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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52

속도 맞추기

2019년 6월 7일


아침 여덟 시에 겨우 일어나는 우리와 달리 부모님은 여행 첫날부터 새벽 다섯 시 아니 정확히는 새벽 네 시에 눈을 뜨셨다고 한다. 거실 침대에서 자고 있던 우리가 부엌에서 들려오는 요리 소리에 일어날 때 즈음엔 부모님은 이미 동네산책을 끝낸 건 물론이거니와 당장이라도 시내 관광을 갈 채비가 되어 계셨다. 그렇게 우리 기준에는 굉장히 이른 아침 열시부터 시작된 프라하 관광은 오전, 오후, 그리고 야경투어까지 하루를 꽉 채워서 끝이 났다.

     

빡빡하게 여행일정을 짜지 않는 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매력으로 가득 찬 프라하를 하루 만에 돌아보려니 욕심이 체력을 앞섰다. 오전에는 까를교와 천문시계, 하벨 시장을 포함한 시내 관광을, 오후에는 프라하성을 구경했다. 이때 이미 모두가 지쳐있었지만, 프라하 야경을 못 보고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에 숙소에서 저녁을 먹고는 다시 시내로 나갔다. 유럽여행이 일상화된 우리에게도 힘들었던 하루였으니 어제 막 프라하에 도착한 부모님은 오죽하셨을까. 야경을 보러 시내를 걸을 때 즈음엔 아버지는 이미 꿈나라를 걷고 계신 듯했다. 


효도여행은 찍사부터 시작한다. 아버지가 이렇게 사진찍는 걸 좋아하시는지 몰랐다.
정각마다 시계탑이 열리며 12사제가 회전하고, 자세히 보면 보이는 해골이 종을 치는 프라하의 명물 시계탑. 사실 생각보다 별 게 없었다.
부모님과 함께 여행하니 우리의 사진을 많이 담을 수 있어 좋다

   

그렇게 숙소에 기진맥진한 상태로 돌아와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는 아침형 여행자인 부모님의 속도와 늦은 오후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속도를 잘 맞춰야겠다고. 길지 않은 일정으로 유럽여행을 오신 부모님에게 장기여행자인 우리의 '느린 여행'을 추천해 드릴 순 없으니 말이다. 여행 중에 피곤하거나 날씨가 좋지 않으면 온종일 숙소에서 쉴 수도 있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 드려도 부모님은 농담으로 받아들이시는 걸 보니 우리가 이번 여행에 '느리게' 여행할 일은 없을 듯하다. 

    

알차게 짜인 여행일정도, 몸과 마음을 편하게 휴식할 수 있는 좋은 숙소도 중요하지만, 여행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행의 속도'다. 아무리 좋은 관광지도 어떤 여행속도에 맞추어 보느냐에 따라 그곳에서의 기억이 의미 없는 사진으로 남을 수도, 평생 기억이 나는 여행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족발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준 프라하의 명물 꼴레뇨. 육회같은 타르타르와 코젤맥주 직영점에서 먹은 생맥주는 꿀 맛이었다.
카를교에서 프라하성을 배경으로 한 컷
우리는 눈길 한 번 주지않던 마그네틱들. 이 때까진 몰랐다, 어머니가 가는 곳마다 마그네틱을 쇼핑하실줄은.
유럽여행의 묘미는 바로 저렴한 과일. 하벨시장에선 비쌌지만 그래도 납작복숭아를 처음으로 영접했다. (정말 맛있다!)

   

그래서 가족여행에서도 속도를 맞추는 일은 중요하다. 특히 같이 여행을 떠난 적이 많지 않다면 더욱 그렇다. 해외에서 부모님과 여행을 같이 한 건 8년 전 미국여행이 마지막이었다. 8년이 지나 아내와 함께 이렇게 넷이서 길게 여행을 떠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속도를 맞추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그럴수록 부모님과 더 자주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 여행을 함께하면 서로의 속도에 더 많이 적응되어 있지 않을까.


비싼 입장료를 내고 프라하성에 있는 성 비투스 대성당에 들어왔다. 내부도 멋있긴하지만 그 외 티켓에 포함된 관광지는 실망스러워 돈이 조금까웠다.
프라하성의 명물이 되어버린 스타벅스. 이곳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전경은 참 멋있으나 한국인이 대부분이었다.
프라하 에어비앤비 호스트 아주머니가 매일 가져다주신 체코 전통 술. 보드카같은데 한 잔씩 마시면 건강에 좋다고한다.
저녁이 되자 낮에 본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의 시계탑
프라하의 야경. 이래서 유럽의 3대 야경이라 하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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