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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4

어서와, 텐트는 처음이지

2019년 4월 20일.


자신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걱정도 없었다. 막상 설치할 때가 되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캠핑장에 도착해 데카트론에서 사온 4인용 텐트를 펼쳐 놓고 보니 막막했다. 그림으로 설명된 설치방법은 굉장히 "압축적"이었고 심지어 프랑스어로 적혀있었다. 


텐트를 쳐 본적이 오래되기는 했지만 아예 경험이 없던 건 아니다. 대학생 때 국토대장정을 하면서는 20일 동안 매일 텐트 장비를 들고, 설치하고, 해체하기를 반복했고, 군대에서도 유격훈련이나 혹한기 훈련 때 몇 번 설치해보았다. 하지만 낯선 이국 땅에서 10년 만에 만져보는 텐트는 더 낯설게 느껴졌다.   


유럽자동차여행 첫 캠핑을 하러 후안(Roanne)으로 향하는 길에 본 풍경과 고성

 

'원터치 텐트'를 샀어야 했나 싶었다. 데카트론에서 캠핑장비를 구입할 때 잠시 고민했던 원터치텐트는 일어설 공간은커녕 우리부부가 눕기에도 작아 보였다. 장기여행을 하며 우리가 세운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숙소는 편해야 한다 였다. 그래서 우리는 비싸지만 넓고 쾌적해 보이는 4인용 텐트를 골랐던 것이다

.     

4월의 프랑스는 아직 날씨가 쌀쌀해 캠핑장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텐트를 설치하다 모르겠으면 옆집에 가서 도움을 청하려던 나의 플랜 B는 실행도 하기 전에 무력화됐다. 이대로 낑낑대다가는 깜깜한 밤이 되도록 설치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캠핑장에서 근무하시는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영어를 잘 못하시지만 기꺼이 우리 텐트로 와주신 아저씨는 텐트 치는 것을 도와달라는 요청에 자신의 동료를 호출했다. 그렇게 호출된 우리의 텐트천사님은 뚝딱뚝딱 텐트를 설치해 나가기 시작했다. 

    

텐트천사의 도움으로 텐트를 설치하고 나서야 비로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강이 굽이굽이 흐르고, 그 옆으로 넓게 펼쳐진 초원에는 하얀색 소들이 떼를 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캠핑 둘째날 이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옆집친구에게 얘기를 들으니 로안(Roanne)은 프랑스에서도 알아주는 소 생산지역이라 했다. 그 중에서도 White Cow가 유명한 곳이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우리나라의 강원도 횡성과 풍경이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후안(Roanne)의 캠핑장에서 본 아침, 노을, 저녁 풍경

    

역시 캠핑은 장비빨이라고 했던가. 텐트 설치는 어려웠지만 우리가 선택한 4인용 텐트는 넓으면서도 아늑했다. 공기주입기로 에어매트에 바람을 넣으니 조금 불편하지만 그럴듯한 매트리스가 되었고, 잠자리에는 베개가 중요하다며 비싸게 주고 산 에어베개도 공기를 넣어주니 푹신했다. 휴대용 의자 또한 돈을 조금 더 주고 팔걸이가 있는 의자로 샀더니 앉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이 모든 장비를 이용하며 우리가 자주 한 말은 "역시,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걸로 사길 잘했어" 였다. 


    

텐트천사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텐트설치를 마친 우리는 삼겹살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아늑해 보였던 우리의 텐트도 해가 지고 밤이 되자 점점 추워지기 시작했다. 추위를 대비해 챙겨온 전기장판도 새벽에 영상 2도까지 내려가는 외부온도 앞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추위를 예상해 옷을 두껍게 껴입고 전기장판 위에 침낭을 올리고 그 속에 들어가서 잤지만 4월의 추위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추웠고 우리는 새벽에도 몇 번씩 잠에서 깼다.     


유럽 4월은 아직도 새벽엔 매우 추웠다. 전기담요를 꺼내봤지만 너무 추워 새벽에 여러번 깼다.


다음 날 아침, 추위에 잠을 설쳤음에도 일어나자 마자 보이는 눈 앞에 풍경에 감탄하게 되는 걸 보니 캠핑의 매력이 이런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벌써부터 텐트를 해체한 뒤 다음 캠핑장에서 설치할 걱정이 드는 걸 보니 아직 캠핑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듯 하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네 번째 도시. 프랑스 후안 (Roa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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