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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달 모나 Monah thedal Aug 12. 2023

책을 품다 못해 스스로 한 편의 이야기가 된

오손도손 사람 냄새가 나는, 책방 공공


독립출간 작가 의 내 책 찾아 떠나는 책방 탐험기 일곱 번째 종착지, '책방 공공(Bookstore Gonggong)'



책방은 공간의 흔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써 내려간다. 서점의 세월이 쌓일수록 책방은 책을 닮는다. 책을 보관하고 판매하는, 단순한 역할만 하던 공간은 어느새 책과 견줄 정도로 두툼한 서사를 만들어 간다. 오늘 소개할 책방 이야기다. 대구에서 만난 두 번째 서점, ‘책방공공’의 책방의 벽면과 모서리는 한 장의 페이지가 되어 서점이 지나온 순간들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었다.



책방공공은 대구의 번화가 중심부에 있는 서점이다. 반월당역 9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봉산문화거리’의 중앙에 있는 서점은, 5분 정도만 걷다 보면 금세 도착한다. 하지만 그건 지도상의 지식일 뿐이다. 앞만 보고 급하게 걷는다면 5분 안에 분명 서점까지 도착할 테지만, 봉산문화거리에서 사방을 무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모든 번화가가 그렇듯, 봉산문화거리에도 구경할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대구라는 곳이 처음인 이방인의 눈에는 볼거리들은 참 많았다.      


한 블록을 지날 때마다 나타나는 가게의 쇼윈도에 시선을 빼앗기는 바람에 나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363m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한참이나 걸었다. 내리쬐는 늦은 오후의 기다란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고집스러운 나란 인간은 도심의 작은 가게 구경을 도통 포기할 줄을 몰랐다. 여러 곳을 기웃거리며 기나긴 걸음을 걸은 끝에, 결국 난 책방 건물 앞에 도착했다.    

  

책방 공공은 2층에 있다. 2층에 있지만, 서점을 알리는 방식은 참 조용하다. 벽에 조그마하게 걸려 있는 하얀 간판과 바닥에 수줍게 서 있는 입간판은 자칫하면 흘려버릴 정도다. 서점을 방문했던 날 난 실제로 지도를 보며 몇 번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서점의 일 층에 있는 식당 이름을 외우고 갔지만, 식당을 발견한 후에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작은 타일들이 붙어 있는 건물의 벽면에서 서점의 간판을 마침내 발견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건 단지 겉보이는 모습일 뿐. 책방공공의 내부는 잔잔했던 외관과는 전혀 달랐다. 2층의 계단을 한 칸씩 밟다 보면 만나게 되는 활짝 열린 문과 하얀색의 얇은 천. 따뜻한 노란빛이 스며든 그 얇은 천을 열어젖히면, 책방공공의 진면목이 모습을 드러낸다. 눈에 걸리는 것 하나 없는, 시원하게 탁 트인 공간. 내 책이 입고되어 방문했던 역대 서점들 중 공간의 규모가 가장 커다랬다.     



책방 공공에 도착한 후에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책방지기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간단한 소개를 나눈 후, 책방지기님은 갑자기 나의 음료 취향을 물으셨다. 질문에 답을 하자마자, 책방지기님은 분주해지셨다. 냉장고를 여닫고 물을 끓이시더니 금세 다과상을 내놓으셨다. 차가운 허브차와 함께 나온 고급 초콜릿(무려 고디바!)를 담은 작은 그릇. 여느 카페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병 음료 정도를 주실 거라 생각했던 나는 얼음이 가득 든 두툼한 유리컵과 접시에 수북이 쌓인 초콜릿을 보며 나는 잠시 멍해졌다. 이게 뭔가. 여기는 책방인가 카페인가. 


어우 감사합니다. 어우 어우. 정갈한 다과상 앞에 난 연신 그 소리밖에 못 했지만, 진심으로 감사했다. 초면이고, 대단치도 않은 손님에게 차와 좋은 간식을 선뜻 내어 주는 마음에 감동했다. 책방을 조사하던 중, 책방지기님께서 친절하시다는 글을 몇몇 곳에서 읽은 기억이 났다. 그런 후기가 여러 개 달린 이유를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차를 마시는 동안, 책방지기님은 책방의 이곳저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책방을 소유한 이가 들려주는 책방의 코멘터리는 흥미진진했다. 책방지기님께서 입담꾼이셔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그날 들었던 설명을 글로만 풀 수밖에 없어서 아쉽다. 책방지기님의 발랄한 목소리와 통통 튀었던 설명을 허스키하고 걸걸한 내 목소리와 미숙한 글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책방지기님께서 가장 먼저 날 이끈 곳은 카운터 곁에 있는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었다. 언뜻 들으면 농작물 직판장의 느낌이 나는 그곳은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전시가 열리는 동그스름한 벽이었다. ‘다 함께 모여 삽질한다’고 하여 파머스 마켓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작은 전시장에는 ‘그래픽 파머(graphic farmer, 그래픽으로 삽질하는 사부작러들)’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파머스 마켓 전시는 매달 신청자를 받으며, 책방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에서 누구나 작품을 걸 수 있다고 한다. 작품으로는 그림과 디자인 작품부터 사진 등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를 제출할 수 있다고 하니, 혹시 전시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책방 공공으로 연락을 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양한 디자인과 이미지가 새겨진 A3 포스터와 엽서들. 책방지기님은 파머스 마켓 전시의 준비와 진행을 홀로 하신다고 했다. ‘파머스 마켓’에 출품할 작가님들의 작품을 모으고, 정리해서 전부 A3나 엽서 크기로 출력하고, 출력한 그림들을 벽에 거는 것까지 온전히 혼자서 진행한다고. 예술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한때 사람들을 모으고, 전시를 기획, 준비해 본 경험이 있는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아’하는 탄식을 내뱉었다. 전시나 행사의 주축이 되어 모든 일들을 온몸으로 받아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무언가의 선봉장이 되어 큰일부터 자잘한 일까지 쳐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나 나의 노고가 크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민감한 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때, 사람은 쉽게 지쳐 버린다.      


그런데 책방지기님께서는 그런 전시를 달마다 진행하신다고 했다. 동전 한 푼 받는 것도 아니면서, 매달 소통하고 인쇄하고 벽에 거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었다. 매달 고생을 자처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재미있고, 함께 하면 즐거우니까.’ 그 간단하고 단순한 이유는 책방지기님을 움직였다. ‘힘들 때는 힘들지만, 그래도 다 같이 무언가를 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잖아요.’라고 밝게 답하는 책방지기님을 보며 나는 그분이 존경스러웠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는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원동력 삼아 저토록 반복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과거를 하나하나 되짚어 봤지만. 없었다. (쩝..) 정말 없었다. (있었어요? 아니요, 아, 있었는데? 아니요, 없었다구요. 평생.) 참. 이렇게 또 하나를 배운다.     



다음으로는 책방의 핵심인 책들의 구역으로 향했다. 책방공공의 책들은 몇 군데에 나누어 흩어져 있었다. 먼저, 서점 입구에는 허벅지 높이의 작은 책장이 있었는데, 중고 서적과 새 책임에도 흠집이 있어 큰 폭으로 할인하는 책들이 꽂혀 있었다. 책장의 맞은편에는 둥그렇고 넓적한 두 개의 하얀 테이블이 있었는데,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두 테이블 중 하나에는 디자인 관련 책들만 따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속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책방지기님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방 더 깊숙한 공간에도 책들은 계속되었다. 벽을 따라 늘어선 책장과 책상, 기다란 원목 테이블에는 독립 서적들이 있었다. 책방지기님은 일부 서적들을 직접 사서 들여오고, 또 일부는 작가님들의 연락을 받아 위탁 판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는 작가님들이 직접 맡기고 간 책들’. 책방지기님은 벽면에 붙어 있는 한쪽 테이블을 가리키면서 운을 띄웠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책을 몇 권 집어 들면서 책방에 들렀던 작가님들의 모습과 그들과 나누었던 시간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셨다. 대부분이 대구에 살지 않는 이들이었다. 멀리 서울에서부터 온 작가들도 더러 있었다. 몇 번이고 책을 위탁 판매했던 작가들은 이미 비즈니스 관계 그 이상이었다. 온 김에 책방지기님과 이야기도 하고, 겸사겸사 놀기도 하러 온, 책으로 맺어진 인연이었다. 책 뒤에는 있는 사람. 책방지기님은 그러한 연을 소중히 여기는 분이셨다.     


마지막으로, 독립 서적들 곁에는 책방지기님만의 입맛으로 채워진 ‘책방지기님의 책장’도 있었다. 책방지기님의 취향에 맞게 꾸려진 책장에는 희귀한 디자인 서적들과 오래된 미술책들이 가득했다. 책장의 한가운데에는 커다랗게 ‘판매는 안 되지만 마음껏 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음껏. 유독 그 단어에 눈이 갔다. 책방지기님과 참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들 사이에는 책인 척하는 가짜 책들도 있었다. 북바인딩 클래스의 샘플북들이었는데, 책방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에서 사용하는 교보재였다. 책방공공에서는 여러 원데이 클래스들을 진행했는데, 북바인딩 수업도 그중 하나였다. 북바인딩 클래스 외에도 실크스크린, 캘리그라피, 보타닉 페인팅 등의 강의가 있는데, 모든 강의는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하여 소수의 인원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북바인딩 클래스는 책방지기님께서 직접 진행한다고 하셨다.) 이미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들을 운영 중이지만, 책방지기님은 앞으로도 새로운 수업을 계속해서 열 의향이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가장 최근에는 전문 강사분을 초빙하여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리소 인쇄를 배우고 있다고 하셨다. ‘배우고 싶은 사람만 있다면 같이 모여 스터디하는 거죠.’ 그렇게 말씀하시는 책방지기님의 말속에서 어쩐지 오손도손한 사람 냄새가 났다.     


책의 마디마디를 직접 손으로 써 볼 수 있는 필사 공간도 있었다.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나던 커다란 창 앞의 목재 책상과 걸상. 그곳에 마련되어 있던 책방공공의 필사는 조금 특별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의 인상적인 문구를 따라 쓰는 일반적인 필사와 달리, 책방공공에서는 ‘이어쓰기 필사’를 해야 했다. 앞 사람이 적은 구절의 뒷부분부터 따라 써야 하는 독특한 방식의 필사. 여러 사람의 손글씨가 조각조각 모여 다시 한번 완성되는 책이라니. 신기한 경험이라 생각되어 나도 필사 공책의 빈칸에 손글씨를 적어 넣었다. 개성 있는 목소리들이 글자로 표현된 종이의 끝에 나만의 개성이 담긴 목소리를 글자로 새겨 넣었다. 



책방공공은 책방이자 동시에 잡화점과 디자인 스튜디오다. 일종의 겸업 책방인 셈. 하지만 이곳의 잡화는 여느 ‘겸업 책방’들과는 조금 달랐다. 겸업 책방들에서는 주로 책과 결이 비슷하거나 책과 잘 어울리는 물품들을 판매한다. 그러니까 포스트잇이나 스티커, 공책 같은 지류 상품이나 펜이나 연필 등의 문구 혹은 인형과 같은 캐릭터 상품들이 잡화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곳의 잡화는 정말 문자 그대로 정직한 ‘잡화’였다. 옷과 가방, 머리핀과 악세서리는 물론. 모자와 양말, 신발, 중고 LP판. 그리고 무려 그릇까지. 잡화 물건들만 모아서 새로운 가게를 차려도 괜찮을 만큼 개성이 강했다. 하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개성은 묘하게 책방이라는 공간과 어울렸다. 그릇을 파는 책방, 양말을 파는 책방, 음악을 파는 책방. 오묘하고 어색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입에 잘 붙는 이름들. 나는 혼자서 조용히, 하지만 제멋대로 책방에 그런 별명을 지어 붙이며 남몰래 빙긋 웃었다. 


이 외에도 비교적 일상적인(?) 잡화들도 있었다. 인형 키링과 엽서들이 그것들이었는데. 수공예로 만들었다는 인형 키링은 조그마하게 뽕뽕 뚫린 콧구멍이 인상적이었고, 책방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엽서들은 구경만 해도 한참이 걸렸다. 책방의 엽서들은 특히나 파머스 마켓에 출품한 작가님들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들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디자인의 그림, 사진들로 채워져 있었다. 다양한 모습의 엽서들 사이에서 나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아보카도 엽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곁에 있던 책장에서 독립출간 에세이도 하나 골랐다.      



양손에 책과 엽서를 고른 후에는 내 책을 만나러 갔다. 책방에 쌓인 책들에 명함을 꽂고 겉면에 붙이면서, 책방 공공의 책들이 새로운 주인을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책방의 성격에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 도착한 만큼, 내 책도 그 ‘이음’에 일조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마지막으로 계산대 앞에 섰다. 아까부터 들고 있던 책과 엽서를 카운터 위에 늘어놓았다. 내가 건넨 물건들을 받아 든 책방지기님은 매우 당연하다는 듯이 포장을 시작했다. ‘아니, 이번에도 또?’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얇은 습자지로 책을 감싸고, 스티커를 붙이는 책방지기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보며, ‘대구는 원래 이런 곳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에서 들렸던 첫 번째 서점에서도 책을 받자마자 바로 포장해 주셨다. 대구에서 방문한 책방들에서 포장은 언제나 ‘기본 디폴트’였다.) 책방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건네받은 간식들과 당연한 듯이 포장되는 책. 대구 책방의 인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았다. 어쩜 이래. 어쩜 이럴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포장이 마무리되는 동안, 계산대 위를 살폈다. 계산대 곁에는 책갈피와 스티커, 책방에서 진행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소개하는 책자와 같이 자그마한 물건들이 있었다. 거기서 나는 방금 전 엽서 진열대에서도 보았던 아보카도 캐릭터를 다시 만났다. 동그란 씨앗을 품고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아보카도의 생김새는 내 취향에 아주 잘 들어맞았다. (어벙하고 뽀작한 매력은 정말 최고다.) 책갈피를 만지작거리는 날 보셨는지, 책갈피는 구매 손님께 드리는 사은품이라며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다고 말씀하셨다. 난 쾌재를 불렀다. 아보카도 캐릭터는 정말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귀여움이었다. 더불어 책방지기님께서는 아보카도 탄생 비화(?)도 살짝 공유해 주셨다.      


아보카도 캐릭터는 책방지기님께서 직접 만든 캐릭터라고 한다. 아보카도 시리즈의 시작은 ‘미스 새드 아보카도(Ms. Sad Avocado)’였는데, 미스 새드 아보카도는 다른 아보카도 시리즈들과 달리 엉엉 울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책방지기님은 어머니와 크게 싸웠던 어느 하루의 끝에서, 이 울보 아보카도 씨를 만들었다고 했다. 심장에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앉은 것 같았던 그 날의 심정을 아보카도의 커다란 씨앗으로 표현하셨다고. 더불어 평소 양말을 엄청 좋아하셔서 양말을 유독 디테일하게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미스 새드 아보카도는 일종의 책방지기님의 분신인 셈이다. 마음의 시린 고통이 만들어낸 그 작은 분신은 책방을 오가는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덕분에 후속작인 멍보카도를 비롯한 다른 아보카도 캐릭터들이 탄생했고 한다. 너무나 재미난 일화지 않은가.      


입담 좋은 책방지기님의 이야기에 푹 빠져 듣다 보니 어느덧 책 포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포장이 끝난 후에도 나는 한참을 서서 책방지기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지기님은 붙임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는 날 데리고도 정말 대화를 잘 이어가셨다. (한 마디로 대화 스킬 만렙 능력자셨다.) 책방을 나서며 나는 손뿐만 아니라 배랑 마음도 두둑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기차역으로 되돌아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알차게 채워졌던 대구에서의 하루 덕에 나는 또 한 번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었다.      


낯선 이방인에게 특별한 경험과 시간을 기꺼이 선사하는 곳. 지나온 시간만큼 두툼한 분량의 이야기를 보유하고 있는 곳. 흥미진진한 일화들이 끝없이 쏟아졌던 곳. 책방 공공은 책을 품다 못해 스스로 한 권의 책이 된, 그런 서점이었다.      


추신 

: 글이 너무 길어져서 못 다 적은 일화들이 많다. 하지만 못 적어서 아쉽지는 않다. 여기서 밝히지 못한 이야기들은 책방 공공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된 셈이니까. 혹시라도 책방 공공의 ‘리미티드 에디션’ 이야기들이 궁금하신 분은 한 번쯤 책방을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시간이 있다면 책방지기님께 슬쩍 말도 한번 걸어 보시라. 혹시 또 아는가. 운이 좋다면 여태 세상에 한 번도 풀리지 않았던, 당신을 위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책방공공 Bookstore Gongg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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