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가 프리 할 수 없는 이유

프리랜서로 살 이유. 10화.

by Simon de Cyrene

프리랜서가 프리 하지 않다는 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도 있다. 왜 그럴까? 그건 아마도 프리랜서들이 지인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자유로워서 좋겠다'라는 말인 반면 정말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프리랜서들은 아무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과 인식의 차이는 왜 일어나는 걸까?


그 가장 큰 이유는 '프리'랜서라는 표현이 가져오는 오해와 착각일 듯하다. 회사에 매인 몸인 회사원들의 입장에서는 법적으로는 9 to 6 / 8 to 5로 출근시간을 지켜야 하고, 현실에서는 그보다 더 오래 회사에 최소 주 5일은 출근해야 하는 자신들에 비해서 늦게 일어나도 되고, 늦게 자도 될 뿐 아니라 어디에서 일해도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프리랜서들이 자유롭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그런 면에서 프리랜서들이 '프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일이 어느 정도로 있는 프리랜서들은 늦게 일어나면 밤늦게, 많은 경우 새벽까지 일을 하고, 주말에도 당연히 일을 해야 한다. 프리랜서들 중에 시도 때도 없이 여행을 가거나 해외에 나가서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앞의 글에서 얘기했듯이 프리랜서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모든 프리랜서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는 프리랜서들도 사실 많은 경우 회의를 하거나 현장에 나가야 하는 상황들로 인해 그렇게 자주, 마음대로 나가지 못한다.


프리랜서들에 대한 환상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난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라는 식으로 본인을 포장한 일부 프리랜서들 때문이다. 인스타에 행복한 사진만 올리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디지털 노마드임을 과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본인의 삶이 쿨하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 그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준 것인데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로 인해 프리랜서와 그런 삶을 동일시하게 된 듯하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난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라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난 어디에서나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렇다. 프리랜서들은 실제로 일을 하고 있어도 일을 하고 있고,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일을 하고 있다. 이는 프리랜서들은 철저히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로 평가받고 인정받기 때문에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생각이 머리에서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프리랜서라고 해도 한 번 미끄러지면, 한 번 관계가 틀어지면 일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일을 자신이 가진 능력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잘 해내야 한단 압박감에 시달린다.


연예인은 다를까? 아니다. 연예인들은 일면 화려해 보이지만 그들이야말로 한 번 미끄러지면 '광고판'으로서의 가치가 급락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조차도 조심에 조심을 기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래도 쟤네는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돈을 벌어놨잖아'라고 말하고, 연예인이 아닌 사람들의 수입과 비교하면 분명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계속 일을 하지 않으면 그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수입이 떨어지게 되어 있는데 이는 많은 연예인들은 돈을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쓰는 데 익숙하고, 그 수준의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저 정도 돈을 벌었으면 일을 안 해도 될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계속 그렇게 일하는 것은 그들의 소비 수준을 유지하지 않으면 그들은 불행하고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월세 400만 원짜리 집에 살면서 '궁상민' 캐릭터로 살았던 이상민이 월세 200만 원짜리 집으로 가는 것을 보며 비연예인들은 박탈감을 느끼지만 본인 입으로 항상 말했듯이 90년대에는 대한민국 연예인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수입을 올렸던 그의 입장에서는 그 정도는 살아야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옳고 그름도, 다름의 문제도 아니다. 나만해도 대기업에서 고작 2년 일하면서 한 끼에 1만 원 전후가 되는 밥은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고 사 먹다가, 아니 2-3만 원 정도 해도 부담이 되지는 않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5-6천 원을 주고 밥을 사 먹는 게 부담이 되는 것을 느끼며 비참함을 느끼며 살았었다. 이는 누구나 그렇다. 사람은 자신의 삶이 물질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이 되었다가 그보다 낮아지면 한 번도 높아졌던 적이 없는 물질적으로 비슷한 수준의 사람보다 훨씬 불행해진다.


연예인들도 이를 안다. 그들이 재테크를 하고, 건물을 사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도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언제 일이 끊길지 모르는데 자신의 삶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일이 들어오지 않아도 최소한의 방어선은 구축하기 위해서.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마냥 부럽겠지만 그들의 관점에서는 그 안에서도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재테크를 하고 금융소득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것이다. 연예인도 결국에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그리고 시대는 변하고,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다 보니 인기는 언젠가는 식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들은 수입 수준도, 일을 벌게 되는 원리도 다르지만 '불안함'만은 똑같이 공유한다. 물론, 그 불안함의 내용은 다르다. 고소득 연예인과 프리랜서들은 '내가 지금 누리는 것을 누리게 되지 못하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면 대부분 프리랜서들은 '먹고살기 힘들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이는 어쨌든 모든 프리랜서들은 선택을 '받는' 입장이고, 어느 프리랜서들도 대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단해 보이는 프리랜서도 절대로 대체 불가능하지는 않다.


여기에 더해서 프리랜서들은 쉬는 순간 일이 끊기게 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예능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 쉬지 않고, 휴가도 따로 가지 않고 들어오는 프로그램은 다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건 일을 쉬는 순간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끊긴다는 것을 그들도 알기 때문이다. 예능에 출연하는 사람을 섭외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느 정도 이상 쉰 사람에 대해서는 '쉬었는데 감이 살아있을까? 살아날까?'라는 생각에 선택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다른 프리랜서들도 마찬가지다. 프리랜서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기술'을 가지고 일을 받다 보니 오랫동안 그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선택받기가 쉽지가 않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일을 안 하면 일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줄어들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일을 어느 정도 이상 놓고 있다 보면 감이 무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프리랜서들은 쉴 수가 없다. 몇 달만 일을 놓자고 생각하고 '잠시' 쉬었다가는 일을 영원히 쉬게 될 수 있다.


당신이 프리랜서를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지금 열심히 일을 하는 프리랜서와 예전에 같이 일해봤지만 지금은 일을 하는지 모르겠는 프리랜서가 있다면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당연히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는 위에서 설명한 이유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지금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면 계속 일을 할 의시가 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일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업계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고 톱 클래스였던 극소수의 사람들은 일을 어느 정도 쉬어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대부분 프리랜서들은 쉬는 순간 일이 다시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일의 공백기를 두더라도 오래 둘 수가 없다. 그리고 일을 할 때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끌어내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그 결과물을 보고 다른 일이 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의 시장은 말 그대로 '야생'이기 때문에 성과를 분명하게 내지 못한 사람은 성과를 낸 사람에 의해서 쉽게 대체된다.


그렇다 보니 프리랜서들 중에는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받고 일을 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시장을 망친다며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을 마냥 비난할 수 없는 건 그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일을 하고, 이력을 쌓으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계속 일을 받고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 자체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프리랜서들의 입장에서는 그 일이라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낮은 비용을 받고서라도 일을 해줘야 하는 상황은 모든 프리랜서들에게 발생한다.


회사원들은 회사에 출퇴근하는 시간에 물리적으로, 계약의 내용으로 인해 자유를 일부 박탈당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프리랜서들이 마냥 자유롭고 좋아 보일 수 있다. 부럽기도 하고. 그러한 구속이 답답하긴 하겠지만 그러한 구속은 사실 현실에서 그 사람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프리랜서들은 그런 지점에서 자유로운 것은 맞지만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고 일이 완전히 끊어질 수 있는 외나무다리를 걸으며 일을 해야 한다.


바람이 엄청나게 부는 광야에서 우리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회사원으로 사는 것은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외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어서 바람은 전혀 맞지 않지만 그 길은 편하게 걸어갈 수 있지만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아서 갑갑한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과 같고, 프리랜서로 사는 것은 풍경은 모두 볼 수 있지만 어떤 통로나 보호막도 없어서 그 바람을 온몸으로 맞아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야 하는 삶과 같다.


어느 삶이 더 편하거나 행복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게 되어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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