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건 시작일 뿐...
수술을 한지 두 달여 정도가 지났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랬을까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어느 하나 또렷하지 않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기억들의 조각들만 지금은 남아있다.
항암으로 전신에 퍼져있는 암이 많이 줄어들어 이제 수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처방을 듣고 나서는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담당교수님께서 말씀 주신 표준 치료 대로 진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쩌면 다시 정상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설렘도 있었다.
난소암의 표준치료는 선항암(3-9회)-수술-후항암(3-9회)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후 몸에 암세포가 없어진 상황인 1차 관해가되면 이후에는 환자 상태에 맞게 방사선치료를 하거나 항암제 경구약 복용 등 이후 유지요법이 진행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CT, PET-CT 등 검사하며 암이 다시 보이는지 추적관찰을 한다.
수술하고 나면 암이 없어져서 완치되며 괜찮아지는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전혀 아니다.
그리고 4기 암의 경우에는 이미 혈액으로 암세포들이 전신에 퍼져있는 상태이며 수술로는 암세포의 덩어리들만 제거를 하는 것이다.
수술은 육안으로 보이는 암은 제거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수술을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미세암세포까지는 다 제거할 수는 없다. 몸전체 혈액에 퍼져있는 작은 암세포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어디에서 자라날지 모른다.
원발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황인 전이암은 한번 생기면 살아있는 동안에는 완치도 없고 치료도 끝이 없다. 특히나 나와 같은 4기의 기수가 높은 전이 난소암의 경우는 재발하지 않는 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학계에서는 정의 내리고 있다.
암세포는 정말 영리해서 내가 살던 집이 없어지면 알아서 모여서 다른 곳에 자리를 잡는다고 한다. 수술을 해서 암덩어리를 제거하고 이후 바로 다시 암세포가 모여 덩어리가 되는 경우는 이런 경우다.
암이 CT나 PET-CT에서 확인이 가능할 정도가 되려면 암세포 10억 개 정도가 모여있어야 보인다고 하니...
자라나고 있는 암은 어느 정도 크기가 되기 전까지 사실 검사로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암이 다시 자라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암이 좋아하는 환경을 몸에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식이요법,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관리를 한다. 재발 가능성을 0.1%라도 낮추기 위한 것이다.
항암약에도 죽지 않는 동면해 있는 돌연변이 암세포가 어떠한 트리거로 인해 다시 깨어나는 것을 줄이는 것이 다.
난소암의 경우에는 수술 후 항암을 하고 이후에도 경구 항암약을 몇 년간 복용하며 암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 약도 모든 환자가 다 복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후 조직으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효과여부를 판단하고 처방이 내려지게 된다.
하지만 약을 먹는다 해도 평생 먹을 수는 없다. 항암 주사를 투여받는 것만큼 독한 약이고 약으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고 투여 가능한 기간이 있으며 내성이 결국 생긴다.
난소암은 80% 이상이 수술과 항암으로 1차 관해가 되어도 다시 암이 재발하게 된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난소암 4기는 재발률이 90-95%라고 나와있다.
수술 이후 외래 진료때 교수님께 어느 정도로 재발하는건지 문의 드렸던 재발률은 80%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에는 좀 더 주의 해야 된다고 말씀 하셨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난소암 4기는 5년 생존율이 11%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재발이 되더라도 예를 들어 뇌나 폐 등에 단독 전이만 있고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을 경우 국소치료로써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나와있다.
통계가 주는 숫자의 무게는 내가 가야 할 길은 좁은 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암투병하며 암에 관한 정보와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카페 몇 개를 가입했다. 암환우들과 보호자들이 올린 글을 보며 나와 같은 암환자들의 예후가 어떤지도 확인하며 내가 앞으로 받아야 될 치료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게 된다.
그리고 나에 대입하여서도 생각을 한다.
난소암 투병 환우들은 너무 힘겹고 대견하게 병을 이겨내고 있었다. 몇 마디의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여러 케이스들이 있지만 수술을 하고 잘 지내시다 다시 재발을 하고 또 항암을 하고, 또 수술을 하기도 하고, 힘든 치료를 계속하며.... 결국은 죽음으로 가는 길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투병기록 들이 가장 많았다.
수술로 치료를 하고 항암을 하고 유지요법으로 약을 복용하면서 부작용으로 힘들어하고, 암이 다시 커지기 시작해 항암을 하고 또 수술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9년째 항암을 계속하시는 분도 있었다. 60 몇 차까지 하신 분도 보았다... 사실 그렇게 할 수 있는 분 자체가 얼마 없는 건 그때까지 생존해 있기가 더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투병 후 가족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은 투병을 하며 엄마가 딸이 아내가 씩씩하게 병을 이겨내며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지 아프지 않고 천국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는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같은 글도 중간 중간 볼 수 있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도 있을 것이다. 항암과 수술을 하지 않고도 기적적으로 자연치료가 되어 사는 사람, 항암과 수술 치료 후에도 암이 다시 생기지 않아 이후 10년 넘게 건강하게 사는 사람. 많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인지 내가 생존자라고 떠들지 않기에 알 수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항암등 힘든 치료를 안 하고 1년 안에 죽거나 치료를 하고 5년 정도 더 살거나 나라면 굳이 얼마 차이 나지 않는데 힘든 치료를 하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힘든 치료를 하는 것이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치료를 해서 더 고통스럽게 사망한 가족들의 예시를 든다. 또한 굳이 항암이나 수술과 같은 치료는 병원을 배불리 해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건강할 때는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리고 힘들 바에는 그냥 죽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내 상황에 닥치면 그런 선택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언제까지 살 수 있고 없고 가 사실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한 달 한 달 암이 줄어들지 커질지 걱정만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고 싶진 않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어쩌면 나에게 예정된 시간이 길지 않게 남았을 수도 생각하니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걸까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최근 몇년동안 서로 소통도 없었으며 나에게 본인 일상을 공유하지도 않았던,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분이 내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고 어떡하냐는 호들갑을 떨며 위로차 만나자고 한적이 있다.
내가 얼마나 아픈지 확인하려는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던 것을 보면..... 내가 아직도 심성이 꼬여 있는 것 같지만 아무리 곱씹어 봐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사람도 나의 삶이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갑자기 하게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삶이 얼마 안남았을 것이다라는 선고를 받은 사람의 모습과 심리와 표정과 생각이 궁금해서 연락을 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메신저로 응원의 메시지 정도는 주고받는다 해도 평소에 연락을 하지도 않았고 암진단받기 전에도 따로 만나지 않았다면 사실상 인연이 끊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텐데....
나는 내가 보고 싶고 연락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찾아서 연락을 하고 응원과 기도를 부탁했다.
수술전의 기다림, 수술장에서의 차가웠던 공기와 하나하나의 장면을 생각하고 입원기간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잠시 눈을 감고 떠올려 보았다.
한 가지 확실한건 지금 이렇게 수술 이후를 회고할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것이다.
팔과 다리가 없거나 눈이 안보이거나 말을 못 하는 분들 음식을 삼킬 수도 없고 화장실조차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은 이보다 몇 배는 더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텐데 힘들더라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체감해서 일 것이다.
입원기간에는 어떠한 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통증이 사라지기만을 진통제를 맞으며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수술 전 항암이 끝나고 나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좋지 않아 빈혈수치를 올려주는 주사를 맞았다. 피보다는 더 붉은색의 주사약이었고 한 시간 정도 투여되었다.
지속된 항암으로 헤모글로빈 수치는 사실 계속 내려가고 있었지만 수치를 올려주는 주사를 맞고 6번의 항암 이후 수술은 일정대로 지연 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수술 전과 수술 당일, 9일간의 입원기간에 관한 내용은 다음 화에 계속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