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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on de Cyrene Dec 05. 2018

연애할 자격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 위한 노력에 대하여 

상대를 위한 노력

이 글을 누르신 분들 중에는 '연애하는데 자격이 어디 있어?'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연애하는데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연애는 상대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글: 연애와 결혼은 당신을 바꾼다). 즉, 우리는 연애를 할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적 상태 또는 상대방의 스펙과 배경이라는 자신의 내면과 상대의 껍데기에 초점을 맞추지만 사실 동등한 지위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연애라는 관계에서는 상대방의 내면에 대한 고려도 이뤄져야 한단 것이다. 


그리고 난 연애를 할 기본적인 자격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노력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내가 개인적으로 이기적인, 또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은 연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단 것을 의미한다. 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만나서 관계를 형성하기보다는 본인 혼자 사는 게 모두를 위해 이롭지 않을까? 그토록 이기적인 사람이 연애할 경우 사실 상대방은 자신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생각보다 많은 경우 상대 안에 회복하기 힘들거나 이성을 다시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 않나? 


내가 이기적인 사람은 연애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할 자격을 갖는가? 어느 누가 상대 안에 상처를 남기고, 상대가 세상을 믿지 못하게 만들 상처를 줄 권리를 갖는가? 그 누구도 그런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렇게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때때로 '그렇게 상처를 받는 네가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그건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그 시간만큼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사실 그런 말 또는 생각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지 않나? 연인이나 부부라는 관계에서 상대가 나로 인해 힘들거나 상처를 받았다면, 상대방을 지적하기보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상대도 당신만큼 소중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연애를 할 때 서로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줬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상처가 생길 때가 있다. 그리고 연인과 부부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또는 오해했거나 다르게 이해했기 때문에 다투는 일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다툼 이후에 잠시 멈춰서 상대방 입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그렇게 받아들였는 지를 생각해 보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만 캐내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이 말을, 이 글을 인용해서 상대방에게 지적을 하려는 사람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한다. 그런 요구는 상대방의 태도를 지적하고, 판단하고, 비방하기 이전에 브레이크를 잡고 자신을 돌아보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 지를 본인부터 고민해 본 후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무조건 상대에게 그러할 것을 요구하는 것 또한 이기적이고 자신 중심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인 간의 대화가 많아야만 한다. 이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보고,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인들은 특히 연애 초기에 자신이 살아온 배경, 가정 분위기 세상을 보는 시선, 자신의 가치관 등에 공유하고 대화할 필요가 있으며, 상대방은 그런 말들을 귀담아듣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런 정보를 알고 있으면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가 어떤 의미에서 한 것인지가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표현이 조금 투박해도, 상대를 이해하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연인에게 필요한 노력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하루 평균 2-3시간 이상을 같은 공간에서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 않나? 잠자는 시간을 빼면 사실 부부 외에는 하루 2-3시간, 주 14-21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부부도 그 정도 시간을 같이 지내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렇게 생활 반경이 다르다면, 두 사람이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평생을 다른 부모, 다른 친구와 살아온 사람 둘이 어떻게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겠나? 그건 상대에게 기대를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해서도 안된다.


다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두 사람이 <모두>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당장 상대의 생각, 말, 행동이 이해되지 않아도 왜 그런 생각, 말, 행동을 한 것인지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상대방의 입장과 시선에서 세상을 보는 노력을 할 때야 비로소 두 사람의 관계가 깊어지고 안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까지 힘들게 본인이 노력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첫 번째로 난 사랑이란 상대방을 나 자신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두 번째로 당신만큼이나 상대방도 소중하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런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상대 탓을 하기에 앞서 다시 한 걸음 물러나서 나 자신부터 최대한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돌아보자. 그리고 상대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인 능력 한도 내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되면 자신을 더 갉아먹지는 말자.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고, 사람은 지금 이 시점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그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와 있으면서 행복한 시간보다 불행한 시간이 길다면 그건 두 사람의 결이 너무 맞지 않거나, 상대가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본인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관계는 정리하는 게 서로를 위해 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건 누구 탓도 아니고, 그건 두 사람이 그저 인연이 아니거나 두 사람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세상 모든 사람을 이해할 수는 없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을 뿐. 그러니 그 관계가 자신을 갉아먹기만 한다면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사랑은 내가 가득 차고 넘쳐서 상대에게 주는 것이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긁어내서 주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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