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볶음
사랑하는 斌,
요즘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바쁜 사람처럼 일한단다.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 때문에 일 년간 골고루 펼쳐져야 할 일정이 상반기에 집중되다 보니 하루에 3, 4군데 출장을 다니다 보니, 사무실에서 서류를 정리할 시간도 빠듯하고 출장준비도 간신히 하고 있지.
힘들게 일하다 보면 영육 간의 피로가 해소되지 못해 결국 최악의 몸상태와 무너진 정신으로 삶이 힘들어진단다.
의외로 우리 사회에는 이렇듯 극한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압축된 성장과정에서 사람을 갈아 넣는 노동착취가 일상화되었고, 노동자들을 부리는 사람들은 돈 없이는 못 사는 사회라고 압박하기도 하고, 선한 사명감을 강요하기도 하지.
적당한 노동과 적당한 벌이를 생각할 수 없는 극한의 사회가 바뀌려면 많은 분야의 혁신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 주체가 될 수 있는 위정자들이 바뀌어야 하는데 마침 정권이 바뀌어서 희망해본다.
그러나 광야에서 백마 타고 온 철인이 내 삶을 바꿔줄 수는 없는 일이니, 내 삶과 생활에 대한 좋은 방법론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모든 분야에 100의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일의 질을 스스로 판단해 조정해야 한다. 어떤 일은 70만의 성과만, 어떤 일은 80만의 성과만 내고 나라는 자원을 아끼는 거지.
그리고 철저한 일정관리가 중요하단다.
사실 급하지 않은 일들인데 계속 머릿속에 해야 할 일 리스트를 쌓아 두지 말고, 기한이 있는 일들은 계속 미뤄가며 우선순위 높은 일들을 빨리 해 치우며 약간의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기술이란다.
맛난 밑반찬이 있으면 밥 한 공기 뚝딱할 수 있으니 반찬 만드는 법을 많이 알고 있으면 자취생에겐 큰 도움이 된단다.
요즘 감자가 많이 나오니 감자볶음을 해 먹어 보렴.
감자를 썰 때는 원반처럼 길게 썬후 두껍게 채를 썰어라.
채칼을 쓰는 것은 비정형의 맛을 해치기에 아빠는 야채를 썰 때 꼭 칼로 썬단다.
후라이팬에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쌘 불에서 볶으렴.
감자가 조금 익은 것 같으면 파와 양파를 썰어 놓고 소금으로 간을 해 주며 더 볶으렴.
이러면 감자가 여기저기 갈색이 되면서 탄 듯이 조금 심하게 익기도 하는데, 이걸 노리는 거란다.
감자가 속까지 잘 익었는지 집어서 맛을 보고 후추와 깨소금을 뿌려서 내면 된다.
출장지 카페에서 급하게 써서 오타가 많을텐데 감안해서 봐주렴.
사랑하는 아빠가.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