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는 결국 '사업가'

프리랜서로 살 이유. 11화.

by Simon de Cyrene

사람들은 '프리랜서'를 마치 별도의 직종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프리랜서들은 결국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프리랜서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개인사업자'와 '프리랜서'가 개념적으로 차이가 있다면 개인사업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서비스나 재화를 파는 사람인 것과 달리 프리랜서는 계약을 체결한 상대를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계약의 내용에 따라 업무를 한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프리랜서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결국 '개인사업자'이다.


본인이 프리랜서로 일하고 싶거나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자신의 '고객'인 계약 상대방을 고객답게 대해야 한다. 상대를 고객답게 대한다는 것은 회의와 납기에 대한 약속을 지키고,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다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글이나 영상을 납품하는 프리랜서들은 상대의 요구가 계약내용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최선을 다해서 기한과 요청사항을 맞춰야 하고, 가수는 공연을 하기 위해 자신의 컨디션을 만들어서 공연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서 도착해야 하며, 배우는 자신의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프리랜서들은 계약 범위 내에서만 움직여야지 그 이상을 상대에게 요구해서도 안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지만 사실 상대도 그 이상을 요구해서도 안된다.


이처럼 프리랜서 자체가 그 본질에 있어서 사업적인 성격을 갖기도 하지만, 프리랜서들은 장기적으로는 회사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현실적으로도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프리랜서들이 하는 일이 대부분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일이 많아지고 커지거나 나이가 들면서 혼자서 일하는 게 점점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것도,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도, 디자인을 하는 것도, 연기를 하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나이가 들수록 하기 힘들어지는 지점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자신이 혼자 하기 힘든 부분들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일을 계속해 나갈 수 있다. 프리랜서들이 어느 순간서부턴가 보조를 구하는 것도, 배우와 가수가 스텝이 필요한 것도 프리랜서로서의 일이 자리 잡히면 잡힐수록 혼자서 자신의 역할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방식으로서의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프리랜서들은 프로젝트 별로 자주 일하는 파트너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것은 프리랜서 개인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보다는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다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팀을 이뤘을 때 일의 규모가 2배, 3배가 아니라 5배, 10배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한 사람이 혼자 받아서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일에는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보니 이런 파트너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경우가 프리랜서 세계에서는 상당히 많다.


그런데 프리랜서들이 팀을 이뤄서 일하는 것을 넘어서 사실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회사를 차려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그 사람이 자신의 업계에서 '대체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 앞에서는 본인이 대체 불가능해지면 더 많은 비용을 받고, 다양하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 한 개인이 그렇게 대체 불가능해지는 경우는 매우, 극히 드물다. 다만,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이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계약을 하고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런 회사를 만들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대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그리고 대체 불가능해져야 일하는 게 지속 가능해지기 때문에 프리랜서도 계속 일을 하고 싶다면 결국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조직,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회사를 차리지 않고 파트너로 함께 일하면서 프로젝트를 해 나가는 게 사실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런 관계가 지속 가능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프리랜서들이 개인으로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에게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고, 그 파트너 관계에서도 작은 문제로 인해 관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는 건 매우, 매우 힘들다. 적어도 10년 이상은 일로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서로 사적으로는 너무 친하지 않은 이성적일 수 있는 관계이거나 아예 결혼을 할 정도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이상 그런 관계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든지 깨질 수 있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는 프리랜서들이 하는 일들은 대부분이 노동집약적이다 보니 프리랜서들은 나이가 들수록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는 노동집약적인 모든 전문직종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변호사들도 나이가 들면 새로 개정된 법률을 검토하고, 서면을 직접 처음부터 쓰는 게 물리적으로 버거워지다 보니 변호사를 채용해서 일을 분담하고, 의사들도 나이가 어느 정도 이상 들면 일정 수준 이상 난이도가 있는 수술은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대형병원에 가도록 권고하거나 더 젊은 의사가 집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이 오래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자신이 리더가 되는 조직을 꾸려야 한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프리랜서는 프리 하다'는 명제는 그런 회사를 만들고 나서야 현실이 될 수 있다. 개인으로 어느 정도 경력과 경험을 쌓고, 그 이력으로 일을 혼자 할 수 있는 이상을 받아와서 그 분야의 일을 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서 분업해서 일을 하다가 자신과 일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상 성장시키고 나면 자신은 큰 그림에서 업무를 보면서 관리/감독하는 구조가 될 때야 비로소 프리랜서는 자신의 시간을 어느 정도 이상 가지면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핵심은 '자신과 일하는 사람들을 어느 정도 이상 성장시키고 나면'이다. 프리랜서들이 회사와 같은 형태의 조직을 만들고 나서 하는 가장 큰 실수는 '내 능력으로 일을 받아왔고 너는 보조에 불과하니 이 정도 비용만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채용하고, 그 사람과 오래 일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관계에 신뢰가 있기가 힘든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상황에서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사실 돈이다. 만약 돈을 어느 정도 이상 주기가 힘든 상태이거나 본인도 상대에 대한 신뢰가 아직 일정 수준 이상이 안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비용은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최소한 그에 대해서 상대에게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는 있다.


많은 프리랜서들이 개인으로만 남는 것은 이 부분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롱런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는데, 연예인들 중에 롱런하는 사람들 중에는 같은 스텝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왜 그럴까? 그건 그들이 그만큼 자신과 함께 하는 스텝들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그들이 계속 같이 일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본인도 익숙한 사람들과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보니 자신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잠깐 반짝한 후에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연예인들은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난 후에 스텝들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있었음이 밝혀지곤 한다.


프리랜서들의 경우 오래 일하고 싶다면 혼자 일할 때부터 이런 생각과 준비를 현실적인 측면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하고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의 가장 큰 장점이 정년이 없다는 것이고, 프리랜서를 할 가장 큰 이유는 오래 일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길게 보고 준비를 해야 한다. 그 그림이 없으면 어떤 프리랜서도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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