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이유. 8화.
*이 글 직전에 쓴 [프리랜서란 뭘까?]라는 글은 시리즈의 프롤로그적인 성격을 가져서 이 시리즈의 인트로 글(링크)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처리했습니다. 이점 참조 부탁드립니다.
여기에서 '프리랜서'는 단순히 사전적 정의에 따라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사람도 포함하는 '독립된 주체로,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 가치에 따른 보상을 받으며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모든 사전적 정의에 따른, 계약적인 측면에서의 프리랜서들은 대체 불가능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살까? 아니다. 프리랜서들 중에는 산업에 따라 단순작업을 하기 위해 정말 단순 계약직처럼 일하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경우 그 사람의 능력이나 경험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그렇게 고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런 프리랜서들은 금전적 보상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프리랜서도 산업군에 따라서 그 업계에서 버티고 있다 보면 경험과 지식, 업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 프리랜서가 되기도 한다.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그렇게 세세하고 디테일한 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업계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사실 사람들은 '프리랜서'라고 부르지만 법적으로 보면 프리랜서들은 '개인사업자'다. 물론, 프리랜서들 중에는 사업자등록증을 내지 않고 일하면서 원천징수를 받는 사람들도 있고,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계약 형태와는 별개로 분명한 건 프리랜서들은 사업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과 마음으로 일해야 한단 것이다.
돈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게 아닌 이상 사실 프리랜서들은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사람들을 고용해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아니, 돈에 관심이 없어도 일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이는 프리랜서들이 개인으로 하는 일들은 대부분이 상당한 수준의 시간, 힘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데 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본인이 물리적으로 모든 것을 직접 하기가 힘들어지고,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일을 하는데 한계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프리랜서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이 얘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프롤로그에서 그렇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를 강조했으면서 갑자기 '관계'라니...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물론, 최대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프리랜서로 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절대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사람을 통해서 일이 들어온다. 최근에는 프리랜서들이 일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들이 생겼지만 그런 플랫폼을 통해서 들어오는 일은 소모적일 가능성이 높고 '일다운 일'이 '꾸준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좋지 않은 일들이, 불공정하게 워낙 많이 일어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관계'로 일을 주고받고 채용하는 게 부정적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사실 일을 할 때 직접 해 보는 것만큼 상대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 어디에 있을까? 서류상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사람과 그렇게 같이 일해 본 사람의 추천이 있다면 당신은 누구를 더 신뢰하겠나? 대부분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는 비단 프리랜서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회사원들도 이직을 할 때 그런 '관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상당수 이직이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뤄지고, 일부 기업들은 내부 추천을 해서 추천한 사람이 채용이 되면 보너스를 줄 정도로 '지인 찬스'를 독려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최고위급 임원들의 경우 추천을 통해서 채용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관계에 따라 이직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좌절되기도 한다는 걸 나는 첫 직장에서 간접경험으로 알게 됐다. 팀장님께서 예전에 같이 일했던 후배가 이직을 하는 과정에서 이직해서 가려는 회사의 전화를 받으셨는데 팀장님은 웃으면서 상대에게 '허허허, 저라면 그 사람을 채용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우리는 일을 할 때, 사회생활을 할 때 상대와 언제, 어디에서 만날지 모른다는 사실과 같이 일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상대가 나를 끌어주지는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나를 나락으로 보낼 수는 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프리랜서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진짜 프리랜서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는지 여부의 핵심에는 '관계'가 있다. 그게 꼭 누군가에게 아첨하고 아부하고 잘 보이면서 정치를 한다는 게 아니다. 최소한 상대를 적으로는 만들지 않고, 일에서만큼은 빈틈없이 처리하면서 어느 정도는 연결고리를 유지해야 일이나 자리가 그 사람을 통해서 들어올 수 있단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능력적으로는 특출 나거나 탁월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지인이 있는데 그 지인은 단 한 번도 일이 끊어진 적은 없다. 그 사람의 가장 큰 힘은 탁월하지만 기본은 하는 능력과 관계를 유지하는 탁월한 능력이다. 뒤에서 그 사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힘들다고 생각할 때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특출 나지 않을 뿐인데, 엄청난 기술을 요하는 일이 아니라면 일하는 과정에서 덜 피곤하고 덜 부딪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일을 해 본 사람들은 알고, 그 지인은 그런 면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완전히 대체 불가능하고 압도적이며 독보적인 수준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능력이 조금 덜하더라도 관계를 잘 형성하는 사람과 일하는 게 나은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면 이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에서 혼자 일하고 혼자 먹고사는 게 아닌 이상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뤄지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관계는 사실 일의 일부이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는 조직 안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은 물론이고, '자유로운 계약관계'로 일하는 프리랜서들은 더더욱 그렇다. '자유롭다'는 것은 반대로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누군가는 계약으로 구속해줘야 하기 때문에 '좋은 관계'는 프리랜서들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장 버티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