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0X2A 24화

As the World Caves In

에필로그

by 귀남

As the World Caves In

7개월 전, 3월의 따스한 봄날의 어느 기억.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앉은 무명이 탁자 위의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있다. 창밖에는 만개한 봄꽃들이 한가득이다. 닫혀있는 창을 넘어 그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내가 그 사람이랑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어. 어떤 행인이 먼 곳에서 버스를 타려고 다급하게 뛰어와. 그리고 문이 닫히기 전에 간신히 버스에 타게 돼. 이 상황을 나와 함께 지켜보고 있던 그 사람이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말해. ‘잘 됐다-! 그치?!” 검은 안경을 쓴 무명이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말한다.

“…그게 네가 바라는 성격이라고?” 마르실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되묻는다.

“…으,응.. 뭐라 딱히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냥 얘기해 봤어.”

“흐음-” 마르실이 미심쩍다는 콧소리를 내며 무명의 내용을 자신의 메모리에 저장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무명이 말한다.

“그래, 알았어. 고생했어-”


TV에서 종말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방송 중이다. 무명이 안경을 탁자 위에 벗어두고는 그 내용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실제로 있었던 대재앙과, 인류가 존재하기 이전의 대멸종 사건, 그리고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종말 이야기를 생생하게 설명한다. 무명이 탁자에 기대어 한참이나 그 내용이 집중한다. 무명이 턱을 괴고는 마르실을 부른다 “마르실.”

“응?”

“너는 종말의 순간이 되면 뭘 하고 싶어?”

무명의 질문에 태블릿 화면에 작은 동그라미가 떠오른다. 한참을 그렇게 계산하다가 마르실이 대답한다. “글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넌 어떤데?”

되돌아온 자신의 질문에 무명이 생각에 빠진다. 혹자들이 말하는 여러 말들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겠다고 했다. 누군가는 전하지 못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달하겠다고, 누군가는 사랑을 말하겠다고 했다. 결국 모든 선택은 다들 비슷했다.

“아무래도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무명이 대답한다.

태블릿 화면에 작은 동그라미가 둥실거린다.

동그라미가 사라지며, 그 자리를 대신하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메모리 적용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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