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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지위와 세금에 대하여

[예수를 신의 아들로 믿는 이유] 22편

by Simon de Cyrene

적지 않은 한국교회에서 목회자들은 실질적으로 신성시된다. 신성시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연예인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는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에 있다. 한국교회에서 목회자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하고, 횡령이나 배임을 해도 그들을 옹호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건 한국교회에서 목회자가 얼마나 절대적인 지위를 갖는 경우가 많은지를 보여준다.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을 하기 전에 분명히 해 둬야 할 지점이 있다. 그건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목회자들은 선한 의지를 가지고 정말 성경에 따라 목회하기 위해 노력한단 것이다. 교회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얘기를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통계가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매년 신학대학원 졸업생 숫자 등을 종합해서 추산해 보면 한국에는 목사가 20-30만 명 정도 있다고 하는데 2021년 천주교 통계에 의하면 신부님의 수가 4,682명이었다고 하니 이는 얼마나 개신교 목회자가 많은 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JTBC의 2014년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 교회는 7만 8천 개가 있었고 이는 편의점 숫자 (2만 5천 개)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목회자와 교회가 많고, 구교(천주교)와는 달리 중앙에서 집계나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목사들의 비위가 더 많이 생기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목회자들은 진심으로, 성경말씀에 따라 목회를 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노력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교회에서는 교회에서 받는 사례비에 의지하지 않고 일하면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들의 모임도 생기는 등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의 문화와 관련하여 목회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여전히 본인이 평신도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는 특히 대형교회일수록, 대형교회에서도 연차가 찬 목회자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한 듯한데 그건 아마도 교회가 커질수록 교회가 기업화되고, 그러다 보면 교회'일'을 많이 하고 결정하는 목회자들이 '상사'와 같은 지위를 갖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처럼 '목회자 계급'이 생기는 건 개신교적인 철학과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 구교(천주교)의 경우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인간과 신 사이에서 역할을 하지만 개신교에서 목회자는 어디까지나 교회라는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이 하나님 안에 거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국한되어야 한다.


물론, 그러한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는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마음과 행동을 하는 것이 성경적인지, 성경에 나오는 말씀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는 조금 더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신교의 목회자라면 그럴 때도 수평적인 시선에서 성도들의 상황과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잘 들으면서 지혜롭게 '섬김'을 해야 한다. 그게 교회 공동체에서 목회자의 역할이다.


목회자들이 스스로를 더 높게 여기거나 자신에 대한 과도한 확신을 갖는 게 위험한 것은 한국의 신학교들의 특성상 목회자들 중 상당수는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거나 사회생활을 한 기간이 매우 짧아서 사회생활하는 평신도의 마음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 바울은 교회들의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부름을 받기 전에 경제활동을 했거나 스스로 어느 정도의 경제활동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러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성도들이 어떤 일상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는 있었는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목회자들이 스스로를 더 높게 여기는 순간 성도들을 하나님이 아니라 교회와 교회 일에 충성하도록 요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런 문화가 한국교회를 망쳐 왔다.


교회와 교회 일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게 맞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비둘기 파는 것을 보고 성전을 뒤엎으시지 않았나? 이는 교회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다 정당화되고 그것이 곧 하나님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어떠한 일을 하고, 목회자가 교회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간다고 해서 그게 곧 하나님의 일인 것은 아니다. 성도들은 교회 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목회자들은 그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개신교 교회]다. '만인제사장설'이란 모든 성도들이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등'의 개념은 그러한 평등의식에서 시작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한국에서는 교회에 그러한 평등의식이 가장 약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평신도들은 언제든지 의심하고, 의문을 품고, 물을 수 있어야 하고 목회자들은 그러한 의문과 질문에 대해 성경에 기초해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에서 '사례비'는 그러한 역할과 기능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목회자들에게 제공하는 비용이다. 조금 강하게, 경제시스템 안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의 분류에 따라 목회자의 역할을 분류한다면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목회자들에게 사례비와 사택 등이 제공되는 건 목회자들이 더욱 성경을 열심히 공부하고, 깊게 이해하게 되어 이를 바탕으로 성도들에게 성경을 잘 가르치고 말씀을 세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함이지 목회자들의 계급이 더 높기 때문이 아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목회자가 하는 일은 노동인가? 성경과 교회 공동체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노동으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날 경제시스템 안에서 봤을 때 목회자들이 받는 사례비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사례비는 헌금에서 나오는데 그게 어떻게 경제적으로 해석되고 분류될 수 있냐?'라는 반박을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논리라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이 기부금을 통해 나오니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건가? 공무원들은 어떤가? 공무원들은 다른 사람들이 낸 세금을 통해 월급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들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가?


예수님은 성경에서 명확하게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쳐라 (마 22:15-22)'라고 말씀하셨다. 이는 이 땅에 존재하는 시스템은 우선 존중하라는 의미다. 그 시스템에서 잘못되었거나 바로 잡아야 할 지점들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건 하나님께서 역사의 과정에서 바로 잡아가실 하나님의 전쟁이지 인간의 주관, 힘과 노력으로 뒤집을 일이 아니다. 그러기 위한 노력을 하다 보면 오히려 그 자체가 우상이 되어 하나님과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아니 유대인들은 메시아가 이 땅에 오면 물리적으로 왕위를 차지하고 이 땅을 다스릴 줄 알았다. 제자들이 누가 예수님의 우편에 앉을지를 놓고 싸운 것도,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구원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예수님이 그러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후 2천 년 동안 세상은 놀랍게도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원리가 구현되는 방향으로 천천히 바뀌어 왔다. 예수님의 파급효과는 당장 2천 년 전에 왕이 되는 것보다 훨씬 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거대한 역사 속에서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살다 간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구현되는 과정에 있고, 우리는 그 과정에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세상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바뀌어가는 속도와 방향은 하나님의 손에 맡겨야 할 성격의 것이지 우리의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그럴 수 있다고 믿는 건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오만한 태도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도 이 땅의 법과 질서, 국가를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과 예수님을 부인하거나 성경적 가치에 반하는 행동과 결정을 요구하는 것만 아니라면. 따라서 목회자들도 당연히 세금을 내야만 한다. 그게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의 의미다. 목회자는 교회와 사회 안에서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을 하는 사람들이지 예외적인 특별한 지위를 갖는 자들이 아니다. 사회에서도, 교회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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