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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1

앞서가는 여행지, 돌로미티 국립공원

2019년 6월 16일


<퇴사 준비생의 도쿄>라는 책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본문의 내용보다도 책 서론의 '저자의 말'이 더 재미있었는데 그중 한 구절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도쿄와 서울에는 물리적인 시차는 존재하지 않지만, 사회, 경제적인 시차는 존재한다."     


같은 표준시간대를 사용하기에 두 공간 사이에 지리적인 시차는 존재하지 않지만, 경제, 사회적인 시차 즉 일본 경제 및 사회문화가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트렌드에서 한발 앞서가는 현상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여행 트렌드에서도 이런 현상은 자주 볼 수 있다. 일본에서 먼저 뜬 여행지가 5~10년 뒤에 한국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그로부터 5~10년 뒤에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현상이 그것이다. 세계여행을 하며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많이 찾을 수 없던 곳에서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을 자주 보는 것 또한 그런 트렌드를 뒷받침하는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넘어가는 풍경, 호수빛깔이 너무 영롱해 잠시 주차했던 두렌제호수.
미주리나 호수에서 피크닉. 점심을 다 먹고 일어날 때쯔음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을 보았는데 그들은 사진도 줄을 서서 찍더라...

    

이탈리아의 알프스인 돌로미티 국립공원도 그랬다. 


신이 주신 절경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한국여행객들에게는 로마, 피렌체, 베니스, 서부 해안도시들(친퀘테레, 포지타노, 아말피 등) 에 밀려 덜 주목받고 있는 여행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하고 나서 나는 돌로미티를 포함한 오스트리아-이탈리아 루트가 5~10년 사이에 한국여행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여행을 가장 기대하셨던 부모님도 여행을 다 마친 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돌로미티 국립공원을 꼽으셨다.) 

   

수많은 고갯길을 돌기 위해서는 핸들을 끝까지 돌려야 하는 때가 많다. 역동적인 사진 칭찬해!

돌로미티 국립공원을 쉽게 구분하자면 서부마을(오르티세이 중심)과 동부마을(코르티나담페초)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사전 공부를 통해 돌로미티가 초행길이고, 트렉킹이 아닌 케이블카 위주로 짧은 기간 이곳에 머물 경우 서부마을이 좀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동부마을도 가보고 싶었기에 여행경로를 오스트리아에서 동부의 유명한 View Point를 거쳐 우리의 숙소가 있는 서부의 발 가르데나로 향했다.  

   

결과적으로 이 루트는 대만족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로 내려오는 길에 들린 두렌제호수(Durrensee)는 지금껏 보았던 어떤 호수보다도 멋진 광경을 지니고 있었다. 초록 옥빛의 호수색깔과 호수를 둘러싼 만년설을 품고 있는 산들은 절경이었다. 이곳은 사실 미주리나 호수(Misurina)를 찾아 내려가는 길에 우연히 들린 곳이었길래 그 감흥이 더 컸다. (미주리나 호수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서 내려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다시금 이곳이 곧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해질 것을 확신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방문한 돌로미티 동부의 멋진 산장인 라가주오이(Lagazuoi) 산장과 그 주변 자연경관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만약 이곳에 올 수 있었다면 그래서 그것을 그림으로 남길 수 있었다면 그는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가 아니라 세계를 대표하는 화가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진 고봉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이곳은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방문한 돌로미티 동부의 멋진 산장인 라가주오이(Lagazuoi) 산장
주위를 360도 돌아보아도 보이는 건 만년설을 품은 고봉들 뿐. 이 풍경은 지구상의 것이 아니다.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커피를 마시며 만년설 바라보기.
이쪽을 보면 만년설로 뒤덮인 돌산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초록숲으로 가득한 야산이 보였다.
돌로미티의 만년설을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
이 날 유독 가파른 꼬불길을 오르는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많았는데 알고보니 돌로미티 자전거 대회가 있었다. 저 간판은 인증샷 포인트.


종일 너무 멋진 풍경만 본 탓에 우리 여행 중에 가장 비싼 숙소였지만 숙소에서 보는 광경이 조금 감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숙소로 향했지만, 이는 기우였다. 숙소 입구에서 한 발자국만 걸어 나와도 돌로미티의 멋진 고봉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고, 마을은 중심도로에서 5분 정도 올라와야 했기에 조용하고 한적했다. 저녁노을이 돌로미티의 고봉에 비추고, 마을을 가득 채운 들판에 비추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곳에서의 첫날을 맞이했다.


돌로미티 동부에서 서부에 있는 숙소로 향하는 길, 꾸불꾸불한 길을 오르면 이런 환상적인 뷰를 볼 수 있다.
어떤 여행지보다도 더 멋진 뷰를 가진 돌로미티 발 가르데나의 숙소 앞 전경. 밤이 되면 저 멀리 마을들이 불빛을 내는 것이 너무 멋있었다.
사진 뒤로 보이는 험준한 돌산은 우리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산이라 더욱 좋았다. 다음날 아버지는 아침에 이곳 밑에까지 산책을 다녀오셨다고.
호스트의 반려견인 날라. 순딩이인 녀석과 저녁에 원반 던지기 놀이를 했는데 이 녀석은 원반보다 나무토막에 더 관심을 보였다.
돌로미티 숙소 View. 숙소 거실에서 돌로미티의 장관을 바로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서른한 번째 도시. 이탈리아 돌로미티 국립공원(Dolom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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