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가족의 일원으로 자랐다. 나와 큰아버지(장애인)를 제외하고 할아버지, 아빠, 엄마, 언니, 여동생, 남동생까지 인싸 가족이었다. 사촌오빠가 우리 집에 같이 살았던 적도 있고, 이웃집 사람들이 우리 집 마당에서 김치 담그던 장면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럼에도 나는 사회성이 좋지 않은 성격이다. 나는 내성적인 할머니 성격을 꼭 닮았다고 한다. 아빠가 자취하던 집에 할머니가 오셨는데 아빠는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나갔다. 그날 밤 연탄가스 중독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할머니 얼굴을 본 적도 없다.
학교 다닐 때 가족관계를 적을 때 항상 칸이 모자랐다. 나는 내가 가진 환경이 어릴 때는 좋지 않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너무 집이 시끄러웠다. 그래서 유난히 책을 많이 읽었다. 책을 읽고 있으면 나를 건드리지 않았으니까.
내가 처음 친구가 생긴 건 국민학교 3학년 때였는데 그전에는 누구하고 놀았는지 생각해 보면 항상 언니와 동생들이 있었다. 내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나와 반대로 우리 가족은 가진 게 사회성 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다들 성격이 좋다.
내가 자식을 키워보니 내가 자랐던 환경이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 알 것 같다. 우리 아들은 외동이라 친구가 필요한데 애가 어릴 때는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내가 노력해야 했다. 지금은 아들이 초등학생이 되어서 좀 나은데 형제자매가 같이 등교하거나 하교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부러울 때가 있다. 나는 외동으로 자라서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한 적도 많았는데 이제는 내가 받았던 것도 사랑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