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와 코로나

by 세둥맘

이 기괴한 사진은 피자 봉투에 담겨 주인을 기다리는 교과서를 찍은 것이다. 다가올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주인을 기다리다 지친 교과서는 저렇게 봉투에 담겨 간택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개학이 다가오는데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교과서를 나눠줄 방법을 찾느라 학교는 고심 중이다. 어떤 학교는 맥도널드처럼 드라이브 스루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고, 또 어떤 학교는 이것마저 의심스러워 아예 거금의 예산을 들여 택배로 학생들의 집으로 교과서를 부친 곳도 있다. 우리 학교는 중용의 미를 날려 학교 현관 밖에 교과서를 놔두고 학부모가 와서 직접 가져가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물론 학년별로 요일을 달리했고, 3개의 현관문이 있어 1반은 동쪽, 2반은 중앙현관, 3반은 서쪽 현관에서 받아가도록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교과서3.jpg 교과서 수령 시 주의사항

교과서를 받아갈 현관에는 이런 무시무시한 주의사항이 대문짝만 하게 붙어있다. 우리 학교 주변에도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교직원들의 안전과 또 긴급 돌봄으로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오늘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그리고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교과서를 배부하였다. 두 시간 동안 학부모들은 5분에 한 명씩 띄엄띄엄 교과서를 가지러 왔다. 장장 네 시간을 담임선생님들은 현관 안 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학부모가 오면 학생의 이름을 물어보고 누가 가져갔는지를 체크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라 현관문을 닫고 있으라고 해도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오시는데 어떻게 그러냐며 학부모가 오면 매번 현관문을 열고 달려 나갈 기세다. 도저히 현관 문안에서 학생 이름만 묻는 건 못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내가 학부모라도 나를 병균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 나쁠 거라는 거였다. 그렇지만 비상시국인데! 바로 앞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여럿 나왔는데! 정말 못 말리는 선생님들이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이 어마 무시하고 비정상적인 사태들을 왠지 기록해야 할 것 같은 사명감에서 이 글을 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코로나도 언젠가는 지나가서 이러한 일들이 추억담으로 오르내리길 손꼽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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