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비밀
사랑하는 베네딕토,
인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으니 많은 책을 읽어야 할 텐데 독서에도 훈련이 필요하고 그 결과 나름 기술이 생겨난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구나.
대학생 필독서라는 둥,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둥… 젊은이에게 독서가 강요되는 문화는 예전부터 있었단다. 그런데 이런 읽어라 식의 문화가 되려 독서를 꺼리게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말을 물가까지 데려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는 못하는 것이 강압의 한계인 것이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하나의 소설의 주인공이란다.
타인의 삶을 관조하며 내가 살아보지 못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는데 소설 읽기 만큼 좋은 것이 없단다. 매년 단편소설 수상작들을 엮어 내는 ‘이상문학상’을 읽어보렴.
70대의 요양보호사 할머니는 어떤 생각을 하며 고된 삶도 씩씩하게 맞서는지, 교실을 지배했던 일진이 그 교실에서 어떻게 권력을 잃게 되는지, 갑작스레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의인이 된 사람이 겪는 변화와 삶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단다.
독서를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속독법을 체득하게 된단다.
앞으로 A.I 발전으로 인해 인간도 엄청난 정보량을 단 시간에 습득해야 하는 세상이 될 거란다. 화면 스크롤을 쭉쭉 넘기면서 보고서의 내용과 핵심을 바로 파악하는 정도의 속독법은 인생을 살며 당연히 갖춰야 할 기술이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난단다.
아빠는 네가 몸을 쓰는 일보다는 말과 글의 기술로 밥 벌어먹고살거라 예상한단다.
사회적 지위에 맞는 인사말을 하지 못하면, 첨예한 협상장에서 혀 속에 칼을 숨겨 휘두르지 못하면 그런 인사를 어디에 써먹겠니.
때론 지인이 책을 내게 됐다고 추천사를 써달라고 하기도 하고, 짧은 칼럼 하나 써달라는 지역신문사도 생길 수 있지.
적어도 나도 써보고 싶다는 욕구가 발현되지 않는다면 아직은 독서의 양이 부족한 거란다.
계속 읽고, 아무거나 읽고, 닥치는 대로 읽으렴.
읽고 또 읽다 보면, 결국엔 쓰게 되고, 계속 생각하게 되니 지성이 쌓이게 되고 멋진 사람이 될 거라 믿는다.
사랑하는 아빠가.
202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