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림프부종 위험
7월 폭염으로 더워지는 날 입원을 하고 수술을 했다.
수술 직전 진료를 보았을 때 교수님들께서는 수술로 어느 곳을 절개하여 제거할 것인지 나에게 말했다.
산부인과 교수님께서는 배를 세로로 길게 개복하여 난소와 자궁을 전체 제거 하고 복막과 흉막에 전이된 암을 최대한 제거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복막과 흉막 안쪽에 있는 폐, 대장등의 장기에도 암이 보이면 제거할 것이라고 하셨다. 영상상에서는 현재 확인이 불가하다고 했다. 열어보면 보일 수도 있다고 한다.
부인과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절개부위도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나의 경우는 배 전체를 들여다봐야 되는 만큼 범위도 그만큼 넓었다.
그리고 배만 수술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더 번거로운 상황이었다.
유방외과 담당교수님께서는 오른쪽 유방 아래쪽과 위쪽에 보이는 암 제거를 하고 양쪽 림프절에 전이된 암이 의심되는 것을 전체 제거 한다고 하셨다. 왼쪽 림프절은 조금 제거하고 오른쪽은 좀 많이 제거할 것이라고 한다. 림프는 제거하고 나면 새로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수술 이후에는 팔을 많이 쓰면 안 된다고 말씀 주셨다. 수술 이후부터는 양팔에 채혈이나 혈압측정, 주사는 맞으면 안 된다고 말씀 주셨다. 또한 림프절을 제거하면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된다고 말씀 주셨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초음파를 하며 수술을 할 부위를 별도로 표기하였으며 실 같은 바늘도 미리 심어 놓았다.
절개를 할 표시된 부위는 네 군데였다. 배까지 하면 총 다섯 군데를 절개하여 수술할 예정이었다.
어느 부위를 수술하는 것인지 말해보고 확인하는 절차는 수술 직전까지 몇 차례 진행 했다. 환자가 인지하고 있는 부위랑 실제 수술할 부위가 동일한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곳을 수술을 하거나 해야 될 곳에 수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게 함인 것 같다.
수술 후 다리와 팔이 붓는 림프부종에 대한 주의 사항을 전달받았다. 나의 경우에는 양쪽 팔의 림프를 제거하기에 팔의 부종은 특히나 더 조심해야 된다고 했다.
몸에 떠도는 림프액은 움직이는 모든 활동을 통해서 근육이 수축할 때 잘 순환된다. 림프절은 우리 몸에서 림프액이 지나가며 세균이나 노폐물을 걸러내는 필터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암 수술 중 림프절을 제거하게 되면, 그 부위의 림프 순환 통로가 일부 차단되거나 좁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림프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쉽게 정체될 수 있다.
암환자의 경우에는 혈류나 림프를 통해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진다.
림프절 절제는 암이 퍼진 부위를 제거하고 암이 다시 자라나는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적 목적이 있다. 하지만 한 번 제거된 림프절은 다시 재생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정상적인 림프관은 8차선 도로처럼 넓게 뚫려 있지만, 림프절을 제거한 부위는 2차선 도로로 줄어든 상태와 같다. 이런 상태에서 차량이 많이 몰리면 정체가 생기듯, 림프액도 한꺼번에 몰리면 흐름이 막힌다. 이때 정체가 되는 상태가 부종이 생기는 원리와 동일하다.
팔이나 다리를 갑자기 많이 사용하게 되면 림프액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많아지고, 림프액이 림프절에 제때 통과하지 못하면 조직 내에 고이게 되는데 이것이 부종이다.
그래서 팔과 다리를 갑자기 무리하게 쓰며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종은 바로 나타나기보다는 2-3년 후나 길게는 10년 후에도 생길 수 있다고 하니 평생 관리 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런 상태에서 채혈이나 주사, 혈압 측정을 하면 해당 부위에 자극이나 압력이 가해지게 된다. 그러면 림프액의 흐름이 더 막히고, 조직 안에 림프액이 고이면서 팔이 붓는 림프부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림프절이 제거된 쪽은 세균을 걸러주는 면역 기능이 약해져 있어서, 주사 바늘 자국처럼 아주 작은 상처를 통해서도 세균이 침투해 감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감염이 반복되면 부종이 더 악화될 수 있다.
벌레 물리는 것도 이전과는 달리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 이런 이유인 것이다.
혈압 측정도 마찬가지다. 혈압을 잴 때 팔에 커프가 세게 압박되면 일시적으로 혈액과 림프의 흐름이 차단되는데, 정상적인 팔은 금세 회복되지만 림프절이 제거된 팔은 그렇지 않다. 압박 후 림프액이 잘 빠져나가지 못해 부기가 심해지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림프절을 제거한 쪽 팔에서는 주사, 채혈, 혈압 측정, 그리고 손끝을 찌르는 혈당 측정도 가능한 한 피해야 하는 것이다. 한쪽 팔부분만 제거했다면 반대쪽 팔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난 양쪽을 제거할 예정이라 양쪽 팔에 다 피해야 한다. 그래서 채혈과 혈압측정, 주사는 이제는 발에 할 수밖에 없다.
림프절이 일부만 제거된 경우라 하더라도, 림프순환이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평생 조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수술 이후 간호사선생님께서도, 또 교수님 회진에서 또 외래진료에서도 오른팔은 특히 많이 쓰면 안 된다고 모두들 몇 번이고 강조하셨다. 운동할 때에도 요가동작을 할 때도 오른손으로 힘을 지탱하는 모든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계속 듣다 보니 오른손잡이인데 오른팔을 쓰면 안 된다니 왼손잡이로 변경을 해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손을 계속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하면 일상생활도 불편한 것도 많을 것이다.
나의 수술은 산부인과와 유방외과의 2개 과가 차례로 진행이 되는 수술이고 개복 후 장기에 보이는 암의 진행 상황에 따라 다른 고가들이 추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수술이야 의료진의 몫이지만 이후 회복하는 건 오롯이 내 몫인데 두려움도 있긴 했지만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라 보는 수밖에 없었다.
입원 병동은 보호자가 24시간 상주하는 일반 병동이 아닌 간호병동으로 입원했다. 간호병동은 보호자출입이 불가하고 간호사선생님이 입원기간 케어를 하는 병동이다.
간호병동은 모든 환자가 다 입원이 가능한 것은 아니며, 의식이 또렷하고 스스로 거동이 가능한 환자일 때 입원이 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보호자가 없기 때문에 수술 시 경과도 환자가 듣고 판단해야 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항암 하며 담당 간호사님께서 나에게 수술 시에 일반 병동보다는 간호병동이 더 쾌적하다고 간호병동으로 갈 수 있으면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해주셨다. 일반병동은 보호자가 24시간 상주해야 되는데 나의 경우에는 간호병동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최소 일주일은 입원해야 되기 때문에 보호자도 계속 상주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간호병동으로 입원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는 간호병동으로 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예상했던 것보다 나에게는 더 좋았다. 각 환자의 보호자들이 없었기에 조용했으며 음식 냄새도 나지 않아 좋았다. 병실에 TV가 없어서 TV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그것도 좋았다.
일반 병동과는 다르게 간호병동은 각 병실마다 간호사선생님께서 바로 앞에 상주해 계시며 데이, 이브닝, 나이트 교대할 때마다 담당간호사님이 인사를 주신다. 그리고 몸을 움직일 때나 화장실시 콜을 불러야 하는 불편 사항 시에는 조무사님이 오셔서 봐주신다.
입원실은 3인실과 4인실이 있는데 나는 3인실로 들어갔다. 입퇴원시에는 보호자 1인이 환자와 함께 들어가서 짐을 풀고 또 퇴원 시 짐을 싸는 데는 출입이 가능하며 입원 기간 중 보호자 중 1명 1회 10분 정도 병실에 들어와서 면회가 가능하다.
수술 전날 점심때쯤 미리 입원하여 준비를 시작했다. 입원하니 수술을 하기 전 내가 사전에 해야 할 것들에
대해, 또 수술이 끝나고 내가 꼭 해야 될 것들에 대해 간호사님께 안내를 받았다.
점심 12시 이후에는 금식이며 저녁 9시 이후부터는 물도 마시면 안 된다고 말씀 주셨다.
또 수술 때부터 착용해야 하는 밴드형 압박 스타킹을 받았으며 수술 시부터 입원기간 동안 계속 착용해야 된다고 했다. 그리고 수술 부위 쪽은 전체 제모해야 한다고 하시며 제모크림도 전달받았다.
또한 수술 후 필요한 팬티형 생리대와 안심패드와 종이컵이 필요하다고 사 와야 한다고 간호사님께서 말씀 주셔서 병원 편의점에서 구매를 했다.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간호사님과 인터뷰를 하고 입원기간 동안 주의해야 될 사항과 수술 후에 꼭 해야 되는 폐활량 호흡운동에 대해 설명을 듣고 호흡을 들이마셔 공을 올리는 기구를 받았다.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가슴근육과 횡격막의 움직임이 억제되고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대신하게 된다. 이때 폐의 일부가 완전히 펴지지 못하고 주저앉는 현상이 생기기 쉬우며 수술 후 폐운동을 하여 눌린 폐를 다시 펴서 정상적은 공기 흐름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수술 전에는 장을 비워야 해서 장을 비우는 약을 저녁에 마셔야 하는데, 대장내시경 때 먹는 것처럼 많은 양을 마셔야 된다고 처음에 안내를 받았어서 걱정했었지만, 처방이 변경되어 간단 버전으로 작은 병 1개 분량의 약만 마시고 관장을 하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전신마취 시 관장을 하는 이유는 마취를 하게 되면 장의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되며 이 상태에서 대변이 차있으면 복부팽만감이나 수술 후에 장폐색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수술 중 장이 열리거나 손상될 때 세균감염이나 복막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과 합병증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다.
오후에는 수술 시 정맥라인을 미리 잡으러 주사 바늘을 꽂으러 왔다. 양팔에 림프절 제거 예정인 나는 발에 수술라인을 잡았다. 수술 시 꼽는 주삿바늘은 주삿바늘이 더 굵다고 더 아프다고 하며 발목 쪽에 바늘을 꽂았다. 발에는 혈관이 팔보다는 잘 보이지 않아 찾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다. 마취제 투여를 위한 통로 확보를 위한 것이며 마취가 시작되면 혈관이 수축하거나 찾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의식이 있을 때 미리 라인을 잡아둔다. 그리고 수술 시 수혈이나 약물 주입이 필요할 시에도 즉시 가능하다.
살아오며 간단한 수술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었으며 수술 후 얼마나 아플지 이후 어떻게 될지 미리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에 관해서는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으며 시간에 맞춰해야 될 것들만 차례대로 진행하고 간호사님께 확인을 받았다.
수술을 해주시는 담당 교수님 두 분이 저녁시간 오셔서 익일 오전 첫 타임으로 수술을 할 것이라고 설명 주시며 수술할 부위를 말씀 주셨다.
교수님 중 한 분께서 떨리냐고 나에게 말하며 질문이 있는지 말씀 주셨는데, 내일 수술이 빨리 끝나면 좋을 것 같다고 하고 지금보다 수술 후에 더 물어볼 것이 많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저녁에 진행된 관장의 여파로 계속 화장실을 들락 나락 거리느라 새벽까지 잠을 깊게 들지 못했다.
첫 타임 오전 8시 수술이었던 나는 7시 반쯤 수술실로 가게 되었다. 수술실로 가는 베드가 병실로 와서 베드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을 했다. 수술실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각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대기장소에 들어와 이름과 수술부위를 확인했다. 대기실에는 10명쯤 4줄로 40명 정도의 환자들이 있었으며 환자들은 계속 옮겨져 들어왔다. 나도 하나의 줄에 들어왔다. 줄을 맞춰서 각 침대에 누워있으니 어느 공장으로 들어가는 제품이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이 많은 사람이 다 들어가는 거면 수술실이 40개 정도가 되는 건가 생각하며 정말 많구나 생각했다.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의 대부분은 60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많았으며 이름과 생년월일과 수술부위를 묻는 대답을 미루어봤을 때 나의 수술부위가 가장 길고 할 말이 많았다. 그 안에서 암환자가 몇 명 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머리카락이 없는 민머리인 사람은 나 혼자였다.
그리고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는 사람도 나만이었던 것 같다. 모두 눈을 감고 크게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수술대기실에 오고 가는 이송요원들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었다. 무거운 베드와 환자를 이송하기 때문에 남자직원이 많은 것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고 긴박하게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좀 있으니 앞쪽 베드부터 수술실로 옮겨졌다. 내 차례 가오니 "수술실로 갑니다."라고 이송요원분이 말씀 주셨다. 베드는 대기실을 나가 긴 복도를 지났다. 생각보다 더 길었다. 병원벽은 원래가 하얬지만 수술실로 들어가는 벽과 천장은 더 하얀 느낌이 들었다. 공기가 추워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목을 약간 들어 보려고 하니 "오래 걸려요. 누워계시면 됩니다."라고 말씀 주셨다. 이 복도를 지나는 경험은 다시없을 것 같아 좀 더 자세히 보려고 했던 것 같다.
수술실로 들어오니 더 추웠다. 정말 냉동실에 들어온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도 수술실 간호사와 수술해주시는 교수님은 반팔을 입고 있었다. 거의 민소매 같은 반팔이었다.
수술실이 유독 춥게 유지되는 이유는 수술실은 무균상태를 유지해야 되는 공간이다. 온도가 높으면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지만, 낮은 온도에서는 세균의 활동이 둔해진다. 그래서 보통 수술실 온도를 18~21℃ 정도로 유지해 세균 번식을 최대한 억제한다고 한다. 또한 수술실에는 정밀한 기계와 조명이 많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기계가 과열되거나 장비 오작동 위험이 생기므로 일정한 낮은 온도는 장비의 안정적인 작동 환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유도 있다.
몸을 옮겨달라는 말에 이송베드에서 수술대로 몸을 옮겼다. 수술실로 간호사들이 들어와 분주하게 움직였다. 수술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넓고 천장도 높았다. 누워있는 맞은편으로 큰 모니터가 벽에 달려있었는데 내 이름과 환자번호가 기재되어 있었다. 마취는 언제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마스크로 가스마취를 먼저 했다. "숨을 깊게 마시고 내쉬세요"라고 말했고 숨을 한 세 번 정도 들이키고 마셨다. 이후에 약이 들어갑니다. 하면서 발에 잡은 정맥주사라인에 약이 들어가는 느낌이 왔는데 정말 아파서 '아..' 하고 소리를 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다.
수술이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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