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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Jun 16. 2020

남편의 수술 2

남편이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저번에는 왼쪽 코의 물혹을 떼내었고 한 달이 지난 후 오른쪽 코의 물혹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도 남편의 보호자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직장은 연가를 냈다.             


사실 저번에는 작고 간단한 수술이라고 생각했다. 병간호라기보다는 하루 직장을 땡땡이치고 자유의 몸이 되는데 더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남편이 수술 들어간 틈을 타서 점심으로 맛난 것을 사 먹고 디저트로 달달한 딸기 스무디와 입에서 살살 녹는 크림빵까지 사서 병실에서 혼자 결코 끊을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의 단맛들을 음미했었다. 그래서 벌을 받은 게 아닌가 내심 찔리는 구석이 있다. 이렇게 불성실한 보호자의 땡땡이 마인드로 남편이 경련을 일으킨 게 아닌가 반성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식! 마침 5월 14일은 로마의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코로나 19 극복을 위한 단식과 기도, 한 가지의 선행을 해줄 것을 모든 종교인에게 선포하신 날이기도 했다. 그래서 겸사겸사 아침과 점심은 패스하기로 했다. 남편이 수술 들어가고 빈 침대에 앉아 묵주기도를 열심히 했다. 코로나 종식과 더불어 남편을 위해서 기도를 했다. 그리고 선행은 남편을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는 것으로 퉁치기로 했다. 묵주기도 10단을 했는데도 남편의 수술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한 시간이 넘도록 수술이 진행되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남편의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남편이 병실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계속 잠을 잤다. 마취약에 취해서 계속 잠을 잤다. 이번에는 아침부터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3시 가까이 잠만 자는 남편을 극진히(?) 간호했다. 그냥 옆에 조용히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남편은 3시경에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 그래서 약을 먹을 수 있도록 얼른 점심을 먹였다. 물론 1층 식당에서 정성 들여 사온 소고기 야채죽으로.... 남편이 죽을 한 숟가락 뜰 때마다 반찬을 하나씩 얹어주었다. 조금밖에 먹지 않았지만 지난번보다는 상태가 좋은 듯했다. 


지난번에는 퇴원할 때까지 정신을 못 차리더니 이번에는 점심을 먹고는 말똥말똥 잠도 자지 않고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투덜투덜.... 링거 약을 다 맞을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 퇴원을 했다. 


남편은 지난번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밥도 잘 먹고 밤에는 잠도 잘 잤다. 다행이다. 오늘은 병원에 혼자 차를 몰고 가서 코 속에 넣어두었던 솜을 다 떼내고 와서는 너무 시원하고 좋단다. 코로 숨을 쉬니! 


확실히 기도발이 좋긴 좋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제 땡땡이 안 칠게요... 불량 아내인 나는 하느님께 딱 걸린 것이다. 이제 정신을 차리니 이렇게 모든 일이 평안하게 진행된다. 이제 잘할게요!!!  기도도 안 빼먹고 열심히 할게요... 잘 보살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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