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인생책 08화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

by Shin Huiseon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아빠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 엄마의 의료사고였다. 의원에서는 그때 당시 아빠에게 백만 원을 줬다고 한다. 아빠는 그 백만 원이 의사의 잘못에 대한 증거라고 했다. 아빠는 매일 술을 마셨고, 집은 엉망진창이었다.

하루는 아빠가 언니와 나를 불러놓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라. 아빠는 너무 억울해서 살 수가 없다." 그때 대통령은 김영삼이었고 문민정부였다. 언니와 나는 진짜 편지를 썼다. 아빠가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며칠 후 우리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 그 사람은 대통령 비서실이라고 하며 나를 찾았다. 나는 전화를 아빠에게 바꿔주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나에게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진짜 대통령에게 전화가 오다니.

나는 내가 언니보다 편지를 잘 쓴 줄 알았다. 언니는 나보다 뭐든지 잘하는 편이었는데 내가 언니보다 잘하는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언니가 쓴 편지를 읽어봤는데 나보다 훨씬 잘 썼다. 내가 쓴 편지는 그냥 애가 쓴 것 같았다.

나는 나중에 그다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국문학과 학생이 되었다. 취업준비에 관심이 없었고, 종교에 빠지지도 않았고, 정치활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대학을 졸업하고 국어교사를 하고 싶은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느라 학교수업을 많이 빼먹었다.(그때 친구네 집에 같이 살았다)

대학교 3학년 수업 중에 소설창작 수업이 있었다. 내가 친구에게 저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하자 친구가 자기는 소설 수업 안 듣고 싶다. 우리 졸업 못 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근데 나는 친구와 떨어져 소설창작 수업을 들었고 거지 같은 소설 몇 편을 써서 발표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대학교 졸업할 때 쓴 소설로 학교에서 주는 문학상을 받았다. 나의 긴 습작시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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