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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Oct 24. 2021

무라카미 하루키 <먼 북소리>

나를 찾는 여행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사는 게 헛헛했다. 뭔가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몸부림으로 책을 붙잡고는 있었지만 그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집어 든 건 행운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



세상을 향한 두근거림을 처음으로 나에게 선사한 책이다. 점점 책과 만나는 시간이 설레기 시작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먼저 그를 잠시 만나보자.

야구게임을 보던 중 소설가가 되기로 맘먹은 작가.


그의 나이 29세, 1978년 도쿄의 한 스타디움에서 프로야구팀 경기 중, 1번 타자 데이빗 힐턴이 2루타를 날린 순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밤,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라카미 하루키는 시작 지점부터 문학적이다.




그는 아내와 7년간 재즈 바를 운영한 적이 있는데, 그 이름은 피터 캣 peter cat.

그의 작품에도 고양이가 많이 등장하는데, 고양이와 늘 함께 삶을 살았다. 그만큼 좋아했던 듯.


30대 후반, "위대한 개츠비"를 60세까지는 일본어로 번역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자신을 만족시키는 번역본을 못 봤기 때문이라 했다. 그의 나이 57세에 그 꿈을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작가 "김영하"도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내가 읽어본 중 가장 좋았다.




아내는 늘 첫 독자이며, 그녀의 조언은 그에게 중요하다.

베스트셀러 수십 권을 출간했지만, 그는 수입이 얼마인지 모른다. 아내의 소관이라고 쿨내 진동 답한다.


그는 소설을 구상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쓴다고 한다. 초고는 그에게 "고문"과 같단다. 초고 이후 다듬어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또한 마감이 싫다고 했다. ㅋㅋ 그래. 마감은 누구나 싫은 거다.






먼 북소리


이 책은 여행 에세이다. 그의 나이 마흔을 바라보며, 글을 쓰는 모든 원고의 독촉으로부터 자유를 택한다. 마흔 되기 전 3년을 마치 의식을 치르듯 긴 여행을 택한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먼 북소리> P.15




이 말이 가슴을 쳤다. 나는 그 시기에 달성해야 할 것을 달성하지 못한 채 세월을 헛되이 보내고 있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상처 받은 어린아이인 채 그 시간을 살고 있었고, 그의 말대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어느 날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중략)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먼 북소리> P.17





그래. 여행을 떠나자.


나는 그렇게 나를 찾는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을 훔쳐보며, 미지의 세계를 꿈꿨다. 그가 보여준 지도는 마치 내가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이라고 알려주는 듯했다.


그가 다닌 곳곳을 마치 내 맘속 지도를 보듯 탐험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3년 후 다시 일본으로 돌아왔다.




유럽에서 보낸 3년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중략)
나는 말하자면 상실된 상황에서 이 나라를 떠났다. 그리고 마흔 살이 되어 돌아온 지금도 여전히 그때처럼 나는 상실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무력감은 무력감으로서, 피폐는 피폐로서 그대로 남아 있다.
...(중략)
하지만 이런 생각도 했다. 다시 한번 본래의 위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만도 다행이 아닌가 훨씬 안 좋은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라고

그렇다. 나는 낙관적인 인간인 것이다.

<먼 북소리> p.501




여행을 떠날 때 우린 무언가가 되기를 바라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우리는 여전히 같은 곳으로 돌아온 듯하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그 여행 덕분에 그 자리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었다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책 말미에 글 쓰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처음에 가졌던 자기의 사고방식에서 무언가를 '삭제'하고 거기에 무언가를 '삽입'하고 '복사'하고 '이동'하여 '새롭게 저장'할 수 있다.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 나라는 인간의 사고나 혹은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것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먼 북소리> p.502





나 자신의 모습을 제3의 눈으로 관찰하는 것은 축복이다. 글쓰기는 그러한 일련의 과정과 그 작업을 통해 쉼을 주는 것이다.


나는 "어떨"까 봐 염려하는 것에서 나는 "그래"라고 인정하는 순간의 안도와 휴식이란.....


그렇게 나는 이 책을 통해, 나를 찾는 여행을 시작했고, 이제 어엿한 진짜 어른 비스무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오늘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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