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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5

프랑스 지역 신문과 인터뷰를 하다

2019년 4월 21일.


캠핑 둘째 날 아침을 먹고 공용 개수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옆집 텐트에서 지내던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이 지역의 신문기자라고 소개한 얀은 우리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나란히 설거지를 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도 되겠냐고 물어왔다. 프랑스인들도 쉽사리 오기 힘든 작은 도시에 동양인 두 명이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고 있으니 꽤나 신기했나 보다. (캠핑장의 대다수는 캠핑카를 가져온다. 우리처럼 텐트를 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프랑스 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세수도 안 한 얼굴로 프랑스 신문에 나오게 생겼으니 이걸 좋다고 해야 하나 싫다고 해야 하나.

 

프랑스 지역 일간지 신문기자인 얀


베레모를 쓴 채 작은 수첩과 펜 그리고 크지 않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우리텐트를 찾아온 얀은 프랑스 소도시인 로안(Roanne)에 위치한 캠핑장으로 찾아온 우리의 사연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는 우리에게 주로 지역과 관련된 질문들을 물었다. 그가 물어본 질문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면 "로안(Roanne)을 어떻게 알고 찾아 왔는지, 이곳을 여행하기로 했을 때 기대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곳에서 어디를 관광할 예정인지, 이곳을 여행할 때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는지" 등이었다.





     

우리는 프랑스의 소도시들을 여행중인데 트루아(Troyes)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던 중에 이곳을 방문했다고 대답해주었다. 사실 로안(Roanne)이란 지역에 무엇이 유명한지 잘 모르고 왔다고, 다만 리옹(Lyon)같은 대도시보다는 소도시를 여행하고 싶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답변해주었다. 프랑스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대답으로 '와인, 치즈 그리고 초콜릿'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인터뷰가 끝나자 얀은 우리에게 로안(Roanne)지역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이 지역은 White Cow가 유명하다며 강건너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가리키며 소고기 스테이크를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고, 시내에 있는 유명한 초콜릿, 빵집이름을 알려주었다. 또한 이 지역에서 나는 유명한 치즈와 와인의 브랜드도 적어주었다. 미슐랭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도 알려주었으나 1인당 200유로가 넘는다는 말을 듣고선 아예 메모조차 하지 않았다.     


얀이 적어준 후안의 먹거리 리스트를 들고 우리는 시내 맛집 도장 깨기에 나섰다.


얀 덕분에 우리는 예정에 없던 로안 시내로 가서 그가 적어준 맛집리스트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도장깨기를 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Pralus라는 빵집. 빵집 앞으로 길게 줄을 선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니 이 집의 유명세를 알 것 같았다. 파티시에 Pralus가 1955년에 만든 핑크 프랄린(Praluline)이 이 집의 대표 상품이다. Pralus에 이어 그의 아들도 대를 이어 핑크 프랄린의 성공을 이어나가며 로안에서 시작한 이 작은 빵집이 현재는 프랑스에 14개나 지점이나 전국구 빵집이 되었다고 한다. 프랄린은 장미설탕이라 불리는 핑크색설탕으로 코팅된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빵인데, 굉장히 달지만 질리지 않은 단맛이라 중독성이 강하다. 구매할 때는 맛에 대한 확신이 없어 작은 크기의 빵 하나만 샀는데, 우리는 이를 두고두고 후회했다.    

후안에서 시작해 지금은 프랑스 전역에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프랄린 맛집.

 

얀이 알려준 맛집리스트를 차례로 격파하고 저녁에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마트에서 저렴하게 산 와인과 White Cow 스테이크, 초콜릿과 빵까지 먹으니 로안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먼저 말을 걸어준 얀 덕분에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로안(Roanne) 지역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얀이 알려준대로 초콜릿과 지역산 소고기, 그리고 프랄린과 와인을 탐닉했다.


우리는 핸드폰으로 조금만 검색하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사람을 통해 전해지는 정보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이방인인 우리에게 이 지역을 소개해주고 싶은 얀의 진심 덕에 우리의 여행이 한층 더 풍요로워진 하루였다. 우리가 이곳에 캠핑을 하지 않았다면 얀을 만나지도, 유명한 맛집들을 방문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여행의 맛은 이런 우연성이 아닐까.     


일주일 뒤 프랑스 후안 지역 일간지 <Le pays>에 실린 기사. 기사의 제목은 "우리는 여기가 어딘지 몰라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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