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프리랜서를 할 것인가?

프리랜서로 살 이유. 12화.

by Simon de Cyrene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지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있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잘하는 일은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행복하지는 않을 수 있고, 좋아하지만 잘하지는 못하는 일을 한다면 아무리 좋아해도 성과는 내지 못할 테니 지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잘하는 건 일로 하고, 좋아하는 건 취미로 남기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런 식의 질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현실은 그렇게 일도양단적으로 구분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될 수도 있고, 지금 좋아하지 않아도 잘하기 때문에 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나는 성과로 인해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기준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는 기준]도 두 가지 선택지 중에 답이 없다. 프리랜서로 오래 일을 하고 싶다면 본인이 좋아하기도 하고 잘하기도 해야 한다. 이는 프리랜서는 잘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써주지 않을 것이고, 본인이 그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지쳐서 그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프리랜서로 하는 일도 일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프리랜서로 일정기간 이상 동안 일하면서 버티다 자리를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돈이나 성공 자체가 목적인 경우보다는 아무리 힘들고 불안해도 그 일이 너무 좋아서 안 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돈도 안 되는 이걸 그만두고 싶지만, 아니 그만둔 적도 있지만 돌고 돌아서 결국 운명처럼 그 일을 다시 잡게 되고, 그 일을 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잘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자리를 잡더라.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 일을 일로 삼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들고 지쳐서 그만두고, 그 일을 놓게 된다면 그건 본인이 정말 좋아했던 것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은 그 일을 좋아해서 시작했다고 생각했더라도 그것을 '업'으로 삼은 이유는 '그 일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해서 잘하면 돈을 벌거나 유명해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짧게는 몇 주, 몇 달에서 길면 몇 년까지도 그 일을 하다 완전히 놓아버리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프리랜서는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 최소 몇 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자신이 정말 순수하게 그 작업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그 시간을 버티기는 굉장히 힘들다.


모든 프리랜서들이 그런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니다. 이 시리즈 앞의 글들에서 설명했지만 사람들은 다른 경로를 통해 프리랜서가 되고, 회사나 조직에서 쌓은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프리랜서가 되는 경우에는 그런 인고의 과정을 프리랜서로서 보내지 않아도 된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경험과 경력은 물론이고 쌓여있는 관계를 통해서 일을 받기 때문에 맨 땅에 헤딩하듯 프리랜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라고 해도 프리랜서로 계속 일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서 좋아하는 요소가 있어야 한다. 프리랜서로 한 가지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데, 그중에 한 가지만 좋아하는 지점이 있어도 프리랜서들은 그 지점을 하기 위해 수반되는 다른 일들을 힘들고 버거워하면서도 해내며 일한다. 그런 지점이 없는 상태에서 프리랜서가 되면 그 사람은 얼마 가지 못해 지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적지 않은 이들은 프리랜서로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조직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프리랜서로 일할 지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자신이 그 일을 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본인이 그 정도 수입으로 만족하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저 본인이 좋아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서 일단 프리랜서로 뛰어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뛰어들기 전에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본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프리랜서들이 있는 어떤 시장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 불가능한 프리랜서 같은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경쟁력을 갖추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는 이상 프리랜서는 하루아침에 일이 끊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프리랜서로 일하기 전에는 본인과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프리랜서 시장'을 만드는 플랫폼들을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이는 그런 플랫폼들은 프리랜서들이 일을 잡게 해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본인이 프리랜서로 살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일을 줌으로써 그 사람에게는 희망고문을 하고, 의뢰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민폐를 끼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업이나 n잡으로 그런 사이트에서 일을 잡아서 하는 사람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 공간에서 일한 것이 다른 일로 이어지지 않을 확률이 이어질 확률보다 더 높다 보니 본업으로 프리랜서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는 힘들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면, 우리는 이런 고민을 최대한 빨리 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알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일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치를 쌓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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