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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Aug 10. 2020

남편 개조 프로젝트 1일

후겐병을 아시나요?

후겐병(夫源病)이라는 것은 남편이 주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주부의 병으로, 최근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모 신문사가 주부 약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8%가 '스트레스가 쌓여 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중 '대인 관계의 스트레스'가 과반수로, 그중 약 50%의 원인이 '남편'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후겐병(夫源病)은 아내가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스트레스를 느껴서 몸상태나 정신을 해치는 것입니다. 후겐병(夫源病)의 원인은 스트레스라고 합니다. 남편의 보통의 생활 태도, 습관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이 스트레스가 되어 신체적, 정신적으로 여러 가지 증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부인에게 현기증, 두통, 귀울림/이명, 불면증, 고혈압 등의 증상을 있다면 이 후겐병(夫源病) 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 후겐병(夫源病)은 여성의 갱년기 장애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반대로 사이겐 병(妻源病)도 있다고 합니다. 후겐병(夫源病)이나 사이겐 병(妻源病) 모두 부부의 의사소통이 부족하거나 역할 분담이 잘되지 않을 때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출처: http://blog.daum.net/ahnym73/166)


우연히 웹서핑을 하다 e-boook을 만났다. 가키야 미우의 '정년 아저씨 개조 계획'이다. 대형 석유회사에서 정년퇴직한 쇼지 쓰네오. 꿈에 그리던 퇴직 후의 생활이었지만, 현모양처였던 아내는 남편이 원인인 병, 이른바 ‘후겐병’을 앓고 있었다. 소설에서는 후겐병은 일본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는 용어로 황혼이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나온다.


몇 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황혼이혼이 급증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들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황혼이혼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후겐병처럼 고유 명사화되어서 쓰이는 용어는 아직은 없는 듯하다. 비슷한 용어로 '은퇴 남편증후군'을 찾을 수 있었다. 둘 다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앓게 되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이다. 일본과 한국은 같은 동양권의 유교문화여서 그런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몇 주 전부터 시작된 이명(귀울림)이 좀처럼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요 며칠은 좀 괜찮았는데 또다시 주말이 되자 귀에서 쿵쾅 소리가 시작됐다.


남편이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티브이를 켜는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는 좀 조용히 있기를 원한다. 몇 년 전 남편에게 부탁한 적이 있다. 제발 티브이를 좀 안 보면 안 되냐고? 남편은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티브이를 보면서 푼다고 했다. 티브이를 봐야 다른 생각이 안 나니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논리였다. 내가 본 심리학 책에서는 티브이 보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장시간 티브이를 보고 있으면 두통과 눈의 피로와 같은 신체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본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 티브이를 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으니 내가 유별나다고 볼 수도 있다.


다음은 화장실 문제다. 몇 년 전부터 남편은 화장실 변기를 사용할 때 변기 뚜껑을 올리지 않고 소변을 본다. 그럴 때마다 소변의 파편이 변기 뚜껑에 남아있다. 그것을 볼 때마다 나와 딸들은 기겁을 하고 남편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볼일을 본다. 이것은 일종의 영역표시인가? 이것도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이다.


집에만 오면 남편은 소파 밀착형으로 리모컨을 손에 쥐고는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남편이 주말에 움직이는 경우는 딱 두 가지이다. 밥 먹으러 식탁에 올 때와 화장실 갈 때! 한편으로는 얼마나 피곤하고 지쳤으면 그럴까 하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다가도 내가 몸이 좀 안 좋으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아침부터 남편의 아침상을 차리고 또 점심에는 둘째가 국수를 먹고 싶다고 해서 국수를 삶는다. 설거지는 쌓여만 가고 남편은 손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귀에서 쿵쾅거리는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나도 일종의 남편증후군(후겐병)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왜냐면 주말부부인 내가 월요일인 오늘은 이명이 완전히 사라진 걸 느끼면서이다. 새벽에 잠을 설쳤는데도 신기하게도 귀에서 쿵쾅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황혼이혼을 강행할 강심장도 아니다. 부부는 평생 살아온 전우애로 버틴다고들 한다. 그리고 오십 대가 넘어가면서 늙어가는 남편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침대에서 몸만 쏙 빠져나오는 남편에게 나 대화법을 사용해서 나의 의사를 침착하게 전달했다.

"침대 이불 정리 좀 해줬으면 좋겠어!"

실망하면 어떡하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어라! 남편이 침대 정리를 반듯하게 해 놓았다.


점심 식사를 거하게 하고 남편과 딸들에게 상세하게 할 일을 말했다.

"둘째는 설거지하고, 남편은 반찬 냉장고에 넣으세요!"

의외로 남편은 말을 잘 듣는다.


내 감정에 내가 취해 악다구니를 부려봤자 상처 받는 건 나밖에 없다. 나부터 변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루에도 열두 번도 더 변하는 나의 감정에 나 자신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엄마, 브런치에 아빠한테 잘한다고 글 썼잖아!"

"야, 글은 글이고 현실은 현실이거든!"

딸이 나의 죽 끓는 변덕을 보고 일침을 가한다. 


남편증후군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남편 개조 프로젝트! 오늘부터 1일이다.


<남편 개조 프로젝트 사용 지침>

1. 나 대화법을 사용한다.

2. 나의 기분을 말로 표시한다.

3. 도와주어야 할 부분을 상세하게 말한다.

4.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시작한다.

5. 실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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