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깬다.
껍데기를 톡톡 두드려서 바스라진 껍데기 조각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조심
두개로 쪼개진 껍데기를 활짝 열어 알맹이가 쏘옥 빠지도록 한다.
똥이 범벅된 닭장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떠올라
달걀 껍데기는 쓰레기통에 넣고 곧바로 손을 씻는다.
커다란 포크를 꺼내 흰자와 노른자가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거품이 어느 정도 일어나면 잘 섞였다는 뜻이다. 식감을 방해하는 알 끈은 제거한다.
달걀물이 완성되면 소금을 톡톡 넣고 달걀말이를 하든 달걀찜을 하든 요리를 한다.
달걀요리는 깨고 섞는 것이 요리과정의 8할을 차지한다.
요즘은 달걀을 깨뜨려서 섞은 상태의 달걀물을 팩에 담아 판다.
달걀 30개 분량을 담았다는 1kg 달걀물의 가격은 1만 8천 원.
1등급 국내산 달걀에 알끈까지 제거한 바쁜 현대인을 위한 맞춤형 상품인 셈이다.
나 역시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키우고 마흔 중반의 남편에게 밥과 숙식을 제공하는
하숙집 아줌마 역할을 하는 바쁜 현대인이 분명한데...
30구 달걀 한 판을 요즘 7-8천 원에 살 수 있으니 내 평생에 달걀물을 사서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달걀껍데기 만지는 게 썩 내키지도 않고
아직도 간간이 달걀껍데기를 빠뜨리긴 하지만
투명과 노랑이 섞인 병아리 깃털 색을 보는 것이 괜찮다.
달걀을 깨고 섞을 에너지조차 바닥났을 땐 나도 달걀물을 사서 쓰려나.
달걀물을 파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어리둥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