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아기 사자 : 달작가 글뚜레의 소설(이야기책) NFT
“일어나!”
쩌렁쩌렁 울리는 고함에 소스라치며 몸을 깨웠습니다. 잠시 졸았던 모양입니다. 마른 공기가 입속으로 밀려 들어왔습니다.
“해가 중천인데 잠이 오나!”
거친 엔진의 굉음을 가르는 탁한 선배의 목소리. 어제 뒷자리에서 새근새근 자던 그의 모습이 선하군요. 그때 같이 좀 자 둘걸. 약지 못했던 자신을 탓해 봅니다.
밤을 꼬박 새우며 계속되는 촬영. 몇 개월째 반복되는 일상이었습니다. 우리는 둘 다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했습니다. 허름한 지프차에는 세면이나 취사 공간 따위는 없었고, 덕분에 음식은 마르고 거친 것들뿐이었습니다. 준비해 간 물도 늘 동날까 아껴가며 사용했죠. 일정도 촉박하다 보니 행색은 늘 궁핍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 곳에 있다 보면 스스로를 챙길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선배는 그 사실을 진작에 깨달은 사람이었습니다. 일할 시간과 쉴 시간을 스스로 구분하고, 자원을 분배할 줄 알았죠. 반대로 야생에서의 촬영이 처음이었던 저는 늘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습니다. 일에도 영향이 있었죠.
카메라를 묵묵히 내려다보던 선배가 내 어깨를 툭 치며 손짓했습니다. 나는 재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습니다. 그가 손짓으로 보내는 질문을 궁리했죠. 사방을 둘러봐도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지만요. 카메라도, 장비도, 모자도, 모두 제 자리 있었습니다. 무전기에 막 손을 뻗으려는 찰나, 날아오는 호통.
“물 좀 달라고, 멍청아.”
그제야 좌석 끝에 뒹굴고 있는 물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병을 건네자 선배는 거칠게 낚아채 갔습니다. 고맙다는 말 따위는 없었습니다. 선배가 물을 먹는 동안 난 티셔츠를 끌어 올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쓸어내렸습니다.
“물이 거의 다 떨어졌네. 베이스캠프에 가야 할 시간이 왔구먼.”
선배가 물병을 내 가슴팍에 우악스럽게 던지며 말했습니다. 몸이 어찌나 뜨거웠던지, 미지근한 물병이 차갑게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 마른침을 삼키며 물병을 내려다보던 나는 저도 모르게 마개를 열어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그 한 입이 어찌나 달던지요.
“야!”
느닷없는 불호령에 물을 미처 삼키지도 못한 나는 놀란 눈으로 선배를 보았습니다. 선배는 한 손에 전화기를 들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 진짜 골 때리는 새끼네. 야. 너 물은 뒤에 있잖아. 그거 내 거야.”
거짓말이었습니다. 내 물은 어젯밤에 이미 선배가 다 마셔 버린 후였으니까요. 그는 어두워서 물병을 찾기가 어려우니 제 물을 마시겠다고 했습니다. 내일 혹시 제 물이 부족하면 자기 물을 마셔도 된다고 했었는데. 그 말들은 잠에 취해 잘못 뱉은 잠꼬대였나 봅니다. 어쨌든 나는 물을 더 마시지 않고 뚜껑을 닫았습니다.
전화를 끊은 선배의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물을 빼앗겨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저 조용히 있었습니다. 더 이상 그를 자극해서 좋을 건 없었으니까요. 선배는 팔을 뻗어 뒤편에 있던 현지 코디 차량에 손짓했습니다. 두 대의 지프차는 동시에 유턴했고, 베이스캠프 쪽으로 달렸습니다.
우리는 돌아가는 동안 많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동하는 코끼리 무리를 만나 잠시 멈춰 선 것 외에는 특별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만치 베이스캠프가 보이자 차는 서서히 속력을 늦췄죠. 나는 밀린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은 고단한 하루였거든요. 여러모로.
“여기 온 지 얼마나 됐지?”
차의 시동을 끈 선배가 물었습니다. 그는 내 답변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아니다. 수고했다.”
선배는 내게 자신의 물병을 던지고는 차에서 내렸습니다. 물병에는 여전히 물이 남아 있었습니다. 미지근한 온기가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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