성적이 좋아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야 관련된 광고 단가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의 수입은 100% 광고라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국이 지불하는 중계료도 사실 광고적인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프리랜서들은 철저히 자신이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일이 들어오고, 몸값이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프리랜서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물론, 경험과 능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경험치와 능력을 쌓기 위해 상당기간을 낮은 비용을 받으면서 인정도 받지 못하는 상태로 일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프리랜서들은 보통 언젠가는 그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분야에 있는데, 그들의 몸값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은 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의 분명한 장점이나 기술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대체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크몽처럼 프리랜서들이 일을 받는 플랫폼에서 높은 비용을 받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그건 그들의 능력과 경험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프리랜서로 완전히 자리 잡은 사람들은 그런 시장에 발을 들일 필요가 없는데, 이는 프리랜서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지금까지 맺어온 관계를 통해 일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프리랜서를 찾거나 프리랜서들이 '나를 써달라'라고 광고하는 공간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장받기가 힘들고, 또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높은 비용을 받기도 쉽지 않다.
물론, 그런 공간에서도 능력이 특출 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능력이 분명하게 입증되지 않은 이상 그 사람에게 큰 비용이나 지속적인 일감을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프리랜서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5년 정도는 그 일을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해서 밥벌이를 한 경력과 인정해 줄 만한 포트폴리오가 있어야 한다. '보조'가 아니라 본인이 책임을 지고 한 경험이 있어야 한단 것이다.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게 쉽지는 않다. 별다른 경력이나 경험 없이 프리랜서로 나선 사람들은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태에서 때로는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받으면서라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받으면서 하루, 하루를 고통스럽게 버티면서 보내야 한다. 언젠가는 경력이 잘, 많이 쌓여서 정당한 비용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은 대체 가능한 경우가 많고, 대체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경력과 능력을 쌓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그런 수준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별다른 경력이나 경험 없이 처음부터 프리랜서를 하기보다는 자신이 언젠가는 개인으로, 아니면 회사를 만들어서 일하고 싶은 분야의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언젠가는 프리랜서를 하고 싶은 사람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나은 것은 정기적으로 월급이 들어올 뿐 아니라 개인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자신이 일할 업계를 빨리, 많이, 잘 파악하고 그 업계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일할 업계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면 그 자체가 경력이자 포트폴리오가 되어주고, 본인만 일을 잘한다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프리랜서로 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첫 사회생활은 사실 회사에서 하는 것이 장점이 많다.
이처럼 프리랜서들도 배경도, 돈을 버는 원리도 다르고 그에 따라 받게 되는 비용과 라이프스타일과 스트레스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들은 모두 [프리랜서]로 묶여서 동질적인 집단처럼 보이는 게, 특히 '마음대로 일하니까 좋겠다'는 시선을 받는게 조금은 아쉬울 때가 있다. 프리랜서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