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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유럽자동차여행] Day 69

효도여행 마지막 날

2019년 6월 24일


프라하 공항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던 때가 생각난다. 


많은 한국인이 출구로 쏟아져 나오는데도 부모님은 나오시질 않아 기다리던 마음이 조금씩 초조해질 때 즈음 부모님은 한식으로 가득 채운 큰 캐리어와 이민가방을 끌고 출구로 나오셨다. 긴 여행에 지치셨을 텐데도 아들, 며느리를 보고 활짝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한데, 오늘이 벌써 마지막 날이다. 시간이 참 빨리 흘렀다.     


부모님께 잔소리를 참 많이 했다. 


"앞서가지 마라, 그리로 가지 마라,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기다려라." 


매일 저녁 느지막이 여행기를 작성하고 샤워를 할 때면 속으로 '내일은 부모님께 잔소리하지 말고, 더 좋은 곳을 많이 보여드려야지' 반성을 했지만, 막상 다음날이 되면 나는 어느새 잔소리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즐거워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자식으로서 뿌듯했다. 사진과 글로만 보여드리던 유럽 여행의 아름다움을 부모님과 함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패키지여행으로만 유럽을 보셨을 부모님에게 자유여행의 즐거움을 조금은 보여드린 것 같아 기뻤다. 어머니는 정원이 있는 유럽의 집에서 지내보고 싶다고 하셨었는데, 여행하며 머물렀던 에어비앤비를 아침마다 산책하시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곳에 오길 잘했다 생각했다. 


부모님은 여행 중에 수도원에 가보고 싶다고 하셨었다. 그래서인지 비스바덴에 있는 에덴바흐 수도원을 꽤나 꼼꼼히 구경하셨다.
비스바덴에 있는 에덴베르 수도원. 1200년대부터 있던 유서깊은 수도원이다.
비스바덴은 들판이란 뜻의 비스와 목욕이라는 뜻의 바덴의 합성어. 마을 이름처럼 숙소에서 바라보는 들판이 아름다웠다.

    

쾌적하고 편안한 여행만은 아니었다. 


로엥이는 성인 네 명이 타기에는 조금은 좁은 차였다. 심지어 뒷 유리창은 내려지지도 않았고, 천장은 오픈할 수 없는 유리로 되어있어 한낮의 햇볕을 온전히 받아야 했다. 트렁크만으로는 짐을 다 실을 수 없어 조수석과 뒷자리까지 짐을 가득 채워야 했다. 여행하는 내내 어머님과 아내는 양반다리를 하고 차를 타야만 했다.   

  

그럼에도 여행이 하루 이틀 지날수록 우리는 그 짐에 익숙해졌다. 짐도 더 빨리 싸게 됐고, 차에 짐을 싣는 것도 한번 자리를 정하자 금방 끝났다. 그렇게 '로엥이'의 정원이 네 명으로 익숙해질 때 즈음 부모님이 한국으로 떠나실 때가 왔다.     



부모님의 귀국편은 저녁 늦은 비행기라 오전에는 프랑크푸르트 시내 구경을 나섰다.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모습이 보여 결혼식이 열린느 곳인가 보다 했는데, 30분마다 신랑신부가 나타난다. 알고보니 결혼식으로 유명한 곳.
해는 더웠지만 색감은 참 예뻤다.
프랑크푸르트에 빠질 수 없는 유로타워. 우리도 다녀왔다.


우리가 세계여행을 떠나던 날, 우리는 들뜨고 신이 났지만, 부모님은 눈물을 조금 보이셨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부모님이 떠나시던 날, 공항에서 부모님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야 나는 그때의 부모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여행 첫날부터 어깨로 고생하신 아버지는 당신 생애 이렇게 먼 곳으로 떠나는 긴 여행은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었다. 그래서 내가 아버지에게 그럼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유럽'이시니 많이 즐기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또 그건 아니라고 하셨었다. 아버지가 우리를 따라 '아프리카 혹은 남미'로 여행을 오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가 또 기회를 만들어 유럽 자동차여행 2탄을 기획하는 수밖에.



효도여행 마지막 날, 프랑크푸르트의 노천카페에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아버지는 장거리 여행이 힘들다고 하셨지만 이번이 '내 생애 마지막 독일'이냐는 물음에는 웃음으로 답변하셨다.


<90일 유럽자동차여행> 서른여덟번째 도시.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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