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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덕 Nov 08. 2021

렌터카 자유여행 예찬

스스로 계획하고 부딛히며 떠나다


이제 곧 "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지인의 말을 빌리면,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잠재적 수요들이 폭발할 낌새가 다분하단다. 소위 "보복 여행"이란 말이 공공연히 들리는 걸 보면, 여행에 대한 기대와 그동안 못 다닌 것에 대한 보상 심리가 냄비 속 찌개처럼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는 모양새다.


© sachaverheij, 출처 Unsplash






나의 생애 첫 해외여행



1995년 12월.

신혼여행이 나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대학 시절, 몇 년 후배들은 점차 "배낭여행" 형태로 해외 자유여행을 시작하는 추세였지만, 엄한 부모님 덕에 나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배낭여행"처럼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싶었다. 겨울인데도 많은 짐을 배낭에 싸고 유레일패스 예약하고 호기롭게 떠난 신혼여행.


© abbiebernet, 출처 Unsplash




나는 촌스럽게 비행기 멀미를 했다. 비용을 아낀다고 홍콩 경유 비행기를 탔는데, 홍콩 공항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를 겨우 앉히고 수소문해 약을 구해왔던 남편은 안쓰러워하면서도 한편 실소를 금치 못했다.



여행을 늘 즐기는 분위기에서 자란 남편과 여행을 거의 접하지 못한 채 자란 나는, 문화적 격차가 너무도 컸다. 서울 근교 여행도 부담스러워 맘껏 즐기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무던히 많은 곳을 다녔다. 사귀던 시절부터 결혼 후 맞벌이로 바쁘던 주말조차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지만 여전히 나에게 여행은 풀지 못한 숙제 같았다.



그런 히스토리를 고려한다면, 비행기를 같아타며 먼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하겠다는 건 욕심이었을까. 이미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초주검이었고, 게다가 더 큰 난관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니 뉴스 속보가 있었다. 대대적인 파업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철도파업, 지하철 파업, 버스파업!! 세상에.. 유레일패스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대중교통을 탈 수 없다면 배낭여행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 PatternPictures, 출처 Pixabay



정신줄을 가다듬고 일단 파리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다행히 파리 공항에서 개선문까지 공항 리무진버스 하나는 운행하고 있었다. 겨울 배낭 짐을 메고 버스에서 내린 우리들은 또 한 번 좌절모드. OMG



배낭 짐을 들고 대중교통으로 다닐 생각에, 짐을 어떻게 보관하고 이동할지가 문제였는데, 파리의 지하철인 메트로 역에는 배낭을 보관할 수 있는 라커가 있다고 해서 안심이었고, 여행 전 꼼꼼히 체크 한 사항이었다.



그런데!! 메트로 입구부터 쇠 철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파업이어도 라커는 사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 aleksiii, 출처 Unsplash



일단, 그냥 걸어 보기로 했다.

배낭이 무거웠지만, 젊음을 믿고 눈앞에 보이는 에펠탑을 목표로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그러나, 내 체력이 문제였다. 한 500m쯤 걸었을까? 맥을 못 추고 길가 벤치에 드러누웠다. 겨울짐 배낭은 무거워도 너~무 무거웠다.



© johanmouchet, 출처 Unsplash



길에서 퍼진 아내를 보며 난감해 하고 있을 즈음, 신이 보내준 한 사람이 말을 걸었다. 영어로 물었던가? "한국 사람이세요?"였던 거 같다. 그렇다고 했더니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너무 반가웠다. 이 상황을 의논할 사람이 필요했다. 현지에 거주하는 분 같았고 30대 중후반 정도의 남자분이었다. "한국 분이세요?" 반갑게 되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유창하게 "일본 사람입니다." 뜨아! ㅎㅎ



그분은 일본인이면서 파리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한국과도 일을 한 적이 있어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다. 대략 한국말과 영어를 섞어가며 신혼여행임을 이야기하고, 이번 교통 파업이 얼마나 갈지에 대해 물었다. "오래갈 거예요." 오늘 시작했으니 금방 끝나지는 않을 거라며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 derveit, 출처 Unsplash



시내 어디쯤에 가면 렌터카를 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 봐서는 그게 최선일 거라 했다. 다행히 남편은 이전 미국 출장 때 받아놓은 국제운전면허증을 갖고 있었고, 왜인지 나도 발급받아 여권 옆에 가지런히 가져갔었다. 유레일패스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면, 10%를 떼고 돌려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렌터카 여행이 운명처럼 찾아 들었다. 덕분에 나는 무거운 배낭으로부터 해방되었다. 프랑스 파리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을 경유해 스위스의 베른, 바젤, 인터라켄, 융프라우, 취리히까지 멈추고 싶은 어디서나 멈추어 서서 여유롭게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 hpgruesen, 출처 Pixabay





렌터카 예찬




신혼여행을 "패키지 허니문 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을 선택하고 배낭을 짊어지고 갔기에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했지만, 또한 그 덕분에 렌터카 여행을 용감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전화위복^^ 그때 이후로 세계 어디든 "운전해도 괜찮구나" "사람들 사는 곳이구나" 알게 되었다. 경험이 우리를 안도케했다.



패키지여행보다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교통으로 자유여행을 해도 충분히 자신에게 맞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다. 운전이나 주차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은 각종 대중교통에 경미한 멀미로 힘들어하는 나와, 짐을 들고 이동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딸아이, 그리고 새로운 길이 나오면 꼭 가보고 싶어 하는 호기심 천국 남편의 3박자가 어우러져 어딜 가든 "렌터카 여행"을 선호한다.








렌터카 여행의 장점




렌터카 여행의 장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인 경험에서 느낀 대로 정리해 보았다.


1. 시간이 자유롭다.

출발시간 도착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2. 원하는 곳은 어디건 차를 세울 수 있다.

지나가다가 멋진 풍경을 보면 차를 세우고 즐길 수 있다.




3. 짐에서 자유로워 체력 소모가 적다.

근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큰 장점이다. 차에 모든 것을 보관할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 추우면 두꺼운 옷을 바로 꺼내 입을 수 있고, 더우면 갈아입을 수 있다. 마실 물이나 간식거리도 충분히 가지고 다닐 수 있다.




4. 현지인들의 마트를 활용해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것도 꿀이다. 현지에는 어디나 식재료를 파는 유명 마트들이 있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외식비는 무척 비싸고 가성비 좋은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가장 저렴하고 신선한 식사는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해먹는 것이다. 샌드위치 재료나, 신선하게 포장된 샐러드, 과일들이 가장 맛있고 저렴하다. 노르웨이 여행 중 마트에서 연어 횟감을 산 적이 있는데,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정말 맛있었다!! 가끔 현지 레스토랑에서 기분을 내는 것으로 족하다.


5. 현지인처럼 국립공원에서 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마트에서 산 재료를 아이스박스 안에 넣고 다니면 차 안에 두어도 안심이다. 그렇게 바비큐용 고기를 사고, 숯을 사고 멋진 곳에서 피크닉을 할 수 있다. 어느 공원이든 거의 피크닉 에어리어가 있다. 바비큐를 할 수 있는 그릴이 설치된 공간에서 맘껏 바비큐도 즐길 수 있다.








렌터카 여행 주의점



렌터카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직접 겪었던 불편한 점은 거의 없었다. 주변에서 경험한 사례들을 보면 몇 가지 주의점이 있다.



어느 나라를 가건 여행객들에게 주의 사항이 전해 내려온다. 여행객이 타깃이 되어 소매치기나 절도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인들 중 몇몇이 다운타운 길가에 잠깐 차를 세우고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하는 사이, 차 유리를 깨고 물건을 훔쳐 간 경우가 있었다. 자질구레한 짐이야 다시 사면 되지만, 여행 동안 찍은 사진이 담긴 '디카'나 '여권' 등을 도난당하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 losse_beer, 출처 Unsplash



나름 우리 가족이 그런 사고로부터 자유로웠던 이유는 몇 가지 철칙을 잘 지켰기 때문이다.


1. 도심에서는 반드시 안전한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CCTV가 있는 쇼핑센터나 주차건물 등은 비교적 안전하다.


2. 주차 시 차 안에 여권 등의 귀중품을 두지 않는다.

아주 잠깐이라고 방심하지 말자. 캐리어 등 여행객처럼 보이는 짐은, 될 수 있는 한 잘 안 보이도록 덮어두면 더 좋다.


3. 렌터카는 무난한 차종으로 한다.

고급차는 범죄의 타깃이 되기 쉽다. 여행 기분 낸다고 고급차를 렌트하는 것은 "나를 털어주세요" 라고 광고하는 셈이다.


4. 그 지역의 운전 매너를 숙지한다.

미리 유튜브나 블로그 등으로 신호체계나 표지판, 주행 매너 등을 익히고 가면 안전하다.


5. 혼자 운전하지 말 것.

보조 운전수가 1~2명 있어야 서로 번갈아가며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다. 2019년 말 유럽여행 때 허리를 삐끗한 후 허리 보조대를 차고 운전해야 했는데, 조금만 더 아팠어도 여행을 접고 와야 할 판이었다. 딸아이가 면허만 있고 운전은 거의 할 수 없는 상초보라 난감했던 기억이.ㅠㅠ


6. 렌터카 인 아웃을 같은 도시에서 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행 루트를 짤 때, 빌린 곳과 반납하는 곳이 다른 도시면 렌터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비용을 감당하고, 그렇지 않다면 같은 도시에서 반납하길 권한다.







호시탐탐 여행러 가족


2019년 6월, 딸아이의 대학 졸업식이 미국 샌디에고에서 있었다. 틈만 나면 호시탐탐 여행을 기획하는 시댁 식구들은 이때를 놓칠 리 없다.




여행을 계획하고 비행기 티켓과 렌터카를 미리 예약한다. 보통 6개월 전에 대략적인 계획이 이루어진다. 그래야 여유롭게 저렴한 비용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가족 6명이 짐을 싣고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미니밴을 여럿 경험해 왔다. 도요타 시에나, 크라이슬러 미니밴 퍼시피카, 쉐보레 서브 어반... 이번에 렌트한 차는 닷지의 그랜드 캐러밴이었다.




6인 이상의 가족이 여행한다면 7~8인용 벤을, 3~4인 가족이라면 6인용 SUV를 권한다. 짐을 싣고도 편하게 앉을 수 있어야 여행의 질이 올라간다.




차를 맘껏 사용할 수 있어서 누리는 기쁨 중 하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을 달릴 수도 있고, 절경이 나타나면 마냥 멈추어 설 수 있다.



다시 일상을 준비하며 여행을 꿈꾸는 분들께 그 행복이 조만간 이루어지길 함께 소망하며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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