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mon de Cyrene Jan 06. 2018

연애의 기초, 신뢰

사랑, 신뢰, 믿음에 대하여

기초의 의미

기초란 '사물이나 일 따위의 기본이 되는 토대'를 뜻한다. 이는 무엇인가의 기초가 없다면 그것은 근본이, 토대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 어쩌면 기초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은 그것이 어떠한 외향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겉으로 보이는 그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기초공사를 하지 않고 지어진 건물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있다 하더라도, 기초공사가 되지 않은 그 구조물은 건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인바, 그건 건물의 모습을 한 구조물일 수는 있어도 건물일 수는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연애에서의 기초란 두 사람 간의 '사랑'이 형성되어 있을 수 있는 기반을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사랑의 기반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 두 사람 간의 '신뢰'일 것이다. 상대가 하는 행동이 자신만의 이익이나 욕구, 욕정, 욕심을 충족시키고자 하려는 마음이 아닌 나를 아껴주는,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라는 신뢰 말이다. 그런 신뢰가 없는 '연애'라고 이름 붙여진 관계는 사실 기초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의 외향을 한 구조물과 같아서 언제 깨지고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에 있는 그 무엇일 뿐일지도 모른다. 


사랑과 연애의 시작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은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이 '신뢰'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물론 신뢰만으로 연애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연애는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사실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을 각자의 방식대로 정의를 내리기 때문에 이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정의하기는 힘들다.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할 때는 우리 안에 다양한 마음과 감정들이 형성되지 않나? 상대가 보고 싶기도 하고, 상대를 갖고 싶은 듯한 마음도 들고, 그러한 감정과 마음들이 모여서 호르몬 작용을 일으키기도 하지 않나? 무엇보다도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처음에는 한 사람 안에서 일방적으로 생겨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나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연애의 시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는 생기지 않는 특별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느끼는 것이 '그 사람의 사랑'의 시작이라면, 그러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이 상대에게도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사람도 같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연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연애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먼저 특정한 감정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 진심으로 상대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가 상대방에게 형성될 때야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 생각해 보자, 만약 상대가 내게 잘해주는 것이 단순히 자신과 잠자리를 한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된다면 과연 상대가 그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될까? 


어떤 이들은 몸이 먼저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고 하지만, 그건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단순히 '몸만' 열린 것이 아니라는 신뢰가 형성되었기 때문이지 단순히 관계의 선후 때문은 아니다. 그래서 사실 몸이 먼저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는 말은 상대방의 신뢰를 받는 과정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그 관계에서 자신의 욕구부터 채우려는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다. 이는 두 사람 간의 신뢰는 서로가 주고받는 대화'들'과 일상에서의 행동'들'에서 조금씩 형성되고 강화되는 것이지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믿음과 신뢰, 감정과 근거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관계에서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유사한 마음의 상태를 어떠한 근거도 없어 감정적 작용만으로 가져버린다는데 있다. 누가 봐도 상대가 신뢰를 줄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오히려 그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이익, 욕구, 욕정, 욕심만을 챙기려고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적인 요소가 아닌  그 사람의 외모, 언변, 재력 등과 같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에 눈이 멀어 객관적인 상황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근거가 없이 갖게 되는 마음은 상대방에 대한 신뢰라기보다는 막연한 '믿음'에 가깝다. 막연하게 생각했을 때 신뢰와 믿음은 그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신뢰는 사전적으로 '굳게 믿고 의지함'이라고 정의되는 반면 믿음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라고 정의되는 것은 두 개념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신뢰는 상대방을 믿고 의지하게 되는 현상 그 자체를 의미하는 반면, 믿음이라는 것은 그렇게 되는 마음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뢰와 믿음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지만 마음은 신뢰보다 조금 더 감정적인 작용이 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상대방에 대한 신뢰는 그러한 감정적인 작용과 함께 그러한 마음을 갖게 되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근거가 동반될 때야 비로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신뢰와 믿음의 차이에 비춰봤을 때 사랑의 시작이 특정한 상대에 대한 한 사람의 특별한 감정이라면, 그러한 감정과 함께 상대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는 시점이 연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연애의 시작일 뿐 연애의 기초라고 할 수는 없는데, 이는 믿음이라는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 근거를 갖지 않기 때문에 이는 하루아침에라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연애의 기초를 형성하고 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그러한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서 갖게 되는 '신뢰'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고, 데이트를 하고 연애를 하는 것은 이러한 상호 간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이 깊어진다는 것은 이와 같은 신뢰가 강화될수록 두 사람은 자신의 삶을 상대에게 조금 더 보여주게 되고,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두 사람의 서로의 인생에 있어서 더 큰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고 서로에게 더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신뢰, 스킨십, 결혼

어떤 이들은 연애를 시작한 이후에 상대방이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스킨십을 요구해서 당황하고 상대방과의 스킨십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상대가 본인을 충분히 사랑하고 아껴주고 소중히 여기면서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해줄 것이라는 온전한 신뢰를 주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그에 대한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애에 있어서 두 사람 간의 신뢰가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단편적이지만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상대가 나를 자신의 욕구나 욕정을 해소하는 도구로 보지 않고 사랑의 표현으로 스킨십을 한다는 것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상대가 그것을 왜 거부하겠나? 그래서 사실 스킨십을 통해서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정말로 표현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에 앞서서 상대방에게 내 마음과 의도를 신뢰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사람들 중에는 상대방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쉽게 신뢰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되는 건 과거에 이성과의 관계에서의 경험이나,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은 남녀관계에서 폭력적인 이야기들의 영향인 경우가 많은데 상대를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그런 신뢰를 형성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전 글들에서도 말했지만 연애를 하는 것은 상대방을 내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동등한 지위에서 형성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고 강요하는 것은 '연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내가 일방적으로 소유하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신뢰를 받기 위한 <최선>의 노력과 방법을 <모두>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그러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고 그로 인해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지치게 된다면, 그 사람에게 대한 감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하더라도 그 관계는 최소한 그 시점에서는 정리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건 어쩌면 누구의 탓도 아니고, 그저 두 사람의 코드가 다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코드의 차이는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기에.


연애뿐 아니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결혼 역시 마찬가지로 두 사람 간에 형성되어 있는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상대방과 평생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신뢰 말이다. 이는 그와 같은 신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들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도 갈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연애를 아무리 오래 했어도 결혼 후에 두 사람 간의 갈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 사람 간의 신뢰가 강할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그 이후에도 상호 간의 신뢰를 강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강도가 낮을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 간의 신뢰를 강화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으며, 신뢰가 형성된 이후에도 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연애가, 결혼생활이 어려운 것 아니겠나?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

그런데 연애를 정말 어렵게 하는 것은 사람들마다 연애를, 결혼을 하는데 필요한 신뢰의 수준이 다르다는 데 있다. 그리고 신뢰가 형성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 역시 연애와 결혼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연애와 결혼은 거저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와 연애를 할지 여부는 자신이 상대방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사용하게 되는 에너지와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을 비교형량 하면서 결정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와 같이 두 사람 간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은 한 사람의 일방적인 노력으로만 이뤄지지는 않는다. 연인 또는 부부가 상대방이 나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믿기 위한 노력' 또한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 상대방이 그럴만한 행동을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상대방을 신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를 하는 데 있어서 갈등이 발생하면 한걸음 물러서서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고,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노력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 사람 간의 신뢰가 강화될수록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영역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감정적으로 불타 올라서 감정만으로도 관계가 유지되는 연애 초기가 지난 이후, 그리고 결혼생활을 시작한 직후에 연인이나 부부가 자주 싸우는 것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두 사람 간의 신뢰가 강화되어야 할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인이, 부부가 어느 정도의 갈등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서 상호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신뢰가 형성된 이후에야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될 수 있지 않을까? 


이전 13화 사랑의 기본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