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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

삼시세끼, 몽블랑편

2019년 4월 22일


로안(Roanne) 캠핑장에서는 유독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로안의 유명한 먹거리들을 자세히 소개해준 신문기자 얀을 비롯해, 우리의 텐트를 설치해주고 쿨하게 떠난 텐트천사와 냉장고가 따로 없지만 자신의 가게 냉장고에 우리 물품을 보관해준 캠프장 안방마님 셀린느까지. 새벽추위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좋은 기억 가득했던 로안(Roanne) 캠핑장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우리는 안시(Annecy)로 이동했다. 


안시(Annecy)는 알프스 산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인데 프랑스의 리옹(Lyon)보다 스위스의 제네바(Geneve)가 지리적으로 훨씬 더 가깝다. 그래서 안시는 프랑스보다는 스위스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푸르른 초원과 그 위로 솟아있는 설산들 덕분이다. 안시에서도 우리는 캠핑을 하기로 했다. 캠핑장으로 선택한 "Camping Le Panoramic"은 이름처럼 캠핑장 앞에 호수와 설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아침저녁으로 황홀한 풍경을 파노라믹 뷰로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프랑스 안시(Annecy) 캠핑장 Camping Le Panoramic. 이름처럼 몽블랑 설산을 파노라믹뷰로 바라볼 수 있는 캠핑장이었다.

   

하지만 캠핑은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 특별한 환경같다. 로안에서의 이틀, 안시에서의 이틀 모두 우리는 마치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처럼 하루 세 끼 만들어 먹는 것으로 우리의 일과를 보냈다. 어제 저녁 먹다 남은 밥과 반찬으로 아침을 해결한 후 설거지를 하고 점심을 준비한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잠시 시내에 나가 호수도 보고 주변 관광지를 구경하고 까르푸에 들려 장을 본다. 그렇게 저녁을 준비해서 밥을 지어 먹고 설거지를 하면 하루가 지나는 단순한 일상이다. 밥 먹고, 설거지만 한 것 같은데 어느덧 날이 어둑어둑해진다. 백수의 시간도 직장인 못지않게 빠르게 흐른다.  

(왼쪽) 캠핑장에서 바라본 호수와 몽블란 산의 전경 (가운데, 오른쪽) 캠핑장 건너편 마을에 있는 안시성(Annecy Castle)

텐트치는 법은 몰랐지만 한인마트에서 식료품을 잔뜩 사둬야 한다는 걸 알았던 우리는 덕분에 삼시세끼 한식으로 아주 잘 먹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밥과 김치를 더 많이 먹고, 요리를 더 자주하고있다. 아시아 여행 후 잠시 한국에 갔던 2주동안 했던 일 중에 가장 잘한일은 "전기밥솥과 전기쿠커"를 구매해서 챙겨온 일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늘 '햄버거'와 '파스타'를 찾던 우리가 정작 햄버거와 파스타의 본고장인 유럽에 와서는 한식을 챙겨먹고있다니 아이러니다. 매끼니 밥을 지어먹으며 다니는 유럽여행은 아시아여행보다 훨씬 덜 고단하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다.


프랑스 안시(Annecy) 지방 유명 관광지인 Château de Menthon-Saint-Bernard 고성. 인당 15유로의 입장료를 내면 중세 고성을 체험할 수 있다.
초록초록한 숲과 에메랄드 빛 호수 그리고 설산까지. 프랑스의 스위스라 불리는 안시(Annecy)


<90일, 유럽자동차여행> 네 번째 도시. 프랑스 안시 (Anne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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