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전
사랑하는 우리 큰 아들,
오늘 아침에 출근했던 부하 직원이 배탈이 난 거 같다며 휴가를 내고 퇴근했다.
아빠 직장에서 하는 일이 매일 출장이 이어지다 보니 폭염의 날씨에 몸에 지친 게지.
올여름은 네 삶에서 늘 있던 ‘방학’이 없어진 첫여름이지.
늘상 주어지던 휴식의 시간이 사라지고, 앞으로 평생을 방학 없는 삶을 살게 되어 슬픈 맘도 들었겠구나.
네가 “농부는 휴일이 없어요.”란 말을 했을 때 학생이 아닌 어른으로서의 삶에 나름 강한 출사표를 던진 거 같아 흐뭇했다.
체력은 정신력이고 강한 정신력은 다시 체력으로 치환되지.
마음 가짐 단단함이 무엇보다 우선이니 이 무더위도 잘 버티고 있으리라 믿는다.
아빠는 지난 수요일에 휴가를 냈단다.
앞으로 50일가량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장을 다녀야 하는데 몸이 버티지 못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일부러 하루를 쉬며 몸을 추슬렀단다.
나이 먹어 겁이 좀 생기니 무리해서 몸을 망치는 만용을 부리는 젊은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은 없게 되었단다.
하여간 이 징그러운 폭염 때문에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장마가 그리워지는구나. 혹여 비 오는 날 쉬게 되면 김치전을 해 먹으렴.
김치국물에 물, 밀가루, 부침가루, 전분, 계란 1개를 깨어 넣어서 반죽을 하렴.
시중에 파는 부침가루는 간이 되어 있어서 따로 소금 간은 약하게 하고.
삼겹살이나 대패 삼겹살을 채를 써는 기분으로 잘라서 송송 썬 김치와 함께 반죽에 섞어서 부치는데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기름이 적어지면 간혹 들기름을 조금 넣어 주면서 부치면 맛이 좋단다.
반죽이 잘되지 않아서 뒤집을 때 부서지거나 크게 부치기 힘들면 밥공기 만한 게 장떡처럼 작게 부치는 것도 요령이란다.
쉼 없는 삶 속에서 예상치 못했으나 찾아오는 휴일에는 맛나게 먹고 맛나게 쉬렴.
늘어지는 방학은 더 이상 없어도 짧고 굵은 금 같은 휴일은 계속 있을 테니.
사랑하는 아빠가.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