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살 이유. 프롤로그
이 시리즈는 프리랜서로 살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이 시리즈에서 '프리랜서'는 단순히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라는 사전적, 계약적 의미가 아니다. 내가 프리랜서로 살고 있기에 시리즈 뒤에서는 그런 의미의 프리랜서에 대해서도 설명하겠지만 이 시리즈에서 프리랜서는 '독립된 주체로, 개인의 가치를 인정받고 그 가치에 따른 보상을 받으며 사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한다.
혹자는 '회사원은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 회사원은 처음부터 '개인'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채용되지 않는다. 너무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회사는 시스템 안에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채용을 하기 때문에 사실 '누구라도' 그 기능만 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 기계에서 조금 더 좋은 부품을 사용하면 조금 더 부드럽고 오래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기계가 기능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사람들이 프린터의 카트리지나 자동차의 부품을 바꿀 때 반드시 정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회사에도 대부분 위치에는 더 뛰어난 사람이 들어오면 조금 더 일이 수월할 수 있지만 기본 이상만 할 줄 아는 사람이 오면 회사가 돌아가는 데는 큰 이상이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리들도 있다. 회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수준의 직급이나 직책에는 어느 정도 이상의 경험과 지식, 숙련도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자리들은 중요성이 큰 자리일수록 자리가 많지는 않고 그 자리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기 때문에 경험과 지식, 숙련도가 압도적인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사람이 '대체 불가능'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회사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승진과 연봉 인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과거에는 그렇게 회사에서 한두 가지 기능만 확실히 해도, 대체 가능한 수준의 존재로 있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만 일을 해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었고, 정년까지만 일해도 집을 사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낼 수는 있었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회사는 아무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정년퇴직하는 사람을 찾아보는 건 유니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게 엄청난 존재가 되어야 한단 것은 아니다. 능력과 지식과 경험이 엄청나야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극소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필요한데 많은 사람이 없는' 일을 함으로써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경험과 지식을 조합해서 가지고 있어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말은 좋고 쉬운데, 그렇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건 생각보다 많은 불확실성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경험과 지식을 위해 현재의 것들을 일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포기하는 게 시간이 될 수도 있고, 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포기'가 명확한 이유와 방향을 갖고 있다면 그건 포기가 아니라 '투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길을 못 가는 것은 그렇게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도 자신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묻자. 당신이 지금 당장 회사나 조직, 시스템에 머물면서 투자하지 않는다면 10년, 20년, 30년 후에는 어디에 있을까? 당신은 아마도 여전히 조직의 일부로 소모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을, 그 일의 실제 가치보다 적은 보상을 받으면서 살게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높다. 이 시리즈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사는 '현실'이 그렇다.
그리고 자신이 그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생각보다 많이, 자주 주어지고 먹고살 수는 있을 확률이 높다. 이는 지금 당신이 망설이면서 그런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로 대부분 사람들도 그런 투자를 하지 않다 보니 그런 길 위에서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길 위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의 시선을 끌게 되어 있고, 사람이 없어서라도 그 사람을 쓰게 되어있으며,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면 그 사람은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있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어떤 이들은 '능력도 없는 게 운이 좋아서' 잘됐다고 하는데, 그 능력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그 길 위에서 버티고 살아남은 것 자체가 그 사람의 능력이다. 그리고 그 사람이 그렇게 능력이 없다면 본인이 그 길을 갔으면 되었을 것이 아닌가?
그 길을 가는 건 힘들다. 이 시리즈에서도 설명하겠지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버티는 것 자체가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사전적인 의미의 '프리랜서'들의 삶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낭만스럽지만은 않다. 프리랜서들은 일이 끊이지 않을지, 사람들이 나를 찾지 않게 되지는 않을지를 두려워하면 하루, 하루를 버티며 산다. 프리랜서들은 '계약관계'에서 자유로운 것이지 삶 자체가 자유롭진 않다.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시스템에 의존하면서 적당히 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설명했고 이 시리즈에서도 말하듯이, 우리는 이젠 그렇게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가 프리랜서로 살아야 할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꼭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계속 일하며 살아야 하기에,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근근이 생계만 살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산다.
하지만 그 길이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맞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안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면 그 과정에는 고통과 아픔만 오는 게 아니라 성취감, 기쁨과 행복도 같이 찾아온다. 만약 당신이 돈 만을 위해서 영혼을 팔면서 사는 것 같은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면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그보다는 훨씬 행복하고 즐겁다.
이 시리즈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